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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웰 출시 예정대로?" D-20, 엔비디아 AI칩 로드맵 향방은


입력 2024.08.08 11:56 수정 2024.08.08 12:23        조인영 기자 (ciy8100@dailian.co.kr)

美 경기 침체, AI 거품론, 정부 반독점법 검사 악재 겹쳐

GB200 시제품 설계 결함에 블랙웰 출시 연기 보도도

"제품 이슈, 우려할 수준 아냐…올해 B100·B200 출시 전망"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지난 2일 타이베이 국립대만대 종합체육관에서 한 '컴퓨텍스 2024' 기조연설에서 올 하반기 출시할 AI가속기 '블랙웰'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로이터/연합뉴스

미국 경기 침체 우려로 반도체주가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는 가운데, 엔비디아에 대한 시장의 관심은 달아오르고 있다. AI(인공지능) 가속기 블랙웰(Blackwell) 출시 연기 소문, 미 정부의 반독점법 위반 조사, AI 거품론 등의 악재가 한 데 얽혀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삼성전자는 엔비디아향 5세대 HBM(고대역폭메모리) 공급 소문으로 세 번이나 홍역을 치르기도 했다.


시장은 3주 앞으로 다가온 엔비디아의 2분기(5~7월) 실적발표에 주목한다. 젠슨 황 CEO가 직접 나서 엔비디아를 둘러싼 갖가지 의혹과 우려들을 해소하고, 차세대 AI칩 로드맵 방향성도 재확인할 필요가 있다는 판단이다. 일각에서는 우려와 달리 블랙웰 신제품 효과로 엔비디아가 'AI 반도체 왕자' 명성을 이어갈 것이라는 데 무게를 둔다.


8일 업계에 따르면 엔비디아는 오는 28일(현지시간) 2025 회계연도 2분기(5~7월) 실적을 발표한다. 지난 5월 말 가진 1분기(2~4월) 실적 발표에서 엔비디아는 2분기 예상 매출액을 280억 달러로 전망하며 1분기(260억 달러)를 웃돌 것으로 낙관했다.


이 전망에는 엔비디아가 개발한 차세대 AI 가속기 블랙웰 효과가 반영돼있다. 올해 하반기 출시 예정인 블랙웰은 호퍼 아키텍처 기반의 H100 보다 최대 30배의 성능 향상을 제공하며, 비용과 에너지 소비는 최대 25배 적은 것이 특징이다.


젠슨 황 CEO는 1분기 실적발표 당시 "우리는 다음 성장의 물결을 맞이할 준비가 돼있다. 블랙웰 플랫폼은 본격적으로 생산중이며 조 단위 파라미터 규모의 생성 AI 기반을 형성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순항하던 엔비디아는 최근 몇 가지 암초를 만났다. 제품 결함 이슈, 정부 조사, AI 거품론이 한꺼번에 몰아닥쳤고 그 여파에 주가는 등락을 거듭하고 있다.


3일(현지시간) IT 전문매체 디인포메이션은 소식통을 인용해 엔비디아가 고객사인 마이크로소프트(MS)와 다른 1곳의 클라우드 업체에 블랙웰 GB200 납품 연기를 통보했다고 보도했다. 출하 지연은 GB200 시제품에서 설계 결함이 발견됐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면서 매체는 엔비디아가 내년 1분기는 돼야 이 칩을 공급할 것이라고 전했다. GB200은 B200 2개에 그레이스 중앙처리장치(CPU)를 붙인 제품이다. B200은 호퍼 아키텍처 기반 H100을 뛰어넘는 차세대 AI칩이다. 메타와 구글은 GB200을 100억 달러어치에 해당하는 40만개를 구매했고 마이크로소프트는 6만5000개를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엔비디아는 해당 칩 생산이 "하반기에 늘어날 것"이라고만 답했을 뿐 자세한 설명은 하지 않았다. 설계 결함 및 고객 인도 지연은 제조사에게나 고객사에게나 악재다.


엔비디아가 18일(현지시간) 차세대 AI(인공지능)칩 '블랙웰(Blackwell)'을 공개했다.ⓒ엔비디아

엔비디아는 미국 법무부로부터 반독점법 위반 혐의 조사도 받고 있다. 미 법무부는 엔비디아가 AI칩을 판매하는 과정에서 부당한 압력을 행사했다는 경쟁사들의 신고를 접수하고 사실을 확인중이다.


