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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낙연이 쏘아 올린 기본소득 재원 마련…결국 '증세' 논쟁


입력 2021.05.30 00:35 수정 2021.05.30 20:21        이유림 기자 (lovesome@dailian.co.kr)

"재원마련 없으면 허구" 대선주자 정책검증 본격화

이재명측 "이미 여러차례 밝혀"…장기적으론 증세

공론화 된 적은 없어…전문가 "국민 동의 반드시 필요"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이재명 경기지사 ⓒ데일리안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이재명 경기지사의 '기본소득'을 겨냥해 "재원 조달 방안이 없으면 그것은 허구"라고 직격탄을 날리면서 대선주자 간의 정책 검증이 본격화되고 있다.


앞서 이재명 경기지사는 장기적으로 기본소득을 기초 생활비 수준인 50만원까지 늘려가야 한다고 주장했는데, 이낙연 전 대표는 지난 26일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초청 대선후보 토론회에서 "1인당 매달 50만원을 주게 되면 300조원이 필요하고, 이는 우리나라 예산의 절반에 달한다"고 비판했다.


이 전 대표는 28일 MBC 라디오에 출연해 "부자건 가난한 사람이건, 또는 일을 하건 않건 똑같이 나눠주는 것이 양극화에 도움이 될 리가 없다"며 "이른바 역진적"이라고 지적했다. 기본소득의 실현 가능성과 정책적 효용성 모두 문제를 제기한 것이다.


여권에서는 정세균 전 국무총리, 김경수 경남지사,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 등도 기본소득에 부정적 입장을 피력했다. 야권에선 홍준표 의원이 "허경영식 공약"이라고, 유승민 전 의원이 "악성 포퓰리즘"이라고 깎아내렸다.


기본소득은 재정 문제와 긴밀히 연결돼 있고, 재정 문제는 세금 문제와 맞닿아 있다. 궁극적으로는 '증세' 문제까지 이어진다. 저출생·고령화 사회에서 세금 부담은 날로 증가하는데 기본소득까지 도입하려면 사실상 모든 경제주체가 세 부담을 지금보다 두 배 가까이 감내해야 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재명 지사 측은 "기본소득의 재원 조달 방안은 이미 여러 차례 밝혔다. (이 전 대표의 비판에) 따로 대응하지 않은 이유"라며 지난 2월 7일과 16일 이 지사가 페이스북에 올린 글을 공유했다. 해당 글에는 '단기·중기·장기' 재원 마련 방안이 제시돼 있었다.


이재명 경기지사가 지난해 7월 30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국회 기본소득 연구포럼 창립총회 및 세미나에 참석해 밝은 표정으로 박수를 치고 있다.ⓒ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이재명이 밝힌 기본소득 '중장기' 재원 마련 방안

먼저 단기적으론 '일반예산 절감'을 통해 기본소득 재원을 마련할 수 있다고 봤다. 이 지사는 "1차 정부재난지원금 수준인 1인당 25만원을 연 2회 지급(4인 가구 연간 200만원)하려면 26조원이 필요하다"며 "이는 국가재정의 5%, 작년 GDP의 1.3%에 불과하여 일반예산 조정으로 얼마든지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중기적 방안으로는 '조세감면 축소'를 언급했다. 이 지사는 "1인당25만원씩 분기별 지급(4인 가구 연간 400만원)에는 25조원이 추가로 필요하다"며 "연간 50조~60조원에 이르는 조세감면분을 절반가량 축소하면 조달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장기적으로는 '증세'를 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어차피 우리는 OECD 절반에 불과한 복지 관련 지출을 늘려야 하고 낮은 조세부담률을 끌어올려 저부담·저복지 사회에서 중부담·중복지 사회로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기본소득세수는 전액 기본소득으로 지급한다'는 원칙에 따라 10년 이상의 장기 목표로 기본소득에 대한 국민동의를 전제로 기존 세금에 추가되는 일반 기본소득목적세, 특별 기본소득목적세(데이터세, 로봇세, 환경세, 토지세 등)와 기본소득을 가능한 범위에서 조금씩 늘려가자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다만 기본소득 도입과 정착을 위해선 증세가 불가피한데 이에 대한 공론화가 제대로 이뤄진 적은 없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향후 경쟁 후보들이 증세 문제를 기본소득의 맹점으로 보고 집중 공세를 펼친다면 대선 국면에서 최대 쟁점으로 떠오를 수도 있다.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IMF 이후 30년 가까이 최저임금·기초생활비부터 하나씩 사회보장제도를 만들어왔고 나름대로 잘하고 있는데, 기본소득을 도입하면 이걸 다 걷어낼 수밖에 없다"며 "세금 제도 등을 부분적으로 개보수해야지, 완전히 철거하고 새로 설계하는 게 가능한지, 오히려 낭비가 아닌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최창규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국민의 어느 정도의 삶을 보장하기 위해 기본소득이 논의될 필요는 있지만, 결국 재원 마련이 가장 중요하다"며 "방법은 두 가지다. 세금을 올리거나, 정부가 빚을 더 내거나. 어느 쪽이든 국민의 동의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유림 기자 (lovesom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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