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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이 외면한 '눈물' [기자수첩-정치]


입력 2024.11.20 07:00 수정 2024.11.20 07:00        남가희 기자 (hnamee@dailian.co.kr)

22년 2월, 故 김문기 전 차장 장남 눈물로 진실 호소해

유가족들, 여전히 아픔 속에…법원은 이제 '1심'

대법원 판결은 기약 없어…가족들 고통은 계속

이들의 눈물 외면한 李의 죄질 사법부가 잘 판단하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15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공직선거법 위반 1심 선고 공판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 받은 뒤 법원을 나서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지난 2022년 2월 23일 기자들 앞에 웬 어린 학생이 섰다. 누가 보기에도 잔뜩 긴장한 얼굴로 기자들 앞에 선 그는 아주 떨리는 목소리로 자신을 고(故) 김문기 성남도시개발공사 처장의 장남이라고 소개했다. 기자 생활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주니어 기자였지만 그가 얼마나 많은 용기를 짜내 우리 앞에 섰는지는 누가 가르쳐주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그의 말 한마디 한마디에서 그의 고민과 두려움과 불안감과 슬픔을 느낄 수 있었다.


김 전 처장은 성남시에서 대장동 개발 실무를 총괄하다 2021년부터 특혜 의혹 관련 수사를 받다 극단 선택을 한 인물이다. 이 대표는 바로 다음 날 언론 인터뷰에서 김 전 처장에 대해 "안타깝다. 시장 재직 때는 몰랐다"고 발언했다. 한때 그는 대장동 환수 조항을 삭제하는 데 관여 및 보고했다고 의심을 받기도 했지만, 그는 초과 이익 환수 조항을 넣자고 거듭 주장한 인물로 드러나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김 전 처장의 유가족들은 내내 분통을 터트렸다. 기자들 앞에 선 김 전 처장의 장남도 회견에서 연신 "왜 이재명 후보는 아버지를 모르고 기억이 안 난다고 거짓말하느냐"라고 되물으며 분노를 표했다. 그는 "오늘 이 자리 오기까지 망설임이 정말 많았다. 그러나 저희 가족은 더 이상 버틸 수가 없어서 이 자리에 나섰다"며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발인날이 12월 24일 크리스마스 이브였다. 삼일장 동안 이 후보는 8년 동안 봉사한 아버지에게 조문이나 애도의 뜻도 비치지 않았다. 심지어 발인날에는 산타클로스 복장을 입고 나와 춤을 추는 모습까지 보였다. 이 모습을 TV에서 80대 친할머니가 보고 오열하며 가슴을 치고 분통을 터뜨렸다"고 울분을 토했다.


기자회견은 20여 분간 이어졌고 기자 회견 내내 울먹이던 그는 결국 기자회견이 끝나자 참았던 눈물을 터트렸다. 한참을 자리에서 오열하던 그는 함께 자리에 나온 김은혜 의원과 권성동 의원의 위로를 받으며 기자회견장을 떠났다. 이날 기자회견에서는 '고 김문기 씨가 딸에게 보낸 동영상', 이재명 대표와 고 김문기 씨가 함께 찍은 단체 사진 등이 다수 공개됐다.


이후 이상하게 날씨가 추워지면 이 기자회견이 떠올랐다. 그 추운 겨울날 아버지의 죽음을 받아들고 어느 유력 대선후보에 진실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장에 서기까지 이제 막 10대를 벗어나는 학생이 했을 수많은 고민들이 그대로 전해졌던 기자회견이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리고 2024년 11월 15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1심 선고 결과가 나왔다. 재판부는 이 대표에 징역 1년·집행유예 2년의 중형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해외 출장 기간 중 김문기와 골프를 치지 않았다'고 한 부분이 허위 사실이라며 유죄를 인정했다. 이 대표의 이같은 중형에는 이 학생이 떨리는 목소리로 증언하며 공개한 '딸에게 보낸 동영상' 등이 유죄 증거물로 채택돼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졌다.


그 기자회견 이후 미성년자였던 그 학생은 이제 어엿한 청년이 되어 아버지의 명예 회복을 위해 재판대에 직접 서 증언을 하며 치열한 싸움을 했다고 한다. 장남이 치열한 법정 싸움을 벌이는 동안 남은 가족들도 편할 순 없었을 터, 김 전 처장의 가족들은 매우 힘겹게 생계를 이어가며 이 땅에서 살아가고 있다. 김 전 처장의 아내는 일자리를 구하기 어려워 생계에 허덕이며 최근에는 한 떡볶이 가게에서 소일거리를 하며 삶을 꾸려가고 있다. 최근 이기인 개혁신당 최고위원은 "고 김문기 씨의 따님이 올해 수능을 봤다고 한다. 안타까운 건 아버님을 잃은 충격으로 수능시험장에도 숨 쉬는 비상약을 챙겨갈 정도로 힘들어하고 있다고 한다"고 이 가족의 근황을 전하기도 했다.


이 가족들이 고통 속에 살 동안 이재명 대표는 그간 민주당의 1인 지배체제를 완성하고 압도적 대선주자로 군림했다. 그리고 틈만 나면 자신의 무죄를 주장하며 정권을 뒤흔들고 있다. 그렇게 이 대표는 여전히 당당하다는 듯 이들의 의로움을, 용기를 비웃고 있다.


이제 겨우 1심이 지났다. 향후 남은 혐의들에 대한 1심 선고가 예정돼 있고, 대법원 판결은 또 언제 이뤄질지 기약이 없다. 그러는 동안 이들 가족의 시간은 하염없이 가고 있다. 이 가족의 불행은 누구에게나 닥칠 수 있다. 그렇기에 사법부도 이들의 삶의 무게에 엄중한 책임 의식을 느껴야 할 것이다. 사법부는 이 대표가 이들의 눈물을 외면한 댓가를 잘 저울추에 올려 신속하고 공정한 판결이라는 책임을 다 해야할 것이다.


그리고 한가지 더 바라는 것이 있다면 그 끝에 아버지와 가족을 위해 힘겨운 싸움을 해왔던 그 청년이 아픔에서 벗어나 자신의 행복을 위해 살아갈 수 있는 날이 오길 기도해 본다. 이왕이면 이들의 시간 앞에 이 대표가 진심 어린 사과를 한다면 더 좋을 듯하다.

남가희 기자 (hname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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