또한 애플이 자사의 AI 학습에 엔비디아 GPU를 사용하지 않고 구글 TPU(텐서처리장치)를 사용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철옹성 같던 엔비디아의 명성이 흔들리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시장 안팎에서는 엔비디아의 제품 이슈가 심각한 상황이 아닌만큼 조만간 우려가 걷힐 것이라는 데 무게를 둔다.


현대차증권은 "B100, B200은 기본적으로 수냉식(water cooling)이며 마더보드 실장 과정에서 발열 문제가 발생하면서 이를 공랭식(air cooling)으로 전환했다"며 "지난주 CLSA(홍콩계 증권사)에서 B100 생산 취소가 언급됐지만 생산 취소는 아니며 향후 생산 공정상 B100, B200 대신 과도기적 단계인 B200A로 갈 수도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어 "B200A의 A는 공랭식을 의미하며 현재 생산중인 H200 외에 향후 생산될 블랙웰 시리즈, 특히 B200과 GB200에 대한 수요는 여전히 견조하다"고 강조했다.


그럼에도 업계는 확실한 의혹 해소를 위해서는 젠슨 황 CEO가 조만간 직접 입을 열어야 한다고 본다.


AI 생태계는 엔비디아와 같은 팹리스(반도체 설계), 메모리 제조사(한국), 파운드리(대만) , 소재·부품·장비(일본)업체가 운명을 같이한다. 수백억 달러 어치를 주문한 다른 빅테크들도 마찬가지다.


실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AI 가속기에 탑재되는 HBM 공급으로 올해 뚜렷한 실적 회복세를 보였다. 2분기 실적설명회에서 SK하이닉스는 "HBM3E는 올해 전체 HBM 출하량의 절반 이상을 차지할 것"이라고 밝혔으며 삼성전자도 "HBM 내 HBM3E 매출 비중은 4분기 60% 수준까지 확대될 것"이라며 탄탄한 공급을 예고했었다.


HBM3E 12H D램 제품 이미지ⓒ삼성전자

그런 가운데 불어닥친 빅테크들의 주가 급락 이슈는 당황스러울 수밖에 없다. 주가 거품이 걷히는 정도라면 다행이나, AI 주요 수요처인 팹리스들이 돌연 투자 조절에 나서거나 주문량을 축소할 경우 국내 반도체 연쇄 타격은 불가피하다.


다만 시장이 엔비디아 GPU의 기술적 우려가 크지 않다고 보고 있고, 엔비디아 대항마도 뚜렷하지 않기에 엔비디아의 순항 체제는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는 데 무게가 쏠린다.


시장조사기관인 트렌드포스는 "최근 엔비디아가 B100을 취소하고 B200A로 전환한다는 소문이 돌았지만, 엔비디아는 CSP(클라우드 서비스 제공자) 고객을 타깃으로 삼고 있기에 올 3분기 B100/B200 출하를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과도기 단계인 B200A를 비롯해 블랙웰의 성능을 한층 높인 블랙웰 울트라는 내년 2분기부터 시장에 선보일 것으로 예상했다. B200A는 총 용량이 144GB인 4개의 12단 HBM3E가 탑재된다.


트렌드포스는 "고성능 B200 및 GB200 랙(rack)이 CSP및 OEM의 하이엔드 AI 서버 수요를 충족할 것"이라며 "전력 소모량이 낮은 과도기적 제품인 B100은 기존 CSP 주문을 완료한 후 점차 B200, B200A, GB200 랙으로 대체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2025년에는 블랙웰 플랫폼이 엔비디아 하이엔드 GPU 출하량의 80% 이상을 차지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 같은 긍정적 전망이 현실화될 경우 HBM 공급사인 삼성과 SK도 AI칩 수혜를 동반 누리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엔비디아의 블랙웰 기반 B100/B200에는 8단 HBM3E 8개가 탑재되며, 블랙웰 울트라에는 12단 HBM3E 8개가 적용된다.


곽노정 SK하이닉스 대표이사 사장은 전날 가진 '함께하는 더(THE) 소통행사'에서 "내년 초까지 메모리 수요가 견조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HBM 등 AI 메모리 경쟁력을 제고하겠다고 밝혔다.


엔비디아 AI 칩 개발 타임라인과 HBM 사양ⓒ트렌드포스

조인영 기자 (ciy810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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