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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보사, 회색 코뿔소 온다…투자 수익률 3% '위기'


입력 2021.06.02 06:01 수정 2021.06.01 11:08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제로금리 직면한 작년보다 올해 초 더 악화

저금리 굴레 벗어나 보험 사업 효율화 절실

운용자산이익률 3% 미만 생명보험사.ⓒ데일리안 부광우 기자

국내 생명보험사들의 올해 투자 성적이 역대 첫 제로금리에 직면했던 지난해보다 더 악화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생명보험업계의 마지노선이었던 연간 3%대 투자 수익률이 올해 처음 붕괴될 것이란 우려마저 제기되는 실정이다.


충분히 예상할 수 있어 오히려 위험을 간과하는 회색 코뿔소 형태의 위기가 조만간 본모습을 드러낼 수 있다는 관측이 확산되는 가운데, 이제라도 생보업계가 저금리만을 탓하는 굴레에서 벗어나 본업인 보험 사업의 효율성을 개선하기 위해 수술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일 생명보험협회에 따르면 국내 24개 생보사들이 올해 들어 2월까지 거둔 투자영업이익은 총 3조6918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5.5%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주요 대형 생보사들도 투자 실적 악화를 빗겨가지 못한 모습이다. 삼성생명의 투자영업이익은 6308억원으로 같은 기간 대비 61.4% 급감했다. 교보생명도 6638억원으로, 한화생명은 5732억원으로 각각 19.1%와 1.0%씩 해당 금액이 감소했다.


자산 규모를 감안한 수익성으로 따져 보면 생보업계의 투자 부진은 더욱 뚜렷해진다. 조사 대상 기간 생보사들의 운용자산이익률은 3.1%로 1년 전보다 0.4%p 하락했다. 운용자산이익률은 보험사가 보유 자산을 현금이나 예금, 부동산 등에 투자해 올린 성과 지표로, 이 수치가 낮아지면 자산운용 능력이 나빠지고 있다는 의미다.


지금과 같은 추세라면 올해 생보사들의 운용자산이익률은 3%대 사수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2%대의 연간 운용자산이익률은 지금까지 생보업계가 단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성적이다. 생보사들의 투자 부진을 둘러싸고 그 어느 때보다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는 이유다.


생보사별로 보면 이미 상당수는 2%대 투자 수익률의 늪에 빠졌다. 특히 최대 생보사인 삼성생명의 운용자산이익률이 2.9%에 머물고 있는 현실은 의미심장한 대목이다. 아직 유일한 사례이긴 하지만 메트라이프생명의 운용자산이익률은 1.8%로 2%대 실적마저 무너진 상황이다. 이밖에 KDB생명·라이나생명(2.5%)·NH농협생명(2.7%)·BNP파리바카디프생명·푸본현대생명(2.8%)·KB생명(2.9%) 등의 운용자산이익률이 3%에 미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금리 하락은 추세적 흐름…보험영업 적자 개선해야"


투자의 발목을 잡은 핵심 요인은 역시 저금리다. 시장 금리가 낮을수록 자산을 굴려 얻을 수 있는 수익률도 함께 떨어지기 때문이다.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하 코로나19)을 계기로 한국은행 기준금리가 유래 없는 0%대까지 추락하면서 직격탄을 맞은 모습이다.


생보업계가 자산운용 성과에 민감할 수밖에 없는 건 전반적인 사업 구조 때문이다. 생보사들은 보험영업에서의 적자를 투자 수익으로 메꾸며 이익을 내 왔다. 사실상 포화 상태인 시장을 둘러싼 과열 경쟁이 일상이 되면서 보험 상품에서의 손실은 어느 순간 기정사실처럼 여겨지기 시작했고, 이로 인해 자산운용에 대한 의존도만 계속 확대된 모양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생보사들이 마냥 제로금리만을 핑계로 삼아선 안 된다는 비판이 나온다. 코로나19 사태가 아니었더라도 저금리 기조는 장기적으로 예견된 상수였던 만큼, 생보사들이 보험영업의 적자를 개선하기 위해 보다 노력했어야 한다는 얘기다.


생보업계에서는 이런 일련의 흐름을 두고 회색 코뿔소의 함정에 빠졌다는 자성의 목소리도 나온다. 회색 코뿔소는 계속적인 경고로 이미 알려져 있는 위험 요인들이 현실로 나타나고 있음에도, 도리어 이를 당연시하다가 더 큰 위험에 빠진다는 의미로 쓰이는 용어다.


생보업계 관계자는 "추세적 저금리를 인지하고 있었음에도 관성대로 유지해 온 생보사의 사업 구조를 근본적으로 바꾸기 위해 이제라도 메스를 들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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