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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금 넘어서는 방세…이화여대 월세 가장 비쌌다 [데일리안이 간다 81]


입력 2024.09.10 05:02 수정 2024.09.10 05:02        허찬영 기자 (hcy@dailian.co.kr)

서울 주요 대학 인근 원룸 평균 월세는 60만 원, 관리비는 7만9000원으로 집계

주요 대학 중 이화여대는 평균 월세 74만 원, 관리비 14만9000원으로 가장 비싸

공인중개사 "신축 오피스텔 많다 보니 원룸 가격 급격히 올라…비싼 곳은 100만 원 넘어"

전문가 "직장인도 대학가 선호하며 수요↑…임대료 오르며 관리비도 덩달아 상승"

이화여대 정문 인근의 한 부동산에 걸려 있는 원룸 매물들. 월 65만원에서 110만원까지 다양한 가격대의 매물이 보인다.ⓒ데일리안 허찬영 기자

서울 주요 대학교 인근 원룸(전용면적 33㎡ 이하) 월세와 관리비가 모두 상승한 가운데 이화여대 인근 원룸의 상승률이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관리비는 지난해보다 50% 가까이 치솟으며 체감 월세를 끌어올렸다. 전문가들은 수요·공급 논리에 따라 월세가 올랐고 임대료(월세)가 상승하면서 관리비도 자연스럽게 상승한 것으로 분석했다.


최근 부동산 정보 플랫폼 '다방'이 2024년 2학기 개강을 맞이해 다방에 등록된 서울 주요 10개 대학 인근 원룸의 평균 월세와 평균 관리비를 분석한 결과, 8월 대학가 인근 보증금 1000만원 기준 원룸 평균 월세는 60만원, 관리비는 7만9000원이었다. 이는 지난해 같은 달과 비교해 월세(59만9000원)는 0.2%, 관리비(7만1000원)는 11% 상승한 것이다.


9일 데일리안이 서울시내 주요 대학가 원룸 시세를 현장에서 확인한 결과 평균 월세가 가장 높은 곳은 이화여대로 74만원이었다. 그나마 이 가격도 77만원이었던 전년 동기 대비 3.9% 하락한 가격이다. 평균 관리비 역시 14만9000원으로 이화여대가 가장 비쌌다. 이화여대 인근 원룸 관리비는 조사된 서울 주요 10개 대학 중 유일하게 10만원을 넘었으며 전년 대비 49%나 오르며 가장 큰 폭으로 상승했다.


연세대의 경우 평균 월세는 67만원, 평균 관리비는 8만원으로 다른 대학보다는 높은 수준이었지만 이화여대와 비교하면 월 15만원가량 저렴했다. 이 밖에도 서울대는 월 56만4000원(월세, 관리비 포함), 고려대는 64만4000원, 중앙대는 58만2000원, 서강대는 60만9000원 등으로 조사됐다.


올해 8월 기준 서울 주요 대학별 인근 평균 월세 및 관리비.ⓒ다방 제공

이날 데일리안은 이화여대가 위치한 서울 서대문구 대현동 일대를 실제로 가보았다. 이날 이화여대 정문 인근에 있는 한 부동산의 공인중개사 A씨는 "이곳의 원룸 평균 월세는 70~100만원 사이다. 원하는 컨디션에 따라 더 낮아질 수도, 높아질 수도 있다"며 "다만 여대 특성상 학부모님들도 돈을 좀 더 내더라도 쾌적하고 안전한 곳에서 자녀를 살게 하고 싶어 한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부동산의 공인중개사 B씨는 "주변에 구축 원룸이 거의 없고 대부분이 오피스텔이며 이마저도 신축이 많다 보니 원룸 가격이 많이 상승했다"며 "또 비슷한 인프라의 원룸들이 주변 시세에 맞춰 가격을 올리면서 가성비 좋은 원룸을 찾기 어려워졌다"고 전했다.


서울 서대문구 대현동 이화여대 정문 인근에 위치한 오피스텔 원룸촌.ⓒ데일리안 허찬영 기자

이에 학교 인근에서 자취하는 이화여대 학생들은 연평균 960만원 정도의 월세를 내야 한다. 여기에 관리비와 추가로 내는 공과금까지 더한다면 연평균 1200만원의 금액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이화여대의 1년 평균 등록금인 874만6000원보다 훨씬 높은 금액이다.


학생들이 비싼 월세에도 자취를 선택하는 이유는 기숙사의 높은 경쟁률 때문이다. 실제로 올해 4월 기준 이화여대 재학생 수는 총 2만2125명(대학원생 포함)이지만 기숙사가 수용할 수 있는 인원은 4000여명에 불과하다.


이화여대 정문 인근에서 자취 중인 대학생 최모(22)씨는 "현재 거주하는 곳의 월세는 80만원 정도며 관리비는 별도다. 작년까지 기숙사에 살았지만 올해는 (기숙사 선정에) 탈락하면서 자취하게 됐다"며 "한 학기에 200만원 중반 정도 하는 기숙사에 살다가 월에 80만원 이상 드는 자취 생활을 하려니 부담스럽다. 주변 친구들을 중에는 월 100만원 이상 되는 곳에서 사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자취생 조모(21)씨는 "이화여대 정문 쪽 자취방들 대부분이 오피스텔이고 신축이다 보니 가격이 매우 비싼 편이다. 이 가격이 부담스러운 친구들은 학교에서 조금 떨어진 신촌 인근에서 자취한다"며 "나도 신촌 쪽을 생각해 보긴 했지만 구축보다는 신축을 선호했고 학교와의 접근성 등도 고려해 정문 근처로 방을 찾았다"고 했다.


9일 오전 이화여대 정문 인근의 한 오피스텔. 임대 문의라고 쓰인 현수막이 걸려 있다.ⓒ데일리안 허찬영 기자

최원철 한양대 부동산융합대학원 특임교수는 "학생들의 수요가 가격 상승의 원인 중 하나일 수 있지만 대학을 갓 졸업하고 인근에서 직장을 다니는 직장인들의 수요도 가격에 큰 영향을 줬을 것 같다. 인근에 광화문을 중심으로 오피스빌딩이 많이 생겨나면서 이화여대 근처의 원룸 가격이 많이 올랐을 것"이라며 "이화여대 정문에 있는 원룸 대부분은 오피스텔이다. 오피스텔은 수요 자체가 고가 임대를 바라는 사람들이 매매해 임대업을 하는 것이기 때문에 대학가 인근이라고 해도 결코 가격이 낮지 않다"고 설명했다.


최 특임교수는 "직장인뿐만 아니라 최근 외국인 관광객들이 홍대나 연남동 쪽으로 관광을 오기 시작하면서 오피스텔의 에어비앤비 수요가 늘었고 이런 점도 월세 상승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유선종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대학 개강 등을 비롯해 인근에 수요·공급의 논리가 작용하면서 월세가 올랐을 것으로 본다"며 "관리비 같은 경우 임대료의 대리변수로 활용되기 때문에 보통 관리비 안에는 임대 마진의 3분의 1 정도가 녹아있다. 이런 논리에 비춰봤을 때 월세가 오르다 보니 관리비도 덩달아 같이 오른 것"이라고 말했다.

허찬영 기자 (hcy@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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