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등록임대 자진말소 요건 완화 및 양도세 중과배제 시한 축소 검토
"임대시장 이해 부족, 임차인 주거 불안만 키워"
# 초등학생 자녀를 둔 40대 A씨는 지난 4월 말 보증금 4억원, 월 90만원에 서울 강남구 역삼동 일원 24평형 아파트 임대차 계약을 맺었다. 집주인이 등록임대주택 사업자여서 시세 대비 월 임대료가 70만원가량 저렴했다. 지난해 거주하던 전셋집에서 쫓겨난 이후 부동산에 소위 '뒷돈'까지 챙겨주며 겨우 구한 월셋집이었다. 하지만 A씨는 최근 다시 주거 불안에 시달리고 있다. 임대사업자 제도가 바뀌게 되면 올 연말까지 집을 팔아야 한다며 집주인이 연락을 해왔기 때문이다.
1일 업계 등에 따르면 지난달 27일 더불어민주당 부동산특별위원회는 '주택시장 안정을 위한 공급·금융·세제 개선안'을 통해 모든 주택 유형에 대한 매입임대주택 신규등록을 폐지하기로 했다. 기존 매입임대주택은 등록 기간이 끝나면 연장 없이 말소된다.
자진말소는 임대의무기간 절반 충족 시 가능했으나 앞으로는 세입자 동의를 얻으면 말소할 수 있도록 바꾼다. 임대사업자 매물을 조기에 유도하기 위해 양도소득세 중과배제 혜택은 말소 후 1년에서 6개월로 축소하기로 했다.
말소 후 임대주택을 6개월 내 팔지 않으면 양도세 중과는 물론 종합부동산세, 재산세 등 보유세 부담이 더해져 임대사업자 세 부담은 종전보다 더 커질 전망이다. 민주당 부동산특위는 이번 세제 혜택 정비로 등록임대 말소가 예상되는 물량 약 65만가구 중 20% 수준인 13만가구가 시장에 매물로 나올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이 소식을 접한 집주인은 A씨에게 "월세 수익으론 세금도 못 내게 생겼다"며 "아직 확정된 내용은 아니지만, 혹시 모르니 이사 갈 마음의 준비는 하고 있어라"고 당부했다.
A씨는 울분을 터뜨렸다. 그는 "지난해 살던 전셋집은 세 부담이 크다며 기존 집주인이 다른 사람에게 팔아버렸고, 새로 온 집주인은 실거주 요건을 채워야 한다며 계약 기간이 남았는데 나가라고 하더라"라며 "집주인과 세입자가 맺은 '약속'을 이렇게 정부가 쥐고 흔들어 버리면 계약서를 쓰는 이유가 없지 않냐"고 말했다.
그러면서 "내 집 마련은 진작 포기하고 큰 욕심 없이 아이 교육만 잘 마칠 수 있도록 해달라는데 그걸 나라에서 막는다"라며 "정말 집 없는 서민들을 위한 정책이 맞냐"고 꼬집었다.
이처럼 시장에선 잘 운영 중인 제도를 건드려 세입자 고통만 키운다는 지적이다. 특히 이달 본격화하는 전월세 신고제를 포함한 임대차 3법으로 시장 불안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등록임대 제도 개편이 임대료 상승까지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성창엽 대한주택임대인협회장은 "2·4대책으로 저렴한 가격에 청약해서 내 집 마련에 나서라고 하면서 임대사업자 매물을 유도해 무주택자들에게 돌리겠다는 건 어불성설"이라며 "청약 기회를 날리는데 누가 다주택자 취득세 부담을 떠안고 매물을 사겠냐"고 설명했다.
이어 "등록임대 말소를 종용하는 탓에 집주인들이 집을 내놓을 수밖에 없다, 들어가서 살아야겠다 하니 세입자들이 더 불안한 상황"이라며 "인근에 집을 구하자니 전세든 매매든 너무 올라버렸고 그렇다고 외곽까지 나가는 건 본인들의 생활이 흔들리게 생겼다"고 덧붙였다.
협회는 이날 임대주택등록 강제 말소, 세제 혜택 박탈 및 임차인 주거 불안 등의 내용을 담은 집단 탄원서를 헌법재판소에 제출할 예정이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임대사업자 혜택을 줄여 시장에 매물을 유도한다는 건 시간을 두고 지켜봐야 알 수 있다"라며 "문제는 소형주택 등 임대사업자 매물이 시장에 나왔을 때 주택구매 여력이 있는 실수요자가 이를 매입해 버리면 실질적으로 임대시장 매물이 줄어드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점"이라고 진단했다.
이 연구원은 "매매시장과 임대시장이 별개로 구분된 것이 아닌데, 이에 대한 이해가 없으면 어떤 제도를 내놔도 시장 상황은 달라지기 어렵다"며 "당분간 집값은 더 오를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