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두 달 연속으로 인하했다. 시장의 예상을 뒤집은 깜짝 결정이다. 트럼프 당선 후폭풍에 따른 고환율이 금리 인하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분석이 있었지만, 물가가 어느 정도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는 판단에 내수 회복에 초점을 맞춘 결정으로 보인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는 28일 열린 통화정책방향 회의에서 3.25%인 기준금리를 3.00%로 0.25%포인트(p) 내렸다. 지난 10월 금통위에서 38개월동안의 긴축기조를 끝낸 후, 이번 금통위에서도 경기 부양에 힘을 실은 것이다.
금통위는 인하 배경으로 내수 회복세가 완만한 가운데 수출 증가세는 둔화되면서 경제 성장 흐름이 약화됐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올해 및 내년 성장률이 각각 2.2%와 1.9%로 기존 전망치를 하회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러한 성장경로에는 통신환경 변화 및 IT 수출 흐름, 내수 회복 속도 등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고 덧붙였다.
아울러 “환율 변동성이 확대됐지만, 물가상승률의 안정세와 가계부채의 둔화 흐름이 이어지면서 성장의 하방압력이 커졌다”며 "기준금리를 추가 인하해 경기의 하방리스크를 완화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이로써 한은은 지난 10월 기준금리 인하 기조를 연이어 이어가게 됐다.
특히 이번 선택은 내수부진 장기화를 고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물가상승률이 안정세를 보이고 가계부채도 둔화 흐름이 이어지면서 내수를 살리는 것이 우선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국내 물가는 안정세를 이어가고 있다. 10월 중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석유류가격 하락 영향으로 일시적으로 크게 낮아져 1.3%를 기록했다. 근원물가 상승률 역시 1.8%로 둔화됐다.
금통위는 “국내경제는 내수 회복세가 완만한 가운데 수출 증가세가 둔화되면서 성장 흐름이 약화됐다"며 "고용은 실업률이 낮은 수준을 보이고 있지만 취업자수 증가규모는 점차 둔화되는 모습"이라고 언급했다.
다만 기준금리 인하로 환율 상승은 물가상승률을 높이는 압력으로 작용하겠지만, 국제유가가 하락하고 수요압력 역시 낮아 안정세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했다.
주택가격 역시 수도권에서는 상승폭이 축소됐고 지방에서는 하락세가 이어졌다는 점도 기준금리 인하의 근거였다. 가계대출은 증가규모가 소폭 확대됐지만, 그럼에도 거시건전성정책의 영향을 받아 주택관련 대출을 중심으로 당분간 둔화 추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금통위는 향후 통화정책 방향에 대해 “앞으로 성장세를 점검하면서 중기적 시계에서 물가상승률이 목표수준에서 안정될 수 있도록 하는 한편 금융안정에 유의하여 통화정책을 운용해 나갈 것”이라며 “금리인하가 물가와 성장, 가계부채와 환율 등 금융안정에 미치는 영향과 정책변수 간 상충관계를 면밀히 점검하면서 앞으로의 인하 속도 등을 결정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