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회 연속 유지…한·미 금리 격차 2%P
금리인하 가능성↓…“하반기 이후에”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기준금리를 또 동결했다. 금리 인하가 예상보다 늦어질 수는 있지만, 인상이 이뤄질 가능성은 낮다는 입장과 함께였다.
우리 경제의 고물가·고금리·고환율 등 3고(高) 현상이 지속될 가능성이 커지는 가운데, 한국은행의 통화정책 변화(피벗) 타이밍에도 관심이 쏠린다.
2일 금융권에 따르면 1일(현지시각) 미 연준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만장일치로 정책금리를 연 5.25~5.5%로 동결했다. 지난해 9월 이후 6차례 연속 동결하면서 기준금리는 2001년 이후 최고 수준을 지속하게 됐다.
연준의 기준금리 동결은 인플레이션 완화에 대한 확신이 다소 부족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지난해 12월 금리 인하 의사를 밝힌 연준은 올해 초 노동 시장과 인플레이션이 “더 균형 있게 움직이고 있다”고 밝혔지만 이날은 “최근 몇 달간 2% 인플레이션 목표에 대한 추가적인 진전이 부족”하다고 문구를 추가했다.
다만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현재의 정책이 인플레이션 완화 지속에 충분히 제약적이라고 평가하면며 금리 인상 가능성에 대해선 부정했다. 그는 “다음 기준금리 변동이 인상될 것 같지는 않다”며 “우리가 중점을 두고있는 부분은 긴축 정책을 얼마나 지속하느냐에 있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미국 내 물가가 꺾이지 않자 금융시장에선 기존 전망대로 연준의 올해 세 차례 금리 인하는 불가능할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특히 올해 상반기에 인하가 이뤄질 가능성은 상당히 낮아졌다는 평가다.
그러면서 하반기 기준금리 인하 시점을 엿보던 한은의 셈법도 복잡해지게 됐다. 한은은 연준에 얽매이지 않고 독자적으로 통화정책을 결정하겠다는 입장이지만 한·미 간 기준금리 격차가 역대 최대인 2%포인트를 유지하게 된 점을 감안하면 섣불리 금리 인하에 나서긴 어렵다는 의견이 나온다.
우선 우리 경제에 지속적으로 이어지고 있는 3고 현상이 발목을 잡고 있는 모습이다. 고환율·고유가에 따른 물가 상승은 한은의 물가 목표(2%) 달성을 어렵게 해 기준금리 인하 명분이 사라지기 때문이다.
시장은 연준의 기준금리 인하 시점이 지연되는 가운데 주요국들이 먼저 통화 완화로 전환하게 되면, 상대적으로 달러 강세가 두드러지면서 원·달러 환율 상승을 자극할 가능성이 높다는 조언이다.
실제 최근 원·달러 환율이 1300원 중후반대로 높아졌고, 중동전쟁 리스크에 따른 유가도 급등했다. 환율 상승이 지속되면 수입물가에 상승 압력을 가해 소비자물가를 끌어올리는 요인으로 작용하게 된다.
지난달 소비자물가가 전년 동월 대비 2.9% 상승하면서 3개월 만에 2%대로 내려오기는 했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을 나타냈다.
여기에 엔·달러 환율이 달러당 160엔에 육박할 정도로 ‘초엔저’ 현상이 나타나는 점도 부담이다. 이는 엔화와 동조화 흐름을 보이는 원화 가치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설상가상으로 국내 경기 지표마저 기준금리 인하를 주저하게 하고 있다. 올해 1분기 국내총생산(GDP) 실질 성장률은 1.3%(속보치)로 깜짝 성장을 했다. 따라서 한은의 5월 수정 경제 전망에서 연간 성장률 전망치는 기존 2.1%보다 상향 조정될 가능성이 커졌다. 경기 상승이 지속되면 자칫 물가 상방 압력 확대로 이어져 안정 목표 달성 시점이 늦춰질수 있어 금리 인하 시점이 지연될 수도 있다.
전문가들은 한은의 금리 인하 전환이 당분간 어려울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실장은 “여전한 물가 불안으로 연준의 금리 인하 시점이 예상보다 지연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한은의 통화정책이 제약을 받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며 “연준과 한은의 순차적 금리 인하를 전제로 한다면, 한은의 금리 인하 시점은 8월 이후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