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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당 규약 손봐 '긴급상황' 대비했나


입력 2021.06.03 04:31 수정 2021.06.03 13:14        강현태 기자 (trustme@dailian.co.kr)

이종석 전 통일장관 "신설 제1비서직

김정은 유고 대비 차원일 수도"

지난해 5월 1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평남 순천인비료공장 준공식에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부장 등과 함께 참석해 박수를 치고 있다. ⓒ조선중앙통신

북한이 올 초 제8차 노동당대회를 통해 당 규약을 개정한 가운데 북한이 김정은 총비서의 유고 등 '긴급상황'에 대비하는 체계를 마련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종석 전 통일부 장관은 2일 기자들과의 온라인 브리핑에서 당 규약 개정 내용을 언급하며 "비상상황을 염두에 두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전 장관은 지난해 김정은 총비서의 건강이상설이 불거졌을 당시 권력 승계와 관련한 논란이 일었다며 "나름 보완하는 목적이 있다고 본다"고 밝혔다.


입수된 정보에 따르면, 북한은 당 규약 개정을 통해 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가 제1비서 및 비서들을 선출하도록 했으며, 제1비서를 '총비서 대리인'으로 규정했다.


이 전 정관은 제1비서를 5년마다 개최되는 '당대회'가 아닌 수시 소집이 가능한 '중앙위 전원회의'를 통해 선출할 수 있도록 한 건, 김 총비서 유고 시 신속하게 대응하기 위한 포석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개정된 당 규약에 '제1비서는 총비서의 대리인이다'고 명시돼있다며 "대리인은 기본적으로 백두혈통만 가능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북한 체제 특성상 김 총비서가 직계 가족이 아닌 인물을 대리인으로 내세울 가능성은 낮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같은 맥락에서 김 총비서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조용원 비서 역시 제1비서직을 꿰차진 못했을 거란 관측이다.


다만 이 전 장관은 북한이 최근 인사 현황을 대체로 공개하고 있는 만큼, 제1비서직이 공석일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종석 전 통일부 장관(자료사진) ⓒ뉴시스

아울러 이 전 장관은 "대리인과 후계자는 다를 것"이라며 "대리인은 후계자와 후계를 이어주는 인물(후견인)까지를 포함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현시점에서 잠재적 대리인은 김여정으로 추측된다"고 부연했다.


김 총비서 유고 시 백두혈통인 김여정 당 중앙위 부부장이 어린 나이의 김 총비서 자녀가 후계 수업을 받는 동안, 김 총비서 대리인 역할을 맡을 수 있다는 뜻이다.


다만 일각에선 김 총비서가 업무 분담을 꾀하기 위해 제1비서직을 신설했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정철 서울대 정치학과 교수는 "총비서, 제1비서 사이의 관계는 '비상관계' 일수도 있지만, 업무가 너무 많으면 대리를 시키기 위한 차원일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김정은 북한 총비서와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부장(자료사진) ⓒ한국공동사진기자단
중앙군사위 개최 정족수도 없애


북한이 당 규약 개정을 통해 긴급상황 대응능력을 끌어올린 정황은 당 중앙군사위원회 개최 조건을 신설한 데서도 확인된다.


당 규약 30조에 새로 마련된 내용을 살펴보면, 당 중앙군사위는 '토의 문제의 성격에 따라 회의 성립비율에 관계없이 필요한 성원들만 참가시키고 소집할 수 있다'고 돼 있다. 이는 최고군사지도기관인 당 중앙군사위가 정족수와 무관하게 개최될 수 있다는 뜻이다.


앞서 통일부는 해당 규약과 관련해 "중앙군사위 개최 요건을 완화해 긴급 현안 대응력을 제고했다"고 평가한 바 있다.


무엇보다 당 규약상 김 총비서가 당 중앙군사위원장을 맡게 돼 있는 만큼, 김 총비서 유고 시 총비서 대리인인 제1비서가 군사 분야 주요 의사결정까지 주도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강현태 기자 (trustm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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