밀‧옥수수‧대두 등 수입 원재료에 돈육 등 국산 원재료도 상승세
ESG 경영 열풍에 친환경 용기 수요↑
최저임금 3년 인상률 32.8%로 G7 국가 중 최고 수준
밀, 옥수수, 대두 등 국제 곡물가격 인상이 수개월째 지속되면서 식품업계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대부분 원재료를 수입에 의존하는 국내 식품업계 구조 상 이를 내부적으로 흡수하는 데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올해 국내 산업계 전체 화두로 부상하고 있는 ESG 경영 트렌드로 인해 포장재 가격 부담이 커졌고,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인건비 부담까지 겹치면서 소비자 가격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27일 농촌경제연구소 해외곡물시장정보에 따르면 밀, 옥수수, 대두 등 3대 국제 곡물가격은 최근 1년 사이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작년 5월 밀, 옥수수, 대두의 평균 시세는 각각 1톤당 188달러, 126달러, 310달러 수준이었지만 올해 5월 262달러, 270달러, 576달러로 껑충 뛰었다.
1년 사이 밀 가격은 39.4%, 대두는 85.8% 올랐고, 옥수수는 114.3%로 두 배 넘게 상승했다. 원당, 팜유 등 해외수입 원재료는 물론 돈육 같은 국내 조달 원재료도 모두 상승세가 지속되고 있다.
작년부터 수개월째 가파른 상승세가 이어지면서 업체 별 가격 방어 전략도 한계점에 달하고 있다. 기업마다 사정은 각각 다르지만 보통 3개월 미만 분량을 재고로 보유하고 있다 보니 사태가 길어질수록 원가 압박이 심해질 수 밖에 없는 구조다.
상품별로는 원재료가 많이 필요한 가공식품에 비해 단일 품목 비중이 높은 카테고리에 부담이 크게 작용하고 있다. 예를 들어 다양한 속재료가 필요한 냉동만두 보다는 밀가루나 설탕 같은 제품의 부담이 더 큰 것이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가공식품의 경우 가격이 오르는 재료가 있으면 떨어지는 재료도 있기 마련이라 가격 조정 여지가 있지만 단일 품목은 마진도 적은 데다 대체할 방법이 없기 때문에 그대로 손실을 감수할 수 밖에 없다”고 전했다.
이와 함께 올해는 포장재와 인건비 부담도 크게 작용하고 있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특히 올 초부터 식품산업을 비롯해 전 산업계에서 ESG 경영이 화두로 부상하면서 친환경 포장재와 용기에 대한 수요가 부쩍 증가했다. 기존 포장재 대비 10~20% 가량 비용 부담이 높아지다 보니 이 또한 수익성을 악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는 셈이다.
최저임금의 경우 최근 3년간 누적 인상률이 32.8%에 달하면서 매년 인건비 부담이 늘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 3월 한국경영자총협회 발표한 최저임금 관련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3년간 최저임금 누적 인상률은 주요 선진국 7개국 모임인 G7보다 최소 1.4배, 최대 8.2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업계는 가격 인상에 대해 신중하게 접근할 수 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먹거리에 대한 가격인상은 소비자들의 관심이 높은 데다 자칫 브랜드나 기업 이미지 하락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어서다.
업계 한 관계자는 “국내 식품기업들은 그동안 신년 설 연휴를 기점으로 식품 가격을 인상해왔다”면서도 “올해는 유독 원가 압박이 심해 추가적인 가격 인상을 고민하는 기업이 많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이어 “가장 먼저 인상하는 기업에 초점이 맞춰지다 보니 누가 먼저 인상 카드를 꺼내드느냐가 관건”이라며 “시작만 되면 도미노식 인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일각에서는 올 여름 휴가시즌이 식품 가격 인상의 분수령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도 제기되고 있다.
업계 다른 관계자는 “곡물가격 상승세가 수개월째 지속되면서 기존 재고를 활용하고 내부적으로 손실을 흡수하는 방법은 한계에 달한 상황”이라며 “2분기부터는 원가 상승분이 실적에 본격적으로 반영된다. 식품 수요가 높아지는 여름 휴가철을 이용해 가격 인상에 나설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