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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여일 무단결근 인정하지만, 해고는 부당?'… 중노위의 오지랖 [데스크 칼럼]


입력 2024.07.12 10:42 수정 2024.07.12 11:59        지봉철 기자 (Janus@dailian.co.kr)

중노위, 금속노조 간부 출신 현대제철 근로자의 ‘부당해고 구제신청’ 판결

사측이 주장한 55일 무단결근 중 40일만 무단결근 판단, ‘해고는 과한 양정’ 결론

현대제철 단체협약 '월 무단결근 7일 이상'이면 해고...사규 무시한 중노위 판단에 '답답'

김태기 중앙노동위원회 위원장ⓒ뉴시스

# 장면1. 삼성전자 최대 노조인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전삼노)이 노조원에게 "집행부 지침 전까지 회사에 파업근태를 올리지 말고 절대 출근하지 말라"고 주문했다.


파업에 참여하는 직원은 파업 근태를 상신해야 무단결근 처리되지 않는데, 노사 협상이 타결될 때까지 신청하지 않아도 불이익이 없다고 주장하며 독려하고 있는 것이다. 삼성전자 내규에 따르면 직원의 무단결근시 회사는 징계위원회를 소집하게 돼 있어, 파업이 장기화할 경우 후유증도 커질 수 있다.


실제 삼성전자는 전삼노의 무노동·무임금 파업 선언 이후 인사란에 파업 근태 항목을 신설했다. 파업 근태를 올리면 당일 임금은 지급되지 않는다.


#장면2. 중앙노동위원회가 금속노조 충남지부장 출신의 현대제철 근로자 A씨와 노동조합이 제기한 ‘부당해고 구제 신청’에 대해 충남지방노동위원회의 초심 결과를 뒤엎고 노조의 손을 들어줬다.


이 다툼의 쟁점은 A 지부장의 단체교섭 활동 기간이 근무 일수로 인정되느냐였다. A 씨는 단체협약과 관행에 따라 교섭위원 역할을 사측에 통보하고 활동한 이 기간을 근무 기간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현대제철 사측은 A 씨의 교섭위원 자격을 인정하지 않았던 만큼 교섭 활동 기간(2023년 4월 13일~8월 1일) 55일을 무단결근으로 봤다. 현대제철 단체협약에 따르면, 월 7일 이상 무단결근은 해고 사유다.


앞서 충남지방노동위원회는 올해 2월 해당 근로자가 사용자로부터 교섭위원의 처우를 인정받지 않은 상태였지만 근태 관리자에게 회사로부터 승인을 받았다고 오인할 수 있도록 속인 후 55일간 무단결근을 했고, 무단결근 기간에도 정상적으로 임금을 받아 회사에 손해를 끼쳤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중노위에서는 사용자 측이 주장한 기간 중 4월13일~7월16일까지의 39일의 무단결근은 인정되나 7월17일~8월1일까지의 무단결근과 근태 관리자들을 기망했다는 부분에 대해서 인정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한마디로 '40여 일의 무단결근은 인정하지만, 해고는 부당하다'는 것이다.


'40여 일의 무단결근은 인정하지만, 해고는 부당하다'


그간 많은 노동 관련 송사에서 지방노동위원회의 판단이 중앙노동위원회로 올라오면서 뒤집히는 경우가 적잖이 있었다. 대부분의 경우, 중노위의 판단에 정당성과 객관성이 뒷받침됐다고 하더라도 이번 현대제철 건을 바라보는 시각은 아무래도 석연치 않다.


중노위의 판결을 세부적으로 보면 A씨가 무단결근을 한 것은 사실이지만 회사가 무단결근에 대해서 사실을 적극적으로 파악하지 못했고 그에 따라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는 점을 회사의 귀책사유로 지적했다. 또 A씨가 27년간 회사를 다니는 동안 징계받은 사실이 없다는 점, 7월17일부터 8월1일까지는 무단결근으로 볼 수 없다는 점을 들어 해고는 너무 과하다고 본 것이다.


그러나 쟁점이 된 기간중 일부(7월17~8월1일까지)가 무단결근이 아니었다 하더라도 무려 40여 일의 기간은 무단결근이었다. 근로기준법 제23조는 정당한 이유 없는 해고와 징계를 금지하고 있지만 무단결근, 회사명예 실추, 비밀누설, 불법집단행동 등은 사회 통념상 근로관계를 계속할 수 없을 정도의 귀책 사유다.


특히 무단결근은 일시적 어려움을 넘어 회사 경영에 직접적인 타격을 주는 행위다. 기업들 사이에서 이번 판결이 '노조 편들기'라는 비난이 일고 있는 이유다.


저간의 상황을 종합해보면 중앙노동위원회의 결론은 사실관계와 사회적 상식이라는 판단기준보다는 '노조 활동에 대한 지지' 또는 ‘해고는 너무한 처사’라는 다분히 편향적이고 감정적인 판단을 기준으로 삼은 결과가 아닐까 하는 의구심이 든다. 만약 A씨가 노조 활동과 무관한 일반 근로자였어도 같은 판결을 내렸을지 말이다.


실제 국내 산업계의 노조리스크가 만연하는 것은 노사갈등 해결에 감초처럼 끼어드는 중노위의 넓은 오지랖도 주요 요인이다. 회사와 노조가 함께 정해놓은 내부 규정은 허울뿐이고 노동위원회 위원들의 성향과 입장에 따라 결과가 휘둘리는 상황을 손 놓고 지켜봐야 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관행이라는 그늘아래서 당연하게 생각하며 속이고 눈감아줬던 관계를 이참에 끊어내지 않으면 결국 피해는 선의의 일반 직원에게 전가된다. 사측이 강성노조와의 갈등을 피하려고 적당히 타협하면서 편의와 특혜를 제공한다면 전체 직원의 업무 피로도는 커질 수밖에 없다.


그래서 '40여 일의 무단결근은 잘못됐으나 해고라는 양정이 과하다'는 중노위의 판단은 일반 국민이 이해하고 있는 수준을 한참 벗어났다. 중노위의 사회적 통념부터 달라져야 한다. 중노위가 진정 노동관계의 적절한 조정을 목적으로 구성된 조직이라면 앞으로 상식적이고 합리적인 판단을 해 주길 기대해 본다.

지봉철 기자 (Janus@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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