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尹에 복권 요청했었다" 환영
김경수 세(勢) 얕보고 있다는 분석
"실제로는 '나 떨고 있니?' 아니겠나"
'사법리스크' 경쟁 구도 '격변' 가능성
이재명 민주당 전 대표가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의 복권에 '환영의 메시지'를 표명했다. 당대표 연임이 기정사실화 된 상황에서 '대인배'스러운 면모와 함께 차기 대권주자 위상에 흔들림이 없다는 점을 강조하겠다는 속내로 읽힌다. 정치권 안팎에선 이 전 대표가 김 전 지사의 파급력을 얕보고 있지만, 이 전 대표의 '사법리스크' 향배에 따라 향후 경쟁 구도가 바뀔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의 복권 여부는 13일 국무회의 의결을 거쳐 확정된다. 현재로선 김 전 지사의 '복권'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김 전 지사는 '드루킹 대선 불법댓글 조작 사건'과 관련해 지난 2021년 7월 대법원에서 징역 2년이 확정돼 복역하다가 2022년 12월 신년 특사로 사면됐지만, 복권은 되지 않았다. 이에 2027년 12월까지 피선거권이 제한됐었다.
오는 2026년 지방선거와 2027년 대선에 출마할 수 없는 상황 속에서 이번 광복절 특별사면을 통해 복권되면 피선거권이 회복된다.
이와 관련 이재명 전 대표 측은 김경수 전 지사 복권 문제가 지난 4월 윤석열 대통령과 회담을 앞두고 이미 거론됐다고 밝혔다. 지난 10일 이 전 대표 측은 "양자회담 사전 의제를 조율하는 과정에서 대통령실이 김경수 전 지사와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 아내인 정경심 전 동양대 교수를 복권하는 것이 어떻겠느냐는 의사를 물어왔다"며 "이재명 전 대표는 동의한다는 뜻을 전했다"고 말했다.
전당대회 경기 지역 경선에서 압승한 뒤 이 전 대표도 직접 입을 열었다. 이 전 대표는 "윤 대통령에게 직간접적으로 여러 루트를 통해 (김 전 지사의) 복권을 요청한 바 있다"며 '포용'의 메시지를 나타냈다.
박찬대 당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도 지난 11일 "8일 사면·복권 회의 훨씬 전에 대통령실의 (사면·복권과 관련한) 질문이 있었다"며 "이 전 대표의 의견을 전달받고, 다른 분의 의견을 전달받아 직접 대통령실에 전달했다"고 밝혔다. '이 전 대표가 직접 김 전 지사의 사면을 요청했다'는 주장에 힘을 실은 것이다.
이 전 대표가 김 전 지사의 복권에 외견상 환영의 메시지를 꺼내든 건 차기 대권주자로서 포용력과 자신감을 내비치기 위해서라는 분석이 나온다. 민주당의 '이재명 사당화' 논란이 이번 전당대회를 거치면서 급기야 '일극체제'라는 비판으로까지 번지고 있는 만큼, 마치 당내 다양성을 아우를 수 있는 듯한 모습을 보여 주도권을 선점하려는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다.
실제로 김경수 전 지사가 복권될 시, 친문·친노 진영의 구심점으로 역할을 하며 야권 내 이재명 일극체제가 흔들릴 수 있다는 기대감도 정치권 일각에서 나오고 있다. 김 전 지사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마지막 비서관'이라 불리며 문재인정권에서도 친문 진영의 핵심으로 꼽혔는데, 지난 총선에서 소수로 전락한 친문 진영이 김 전 지사를 중점으로 재건을 시도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다.
다만 아직 김 전 지사의 지지율이 가시화되지 않아 이 전 대표가 김 전 지사의 위력을 크게 보지 않는다는 해석도 나온다. 이 전 대표는 차기 지도부 구성을 위한 전당대회 순회경선에서 90%에 육박하는 권리당원의 지지를 받으며 독주를 이어가고 있다.
압도적인 득표율과 팬덤을 가진 '여유로운 상황'에서 굳이 김 전 지사를 '경쟁자'로 보고 벌써부터 견제하기보다는, 되레 자신의 약점으로 지목되는 '정통성과 다양성 부족'을 해소하기 위한 필요성을 느꼈을 것이란 시각이다.
친명계로 분류되는 최민희 의원은 전날 YTN라디오 '뉴스파이팅'에서 "김 전 지사가 친문계의 구심점이 된다면 민주당 파이가 커지는 일"이라며 "이 전 대표 입장에서도 유능하고 좋은 후보들과 페어플레이해서 대권 후보가 되는 게 훨씬 낫다"고 말했다.
당 안팎에선 이 전 대표의 '사법리스크'가 경쟁 구도를 바꿀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 전 대표가 연루된 여러 형사재판 중 공직사건법 위반 사건과 위증교사 사건의 1심 선고가 오는 10~11월 나올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 전 대표는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에서 100만원 이상 벌금형, 위증교사 사건에서 금고 이상 형을 확정받으면 향후 5년간 피선거권을 박탈당한다.
법원의 여름 휴정이 끝나면서 이 전 대표 관련 재판도 일제히 재개되고 있다. 당장 이날에는 이 전 대표의 대장동·백현동 개발 비리 및 성남FC 후원금 의혹(뇌물 등) 공판기일이 잡혀 있다. 같은 날 오후 2시 수원지법에서는 이 전 대표 배우자인 김혜경 씨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선고 공판도 진행된다.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본부장과 김만배 화천대유 대주주 등 대장동 개발업자들이 받는 재판도 전날부터 매주 기일이 잡혀 있다.
이날 김종혁 국민의힘 최고의원은 CBS라디오에 출연해 "친명계·친문계 사이 갈등이 있는 게 사실이고 공천 과정에 친문계란 분들이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이유로 거의 학살에 가깝게 탈락한 게 사실이라, 속으론 부글부글 끓고 있을 것"이라며 "그분(김경수 전 지사)이 구심점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또 이재명 민주당 전 대표가 '자신이 대통령실에 여러 경로로 김 전 지사 복권을 요청했다'고 주장하는 것에 대해서는 "겉으로 얘기하는 게 본심을 다 드러내는 건 아니기 때문에, 실제로는 '나 떨고 있니?' 아니겠느냐"라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