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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엄령 논란'에 '3김'도 분주…'비명횡사'에 가려졌던 존재감 살아나나


입력 2024.12.07 06:00 수정 2024.12.07 06:00        김수현 기자 (water@dailian.co.kr)

'친문 적자' 김경수, 귀국 직후 국회…이재명·우원식 만나

김동연 "쿠데타 주범 지키겠다는 국민의힘, 정신 차려라"

김부겸 "대한민국 주인 국민 배반…국민은 이미 尹 탄핵"

강한 메시지 배경엔 '지지층에 존재감 각인시키려는 전략'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가 지난 5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이재명 대표실에서 만나 대화 후 자리를 나서고 있다. ⓒ뉴시스

계엄령 이후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 김부겸 전 국무총리, 김동연 경기도지사 등 범야권의 차기 대권 잠룡으로 분류되는 이른바 '3김' 인사들의 움직임이 바빠지고 있다. 탄핵 시계 속도가 빨라지면서 지난 총선 과정에서 '비명횡사' 홍역을 앓았던 인물들 사이에서 일종의 '선명성 경쟁'이 벌어질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6일 정치권에 따르면 친문(친문재인)·친노(친노무현) 적자로 불리는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는 전날 오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급거 귀국했다. 그는 귀국일성으로 윤석열 대통령의 계엄 선포를 비판하며 대한민국 위기 상황 해소를 위한 역할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김 전 지사는 귀국 후 기자들을 만나 "위기를 초래한 무모한 권력에 대한 탄핵은 이제 거스를 수 없는 국민의 명령이 됐다"며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도 탄핵을 반대한다면 어제의 범죄를 벌하지 않음으로써 내일의 범죄를 부추기는 참으로 어리석고 위험천만한 일이 아닐 수 없다"고 언급했다.


이어 "지금은 탄핵의 시간이자 국민의 시간"이라며 "우리가 헤쳐나가야 할 길이 쉬운 길은 아니다. 국민들과 함께라면 새로운 대한민국을 만들어나갈 수 있다는 확신을 갖고 국민들과 늘 함께하겠다"고 강조했다.


김 전 지사는 본인의 역할에 대해서도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지금의 대한민국 위기 상황을 빨리 해소하는 데 함께하는 것"이라며 "국민에게 신뢰받고 안정적으로 대한민국을 끌어나갈 수 있는 정당을 함께 만들 수 있다면 그 과정에서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귀국 직후 국회를 찾은 김 전 지사는 우원식 국회의장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만나 국정 타개 방안 등에 대해 논의했다.


김 전 지사는 이 대표와의 회동을 마친 뒤 취재진과 만나 "해외에 계신 교포들이 대단히 고마워한다"며 "(계엄령 사태가) 조기에 수습이 되는 걸 보고 대단히 뿌듯해하시고 대한민국에 대해서 자긍심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내가 한국에 들어온다고 하니까 가게 되면 혹시 의장이나 정당의 대표들을 뵈면 꼭 감사하다는 인사를 전해달라는 부탁들 하셔서 그 인사는 전하고 왔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서울 용산구 CGV용산아이파크몰에서 열린 '길위에 김대중' VIP 시사회에서 이재명(오른쪽부터) 더불어민주당 대표, 김부겸 전 국무총리,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영화 제작 관계자들과 대화하고 있다. ⓒ뉴시스

김동연 경기도지사는 계엄 선포 이튿날인 지난 4일 오전 자신의 SNS에 "윤 대통령의 2시간 쿠데타가 나라를 벼랑 끝으로 내몰았다"라며 "윤 대통령은 탄핵 대상이 아닌 체포 대상"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김 지사는 지난 5일 출입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도 "대국민 담화가 있다면 오직 사퇴 담화뿐이다. 국민은 민주 헌법을 유린한 쿠데타의 주범을 대통령직에 두는 것을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며 "즉시 사퇴하라"고 촉구했다.


탄핵안 부결을 당론으로 정한 국민의힘을 향해서는 "정신 차리라"고 비판했다.


그는 "헌법을 유린한 쿠데타의 주범을 지키겠다고 하는 것이 도대체 말이 되느냐"라며 "쿠데타의 부역자가 될지 또는 민주 헌법을 지키는 수호자가 될지 국민과 역사가 두 눈 똑바로 뜨고 똑똑히 지켜볼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난 1일 비명계 인사 중심의 '초일회' 특강에 나섰던 김부겸 전 국무총리도 SNS를 통해 "민주공화국 대한민국의 주인은 국민"이라며 "윤 대통령은 국민을 배반했다"고 융단폭격했다.


이어 "국가안보와 경제를 최우선 과제로 삼아야 할 대통령이 책무를 저버렸다"며 "국민의 자존심을 짓밟고 국격을 바닥까지 추락시켰다"고 했다. 그러면서 "윤 대통령에게 다른 선택지는 없다. 국민은 이미 윤 대통령을 탄핵했다"고 했다.


정치권에선 비명계 인사들의 높아진 발언 수위가 '당연한 수순'이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지난 총선 과정에서 '비명횡사' 홍역을 앓았던 인물들은 그간 '일극체제'에서 정치적 존재감을 키울 기회가 미미했다. 하지만 계엄령이라는 자충수를 둔 윤 대통령에 전국민적 저항과 비판이 일어나고 있고, 정치적 득실을 떠나 메시지를 보여줄 당위성이 충분히 확보됐다는 분석이다.


김경수 전 지사는 이재명 대표에 이어 우원식 국회의장을 만난 뒤 '조기 대선이 열릴 경우 직접 출마할 생각이 있느냐'는 질문에 "쇠뿔을 단김에 빼려고 하시느냐"며 "앞으로 뭘 어떻게 할지는 시민들과 함께하면서 찾아보겠다"고 여운을 남기기도 했다.


계엄령 이후 탄핵 시간의 속도가 빨라지면서 일종의 '선명성 경쟁'이 벌어질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최수영 시사평론가는 데일리안과의 통화에서 "탄핵소추안 가결 여부에 따라 속도전이 전망되는 등 조기 대선의 필요성이 거론되는 상황에서 '장이 펼쳐졌을 때 가진 물건을 일단 꺼내놓는 전략'이 계속될 것 같다"며 "혼란 속에서 확실하게 존재감을 각인시키고, 추후 '정치적 지분'을 확보하려는 의도도 보인다"고 말했다.

김수현 기자 (water@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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