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8월 채권자가 낸 채무자 반려동물 압류 집행신청 기각…"동물보호법 위반 소지"
법조계 "동물, 압류 이후 제대로 관리하기 어려워…방치해 고통 주면 동물보호법 위반"
"'반려동물 압류 하면 돈 빨리 갚는다' 정보 공유되기도…채무자에 정신적 부담 안기려는 것"
"동물=물건 아니라는 민법 개정안 꾸준히 발의 됐지만 변화 없어…압류금지 대상 포함돼야"
채무자의 반려동물 압류 집행에 대해 "동물보호법 위반 소지가 있다"며 기각하는 법원 결정이 나왔다. 법조계에선 민법상 동물은 물건으로 취급돼 압류 대상에 포함되지만 실제 압류할 경우 동물보호법에서 금지하는 '동물을 방치해 고통을 주는 행위'와 상충할 수 있어 신중한 결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특히, 채권자들 사이에서는 "가족과도 같은 반려동물을 압류하면 채무자가 돈을 빨리 갚는다"는 정보가 팁처럼 공유되고 있다며 이런 행태를 막기 위해서라도 동물을 압류 대상에서 제외하는 민법 개정이 조속히 이뤄져야 한다고 촉구했다.
6일 법조계에 따르면 의정부지법 고양지원은 채무자 소유 반려동물인 개 1마리에 대한 압류집행을 실시하라며 A씨가 낸 '집행관의 집행 위임거부 등에 대한 이의신청'을 지난달 28일 기각됐다. 앞서 이 사건의 압류를 담당한 집행관은 "육안상 노견으로서 환가 가치가 없었고 매각 대상에 포함할 경우 오히려 매각가격이 낮아질 가능성이 있다"며 채무자의 반려견 1마리에 대해서는 압류를 집행하지 않았다. 결정문을 보면 A씨 또한 금전적인 목적이 아닌 "악랄한 사기 사건에 대해 '참교육'을 하기 위해" 반려견 압류가 필요하다고 주장한 바 있다.
법원은 결정문에서 "현행 민법상 반려동물을 포함한 동물은 물건 중 동산으로 취급되므로 일반적으로 민사집행법상 유체동산 집행 대상이 될 수 있다"면서도 "다만, 반려동물의 경우 현상 유지를 위한 관리 비용이나 노동이 필요할 수 있고, 환경 변화에 민감할 뿐 아니라 경우에 따라 집행 결과 동물보호법 위반 소지가 생길 수 있다"고 판단했다. 이어 "반려동물은 누가 보관하든 스스로 이동해 통제를 벗어날 우려가 있고, 반려동물 압류는 채무자에게 큰 정서적 충격을 줄 수 있음이 명백하다"고 덧붙였다.
동물법 전문 한주현 변호사(법무법인 정진)는 "현행 동물보호법에는 동물의 습성 또는 사육 환경 등에 부득이한 사유가 없음에도 동물을 방치하여 고통을 주는 행위를 금지하며 동물학대 행위로 규정하고 있다"며 "동물을 압류할 경우 집행관 측에서 그대로 가치가 보존되도록 보관해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살아있는 생물을 집행관이 방치하지 않고 꾸준히 관리하기엔 어려움이 있는 까닭에 동물보호법 위반 소지가 문제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최근 채권자들 사이에서 '가족과도 같은 반려동물을 빼앗아가면 채무자가 채무를 빨리 갚는다'는 정보가 일종의 팁처럼 공유되고 있다. 채무자에게 정신적 충격을 주려고 일부러 반려동물을 압류하는 것이다"며 "이러한 비인간적인 행태를 막고자 '동물은 물건이 아니고 압류집행 금지 대상에 포함해야 한다'는 취지의 민법 개정 발의가 꾸준히 이뤄졌지만 뚜렷한 변화는 없는 상황이다. 현행 민사집행법에 채무자의 식량, 족보 등 중요한 물건들은 압류하지 못하게 규정하고 있는데 반려동물이 제외될 이유는 없지 않나"고 반문했다.
전문영 변호사(법무법인 YK)는 "동물 등 유체동산 집행은 동물보호법 제9조 내지 제46조에서 규정하고 있는 동물의 보호 및 관리 기준에 적합하지 않은 위법사항이 발생할 소지가 있고 현상유지를 위한 행정력 낭비가 생길 수 있는 만큼 신중하게 판단해야 한다"며 "이 사건의 경우 여러 사정 중 동물의 경제적 가치도 고려되었기 때문에, 만약 가치가 높은 반려견이었다면 압류되었을 가능성도 있다"고 전했다.
김희란 변호사(법무법인 대운)는 "압류 집행이 이뤄지면 채무자의 집기류 중 경제적인 교환 가치, 환가 가치가 있는 재산을 압류한다. 이때 부동산과 마찬가지로 자동차, 동물 등 동산 역시 매각 대상에 포함된다"며 "해당 사안의 경우 채무자의 반려동물이 노견이었던 만큼 환가 가치가 낮다고 판단해 집행관도 따로 압류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채권자는 아마도 당장 반려동물을 압류하고 매각해 돈을 받아내기보다는 채무자를 심리적으로 압박하려는 목적이 더 컸을 것으로 보인다"며 "동물의 가치와 존엄성은 마땅히 존중받아야 함에도 일종의 물건 혹은 매각 대상으로 여기는 경우가 많다. 압류 이후 채권자 측이 관리를 소홀히 한다면 책임 소재도 미흡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