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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로 간 케에팝 아이돌, 형식적 절차에 머무르지 않아야 [D:이슈]


입력 2024.10.14 14:25 수정 2024.10.14 14:31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뉴진스 하니 15일 국정감사서 어떤 말 할까

“자기 의견을 말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돼야 한다고 봅니다. 청소년의 꿈을 볼모로 잡고 이용하고 버리는 아이돌 산업을 바로잡아야 할 때입니다.”


케이팝(K-POP) 산업이 글로벌 시장으로 외연을 확장하면서도, 그 주체가 되는 케이팝 아이돌과 연습생의 인권을 보호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되지 않았다는 지적이 잇따른다. 이와 관련해 최근 전·현직 아이돌이 직접 국회에 참석해 현실을 알리고 있다.


뉴진스 멤버 하니 ⓒ뉴시스

지난달 30일 브레이브걸스 출신 혜란, 틴탑 출신 민수, 단발머리 출신 유정 등은 ‘아이돌 분야 아동·청소년 인권 실태 조명 국회 토론회’에 참석했다. 이들은 ‘국회에 간 아이돌, 케이팝의 성공 뒤에 가려진 아동·청소년의 노동과 인권’이라는 발제로 경험과 의견들을 내놓았다.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아이돌·연습생 경험 당사자들은 공통적으로 노동에 대한 정당한 보상이 이뤄지지 않는 현실을 지적했다. 전 브레이브걸스 멤버 혜란은 “아이돌이라는 생활은 지갑도 없고 핸드폰도 없고 세상과 차단된 부분이 많다. 본인의 의견이나 생각이 묵살되기 쉽다”고 말했다. 전 틴탑 멤버인 민수 역시 “아이돌들은 데뷔 후 계약금을 배제하면 아무 돈도 받을 수 없다는 점에서 월급이라는 시스템이 절실하게 필요하다”며 “아이돌들이 한 푼도 못 받으며 생활하다보니 결국 안 좋은 곳으로 빠져드는 경우가 매우 많다”고 말했다.


단발머리 멤버이자 현재 케이팝 관련 연구를 진행하고 있는 연구자 유정도 “(엔터테인먼트사의) 인력이 한정돼있어 연습생들 간의 관리 책임을 방기하고 그 부담을 동료 연습생들에게 떠넘기기도 한다. 직원의 기분을 맞춰주고 차별적 대우를 받으며 눈치봐야 하는 상황이 계속 반복된다”며 “스트레스 때문에 중학생인데 원형 탈모가 온 친구도 있었고, 기면증, 불면증, 무월경은 기본이었다. 건강의 많은 문제가 감정노동과 스트레스 때문에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7일에는 국내 빅4로 불리는 하이브, SM엔터테인먼트, JYP엔터테인먼트, YG엔터테인먼트 대표 등이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불려나왔고, 뉴진스 하니는 ‘아이돌 따돌림과 직장 내 괴롭힘’ 문제에 대해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국정감사에 참고인으로 15일 출석한다. 이날 하니와 함께 김주엉 어도어 대표도 증인으로 출석할 예정이다.


이날 국감에서는 하니에 대해 직장 내 괴롭힘 문제와 관련해 질의할 예정이고, 김 대표에게는 이에 대한 대응이 부실했는지에 대해 질의할 계획이다. 즉 하니가 언급한 사건에 대해 김 대표가 직접 입장을 밝혀야 하는 셈인데, 개별적인 사실관계뿐 아니라 아티스트 보호와 권리 보장을 둘러싼 포괄적 질의가 예상된다.


각기 사안은 다르지만, 전직 아이돌은 물론 현직 아이돌 그리고 엔터테인먼트 수장이 직접 케이팝 산업에 대해 발언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다는 것에 의미가 크다. 실제로 과거엔 케이팝 업계의 환경을 이야기하면서도 당사자들을 무대에 올리지 않고 탁상공론에 그치는 상황이 이어졌다.


당장 케이팝 업계에서 수년간 골칫덩이로 여겨졌던 암표 문제만 해도 그렇다. 그간 암표 구매를 제재하는 등의 발의안이 2018년부터 최근까지 꾸준히 제기됐지만 대부분 임기 만료로 자동 폐기됐고, 지난 3월 개정된 ‘공연법’ 역시 실효성에 대한 문제점이 제기됐다. 업계 관계자들은 “현장의 목소리를 담은 현실적 방안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아왔지만, 사실상 직접 이 문제에 부딪히고 있는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하지 않았던 것이 패착이다.


물론 이번 아이돌, 엔터테인먼트 수장의 국회 출석에 대해 일각에선 ‘이슈몰이’가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하지만 그것과 별개로 산업의 최전선에 있는 당사자들의 목소리를 직접 듣는 분위기가 형성된 것에 대한 반응은 긍정적이다. 이슈몰이에 아이돌을 이용한다는 대중의 지적을 벗기 위해선, 단순히 보여주기식 절차에 그치지 않고 실제 업계 환경 개선으로까지 이어져야 할 것이다.


한 엔터테인먼트 업계 관계자는 “케이팝 산업이 덩치가 커지고, 팬덤의 목소리도 커진 만큼 국회에서도 이 문제들을 유의 깊게 바라보고 있는 것 같다. 지금이라도 현장의 목소리를 담으려고 노력하는 것 자체는 긍정적 변화”라면서도 “다만 여론을 잡기 위한 형식적인 절차로 그친다면 오히려 역효과를 볼 수 있다”고 꼬집었다.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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