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타자’ 선린상고-고려대-LG-해태 활약 후 삼성에서 현역 은퇴
재치 넘치는 입담 ‘그라운드 개그맨’, 스포츠 해설·방송에서 인기
동료 방송인들 “방송에 진심…호랑이상 얼굴에 속은 여렸던 사람”
야구를 사랑하고 방송에 진심이었던 이병훈 해설위원이 57세를 일기로 별세했다.
지난 5월. TV조선 예능 ‘인생감정쇼, 얼마예요?’에 함께 출연한 방송인 동료의 자녀 결혼식에 참석해 축하를 전할 만큼 건강이 호전된 모습을 보였던 그가 12일 심근경색으로 황망히 우리 곁을 떠났다.
고인은 생전에 ‘그라운드의 개그맨’이라 불릴 만큼 입담이 좋았고, 특유의 재치와 언변을 살려 프로야구 해설위원을 역임했고, 여러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하기도 했다.
고인의 프로야구 야구선수 시절은 7년으로 짧지만 굵직하게 활약했다. 선린상고(현 선린인터넷고)와 고려대를 졸업한 뒤 1990년 MBC 청룡으로부터 1차 지명을 받은 고인은 팀이 LG 트윈스로 간판을 바꿔 달면서 LG로 직행해 입단했다. 1990년 정규시즌 타율 0.258을 기록한 고인은 그해 한국시리즈에서 결정적 순간마다 맹타를 휘두르며 LG 트윈스의 창단 첫 우승을 견인했다고 평가받는다.
1992년은 ‘4번 타자’ 이병훈에게 최고의 한 해였다. 타율 0.300, 16홈런, 45타점의 ‘강타자’로 프로야구 팬들의 사랑을 듬뿍 받았다.
1993년 시즌이 끝난 뒤 해태(현 KIA) 타이거즈로 트레이드된 고인은 중장거리 타자로 활약했고, 1996년에는 삼성 라이온즈로 트레이드됐다. 호랑이상의 이병훈은 사자팀으로 옮겨간 그해 시즌을 마친 뒤 현역에서 은퇴했다. KBO리그 통산 성적은 516경기, 타율 0.267, 38홈런, 169타점이다.
그의 야구 사랑, 프로야구 발전에 대한 공헌은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현역 시절부터 남다른 입담을 자랑했던 고인은 은퇴 이후 마이크 앞에서 재능을 과시했다. SBS 라디오와 원음방송 등에서 라디오 해설을 했고 2006년부터는 TV로 진출, KBSN 스포츠 야구 해설위원으로 큰 사랑을 받았다.
2015년에는 아프리카TV에 개설한 ‘상남자TV’를 통해 해설을 이어갔는데, 공공채널을 벗어나자 물 만난 물고기처럼 구수하면서도 촌철살인의 논평을 뽐냈고 “해설이 이렇게 웃겨도 되느냐” “야구 볼 맛 난다” 등 시청자 호평이 줄을 이었다. 최근까지 SPOTV 소속 스포츠 해설가로 활동했다.
이병훈 해설가는 스포츠 해설에 있어 가장 중요한 일은 전문 지식이나 용어가 아니라 상황을 빠르게 간파해 쉬운 표현으로 시청자의 이해를 돕는 것임을 일깨웠고, 재미라는 부가적 미덕까지 더해 스포츠 경기 관람의 즐거움을 돋웠다.
전문적 식견이 없어서가 아니었다. 선수를 보는 안목도 대단했다. 류현진(한화 이글스) 선수가 2012년 시즌이 끝나고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에 진출할 당시, 국내 야구선수 가운데 가장 크게 성공할 것으로 전망했던 이가 고인이었다.
대중적 인지도와 특출난 재담에 힘입어 생전의 이병훈은 야구 중계뿐만 아니라 다양한 방송에 출연했으며, 영화에도 카메오로 출연했다. 영화 ‘슈퍼스타 감사용’ ‘글러브’ ‘수상한 고객들’에 해설위원으로 특별출연했다.
이병훈 해설가 생전에 함께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했던 방송 동료는 “방송에서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하는 프로였다. 자신의 이미지보다 프로그램이 원하는 바가 무엇인지를 정확히 알고 악역도 마다하지 않았고, 녹화가 끝나면 ‘방송을 위해서지만, 미안하다’고 사과하던 분이었다. 겉모습은 강하지만 속은 여린 분이었다”고 고인을 추억했다.
또 다른 방송인은 “지난 5월 아들 결혼식에 와서 그렇게 건강한 모습을 보여주더니 너무 황망하다. 병마를 잘 이겨낸 것으로 생각했는데…. 삼가 고인의 명복을 염원하고 있다”며 안타까워했다. 최근 지병 악화로 심장수술을 받았으나 호전되지 못하고 심근경색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선수 시절처럼 짧고 굵은 생을 마감한 고 이병훈 해설가. 유족으로는 부인 백영미 씨와의 사이에 2남 청하, 강호 씨가 있다. 빈소는 경기도 수원 성빈센트 병원 장례식장 5호실에 마련됐으며 발인은 14일 오전 5시, 장지는 경기도 화성 함백산 추모공원이다. (유가족 대표 이청하 010-5757-92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