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국안정TF, '2월·3월 퇴진' 후 '4월·5월 대선' 초안 내놔
국민의힘, 10일 의총 열고서도 '尹퇴진 로드맵' 도출 실패
조경태 "대통령 즉각 하야" 김상욱 "탄핵 찬성" 이견 등장
당내선 "14일 탄핵안 표결 전 국민께 해법 내놔야" 목소리
국민의힘이 윤석열 대통령의 '질서 있는 퇴진'을 위한 로드맵 도출에 애를 먹고 있다. 하야 시점을 내년 2~3월 중으로 정해 4~5월에 조기 대선을 치르자는 로드맵 초안이 나왔음에도 의원들의 시각이 제각각 달라서다. 당내에선 로드맵 마련이 늦어질 경우 사흘 앞으로 다가온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 재표결에서 어떤 결과가 나올지 장담할 수 없는 만큼, 국민 눈높이에 맞는 방안을 하루 빨리 내놔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국민의힘은 10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8시까지 윤 대통령의 질서 있는 퇴진을 논의하기 위한 비상의원총회를 열었지만 끝내 결론을 내지 못했다.
이날 오전 10시부터 오후 1시까지 이어진 첫번째 의원총회에선 전날 정국안정화 태스크포스(TF)가 내놓은 정국 수습 로드맵 초안이 처음으로 의원들에게 보고됐다. 정국안정TF가 꺼낸 로드맵은 내년 2월 또는 3월에 윤 대통령이 조기 퇴진하고, 그 두 달 뒤인 4월 또는 5월에 대선을 실시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갑작스런 하야나 탄핵으로 인한 국정 공백 사태를 막고, 순차적인 권력 대체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서다.
정국안정TF 위원장인 이양수 의원은 이 같은 안을 마련한 이유에 대해 "국회에서 대통령 탄핵안이 통과되면 헌법재판소에서의 심판이 6개월 정도 걸리게 되고, 그 이후에 60일 이내에 대선을 치르게 돼 있어 최장 8개월이 걸릴 수 있다"며 "TF에서 만든 안대로 2~3월에 하야를 하면 60일 이후인 4~5월에 대선을 치르게 돼 탄핵보다 더 빠르고 더 명확한 효과를 얻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탄핵보다 빠르게 대선을 치르겠다는데도 야당은 즉각 반발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윤 대통령 조기퇴진 로드맵'을 접하자마자 "그 중대범죄자를 그 때까지 그 지위에 놔두겠다는 것에 과연 국민들이 동의할지 모르겠다"며 "국민들이 납득할지를 판단해봐야 한다"고 비판했다. 이 대표를 비롯한 민주당은 윤 대통령의 탄핵이나 즉각적인 하야를 요구하고 있다.
문제는 여당 내에서도 로드맵에 대한 이견이 나타나고 있단 점이다. 친한계인 6선 조경태 의원은 '2~3월 하야설'에 대해 "2~3월이 너무 길다고 생각한다. 하루라도 빨리 사임하는 게 좋겠다는 입장"이라며 공개적으로 반대 의사를 표했다.
지난 7일 첫번째 윤 대통령 탄핵안 표결에 참석하기도 했던 김상욱 의원은 탄핵안에 찬성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앞서 김 의원은 지난 7일 표결에선 당론에 따라 부결표를 던진 바 있다.
김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깊이 사죄하는 마음으로 반헌법적·반민주적 비상계엄을 기획한 대통령에 대한 차회 탄핵 표결에 찬성한다"며 "(탄핵 찬성에 대해) 함께 논의하고 있는 의원들이 있다. 때가 되면 함께 뜻을 같이할 것"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이런 이견들이 나타나면서 국민의힘은 이날에도 질서있는 퇴진 로드맵 발표에 실패했다. 이양수 위원장은 이날 오후에 실시된 의원총회 직후 기자들과 만나 '퇴진 시점에 가닥이 잡혔느냐'는 질문에 "(퇴진 시점에 대한) 결론을 투표로 도출하는게 아니고, 다양한 견해들을 지도부에서 듣고 향후 대응 방안이라든가 계획이라든가를 수립하는 데 참고로 쓸 것"이라고 답했다.
일각에선 국민의힘이 쉬이 로드맵을 내지 못하고 있는 이유가 내년 상반기로 예정된 이재명 대표의 사법리스크를 기다리기 위해서라는 지적도 나온다. 이 대표는 지난달 15일 공직선거법 1심 공판에서 피선거권이 박탈되는 형량을 선고받았다.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가 내년 상반기 안으로 확정될 가능성이 높은 만큼 국민의힘이 시간벌기에 나선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다.
이와 관련해 이 위원장은 "야당 대표 사법 처리가 끝나려면 5~6월 정도 돼야 한다. 사법리스크와는 관련이 없다"며 "이 대표의 최종심 판결이 나기 전에 대선을 치르는 것을 이야기해 민주당 반대를 미연에 막아보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이제 정치권의 이목은 '언제' 로드맵이 확정될지에 쏠리고 있다. 앞서 이 위원장은 "계엄한 대통령을 직에서 내려오게 하는 효과는 탄핵이나 질서 있는 퇴진이나 마찬가지"라며 "(의원총회에서) 조기 퇴진이 탄핵보다 빠르고 명확한 시점이라는 점에 공감대를 형성했다"고 언급한 바 있다.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이 오는 14일을 윤 대통령의 제2 탄핵소추안 표결일로 정한 만큼 국민의힘이 당내 의견을 일치시킬 로드맵을 언제 꺼내느냐 여부가 표결 결과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이 위원장도 "민주당이 탄핵안 본회의 (처리를) 예고한 게 오는 14일이기 때문에 그전까지 협의할 상황"이라고 인정하기도 했다.
국민의힘 한 의원은 "지금 이 상황에도 윤 대통령을 향한 국민들의 분노는 점점 커져가고 있다. 심지어 지역 사무실에서 피해도 발생하고 있지 않나"라며 "퇴진 시점과 방법을 결정하지 않으면 탄핵에 대한 의원들의 시각들도 달라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국정과 민심을 잘 헤아리되 빨리 의견차를 줄인 해법을 국민께 내놔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