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돔투어·오리콘 정상 넘쳐나는데…왜 뉴진스에만 ‘열광’할까 [D:가요 뷰]

“여신들은 계속해서 새로운 전설을 만든다.”

지난달 26일과 27일 양일간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뉴진스 팬미팅 ‘2024 버니즈 캠프’와 관련해 일본 산케이스포츠에 실린 기사 내용이다. 산케이스포츠 외에도 뉴진스의 팬미팅 공연 기간 일본 현지 스포츠 신문들은 뉴진스를 1면에 내세운 특별판을 제작해 판매했고, 특별판은 일부 편의점에서 매진되기도 했다.

ⓒ어도어

오리콘 뉴스는 “대세 아이돌이 1980년대 노래를 청량하게 부르고 환한 미소를 띠며 객석을 감미로운 분위기로 만들었다”며 “노래가 끝난 후 암전돼도 도쿄돔은 충격의 여운이 계속되고 환희로 가득 찼다”고, 아사히신문은 “80년대 아이돌의 에너지가 지금 시대에 되살아난 것 같은 느낌”이라고 보도했다. 공연이 끝난 후에도 일본 방송사의 아침 프로그램들에서 뉴진스 팬미팅 소식이 잇따라 전해졌다.

사실상 현지에서 외국 가수의 내한공연이 이처럼 주목받는 사례는 드물다. 물론 해당 공연이 양일간 9만1000명의 관객이 운집했고, 객석이 일찌감치 매진되면서 시야제한석까지 열었던 것만으로도 정식 데뷔 2년이 채 되지 않은 그룹의 성적이 놀랍긴 하다. 그런데 이미 일본 도쿄돔에선 숱한 한국 아이돌 그룹이 일본 관객과 만나왔다.

현재는 한국 아이돌 그룹이 일본의 대표 대중음악 순위차트인 오리콘 차트의 정상을 찍는 것이 당연하게 여겨지고, 심지어 미국 빌보드 차트 입성도 낯선 뉴스가 아닌 시대다. 동남아는 물론 미국과 영국 등 글로벌 투어를 진행하면서 연일 좌석이 매진됐다는 뉴스도 쏟아지고 있다. 그만큼 이번 뉴진스에 대한 일본의 유난한 반응은 이들이 얼마나 이례적인 신드롬을 일으키고 있는 것인지 보여주는 대목이다.

업계에선 뉴진스가 기존 아이돌과 차별화된 음악과 비주얼로 한국에서 빠르게 인기를 얻은 것처럼, 일본 역시 같은 이유로 신드롬을 일으킨 것이라고 보고 있다. 일각에선 지금까지 아이돌 그룹이 일본에서 만들어온 길과는 다른, 새로운 케이팝의 확장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가장 눈길을 끄는 건 팬덤의 확장이다.

ⓒ어도어

그간 일본 내에서 한류는 여성 팬들이 주도해왔다. 그런데 이번 뉴진스의 공연에는 여성 팬들은 물론 남성 팬덤까지 대거 형성된 것으로 보인다. 심지어 중년 남성 팬들까지 있었다. 기존에도 쉽게 들을 수 있는 이지리스닝 곡으로 ‘뉴진스 오지상’(뉴진스 좋아하는 아저씨)라는 말이 있을 정도였지만, 이번에 하니가 1980년대를 주름잡았던 마쓰다 세이코인 ‘푸른 산호초’를 부르면서 일본의 중년 남성을 대거 이끌었다. 한국에 부정적인 경향이 강한 일본의 중년 남성의 벽을 허물었다는 평이다.

또한 뉴진스의 이번 신드롬에는 외적인 요인도 작용했을 것으로 보인다. 최근 뉴진스의 소속사인 어도어 민희진 대표와 모그룹 하이브 방시혁 의장의 갈등이 불거진 것에 따른 영향이다. 이미 해외 언론에서도 이들의 내홍이 비중 있게 다뤄졌던 만큼, 민희진 대표가 이끄는 뉴진스에 대한 대중적 관심도 클 수밖에 없다.

서정민갑 평론가는 “일본은 한국 아이돌에 대해 기본적으로 관심을 갖고 있다”면서도 “최근 민희진 대표와 하이브의 내홍이 세계적으로 주목을 받으면서 뉴진스에 대한 관심이 더 커진 상황처럼 느껴진다”고 말했다.

뉴진스의 음악적 차별성도 언급했다. 그는 “뉴진스는 복고적 스타일을 뮤직비디오 등의 콘텐츠로 만들어내면서 다른 아이돌과 달리 훨씬 더 흥미로운 콘텐츠로 여겨지는 부분이 있다. 이밖에도 해외 진출의 첫 국가로 일본을 선택해 공연을 펼친 점, 요즘 한국 아이돌 음악의 트렌드로 자리 잡은 이지리스닝 음악 등의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며 “당연히 뉴진스의 이번 일본 진출은 기존 아이돌 그룹이 만들어 놓은 것의 연장이긴 하지만, 그것을 어떻게 연장을 시키고 있느냐에 있어서 분명 차별이 되는 지점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