巨野, '쟁점법안' 2건 본회의 단독 상정
국민의힘, '필버' 대응…"악법 중 악법"
민주당 "尹, 거부권 또 행사 말라" 압박
추경호 "거부권 유도해 탄핵선동 악용"
여야가 민생회복지원금법(전국민 25만원 살포법)과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합법) 등 처리를 앞두고 정면 충돌했다. 민주당은 이들을 "민생위기 극복의 마중물"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경제를 망치는 반경제 악법"이라고 반발했다. 여야의 강 대 강 대치는 8월 국회에서도 이어질 전망이다.
더불어민주당 등 야권은 1일 오후 국회 본회의에 이같은 내용의 법안을 상정해 강행 처리하려 했다. 그러나 25만원 살포법이 본회의에 상정되자 국민의힘이 필리버스터(무제한토론)로 맞서면서 이날 야권의 단독 처리는 일시 제동이 걸렸다. 이에 야당은 무제한토론 종결을 요구하고 이튿날 오후 표결 절차에 돌입할 방침이다.
야당은 여당의 무제한토론이 시작된지 약 5분 만에 '무제한토론 종결 동의의 건'을 제출했다. 국회법에 따라 필리버스터 시작 24시간이 지나면 재적의원 5분의 3(180석) 이상의 동의로 토론을 강제 종료할 수 있다. 이에 따라 국민의힘의 무제한토론 강제 종결과 법안 표결은 오는 2일 오후 3시경 이뤄질 전망이다.
야권이 거대 의석으로 밀어붙여 이날 본회의에 상정한 '전국민 25만원 살포법'은 이재명 전 대표가 발의한 1호 민생법안이다. 전 국민을 대상으로 지역사랑상품권을 소득 수준에 따라 25만~35만원을 살포한다. 소요 예산은 13조원 수준으로 추산된다. 대한민국 1년 GDP(2243조 2204억원 가량)의 0.6%에 해당하는 액수다.
이와 관련, 배준영 국민의힘 원내수석부대표는 본회의 의사진행발언에서 "오늘 상정된 '현금살포법'은 국민이 반대하는 법"이라며 "나라가 빚을 내 상품권을 만들기 때문에 민간 이자율을 끌어올리고 소비가 더욱 줄게 될 것이다. 조삼모사에도 못 미치는 민생 소비 위축 법안"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박성준 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는 "지역 시장에 방문하면 다들 'IMF보다 더 어렵다, 뭔가 계기가 필요하다'는 이야기를 하지 않느냐"라며 "정부·여당이 경기가 정말 어려운 시점에 손을 내밀어서 더 건설적인 안을 보자고 했으면 윤석열 대통령이 점수도 더 얻고 시대적 전환을 만드는 계기가 됐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계약 관계가 존재하지 않는 원청과 하청 사이에 무거운 책임을 지우고, 불법 파업에 대해서도 손해배상청구를 제한하는 내용의 '노란봉투법'도 기폭제다. 노조의 쟁의행위 등으로 인한 귀책사유로 사측에 손해가 발생하더라도 손해배상 청구 범위가 제한될 수 있다. 산업 현장이 노사분규로 혼란을 겪을 수 있는 대목이다.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노란봉투법을 '불법파업조장법'으로 명명한 뒤 "기업인들에게 기업하지 말고 365일 내내 파업 대응만 하라는 이야기"라며 "이 법이 통과되면 무분별한 노사분쟁과 파업으로 기업은 해외 이전, 일자리 위협받는 근로자에게 피해가 돌아간다"고 말했다.
경제계도 야당을 규탄하고 나섰다. 한국경영자총협회와 대한상공회의소, 한국경제인협회, 한국무역협회, 중소기업중앙회, 한국중견기업연합회 등 경제 6단체는 기자회견을 열어 "야당이 산업현장의 절규를 무시하고 정략적 판단으로 국가 경제를 위태롭게 하는 개악안 처리를 강행하는데 대해 강력 규탄한다"고 밝혔다.
노란봉투법이 노조의 쟁의행위에 대한 손해배상책임을 제한함에 따라 산업 현장이 노사분규로 큰 혼란을 겪게 될 것을 우려한 것이다.
하지만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는 "국민이 죽든 말든 민생이 어렵든 말든 오직 권력의 눈치만 보는 집권여당의 용산 거수기 행태를 강력히 규탄한다"며 "민주당은 국민이 부여한 책임을 무겁게 받들어 민생입법과 개혁에 더욱 매진할 것"이라고 강변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해 방어에 나설 전망이다. 22대 국회 들어 발의·상정된 모든 법안들이 여당을 배제한 가운데 야권 단독으로 처리됐다. 특히 야권은 정부·여당이 뚜렷하게 반대 입장을 내는 법안만 골라 '민심'을 앞세워 밀어붙이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민주당이 사실상 장악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가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 발의 요청' 국민동의 청원 청문회에 화력을 집중하는 상황으로 미뤄보면, 실상은 대통령의 거부권을 유도해 민심 악화를 유발하는 전술을 구사하고 있다는 의구심이 제기된다. 민주당이 견인하는 민생을 대통령이 방해한다는 이미지를 심어 '탄핵 명분'을 삼으려는 정략적 의도가 반영됐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추 원내대표는 국회 본청 로텐더홀에서 열린 규탄대회에서 "이재명 전 대표는 이것을 '먹사니즘'이라고 하지만 '막사니즘'"이라며 "산업현장의 대혼란, 선심성 포퓰리즘의 악영향을 알면서도 밀어붙이는 법안은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를 유도해 탄핵 선동에 악용하려는 저열한 속셈"이라고 질타했다.
한편 민주당 등 야6당이 공동발의한 이진숙 신임 방송통신위원장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이날 국회 본회의에 보고됐다. 이 위원장 취임 하루 만이다. 윤석열 정권 내 방통위원장에 대한 탄핵소추안은 이동관·김홍일 전 위원장과 이상인 위원장 직무대행에 이은 네 번째다.
탄핵소추 사유로 △상임위원 2명만으로 공영방송 임원 선임 안건 의결해 방통위설치법 위반 △기피신청 의결에 참여할 수 없는데도 회의를 소집해 기피신청을 기각 △방문진 이사 임명 심의·의결 과정 방통위법 위배 등을 탄핵소추 사유라고 적시했다.
국회법에 따르면, 탄핵소추안은 본회의에 보고된 지 24시간 이후 72시간 이내에 무기명 투표로 표결에 부쳐진다. 민주당은 탄핵안 보고 24시간 후인 2일 오후 본회의를 열고 탄핵안을 상정·표결 처리하겠단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