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탄핵안 가결되자 한동훈 책임론 빗발
의총서 친윤과 공방…"당대표 직무 수행"
선출직 최고위원 전원 사퇴…비대위 앞둬
사퇴 압박 속 비대위원장 지명권 신경전
국민의힘 '한동훈 체제'가 붕괴했다. 출범한 지 5개월 만이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에 대한 책임론을 둘러싸고 '탄핵 찬성파'와 '탄핵 반대파'의 갈등은 극심해질 것으로 보이며, 한동훈 대표가 당대표직 수행 의지를 보이면서 새 지도체제 구성을 놓고 내홍은 정점에 달할 전망이다.
14일 국민의힘에 따르면, 당 선출직 최고위원 5명, 장동혁·인요한·김재원·김민전·진종오 최고위원이 사퇴하면서 한동훈 체제는 자동 해체됐다. 국민의힘 당헌·당규에 따르면 선출직 최고위원 4명 이상 사퇴하면 최고위원회의는 해산되고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전환된다.
김대식 원내수석대변인은 "당 지도부 총사퇴 결의 전 국회의원직을 갖고 있는 최고위원인 장동혁·인요한·김민전·진종오 최고위원이 현장에서 책임지고 사퇴했다"며 "'그것이 책임 있는 정치다' 그래서 사퇴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참담하다. 무면도강(無面渡江)"이라고 말했다. '무면도강'은 일에 실패해 고향에 돌아갈 면목이 없다는 뜻이다.
이는 예견된 수순이었다. 한 대표는 지난 12일 기자회견을 열어 "지금은 탄핵으로 대통령의 직무집행정지를 시키는 것이 문제를 해결할 유일한 방법"이라며 "당론으로 탄핵에 찬성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에 친윤(친윤석열)계에서 탄핵안이 가결될 경우 한 대표가 정치적 책임을 지고 사퇴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 바 있다. 이와 관련해 친윤계에선 선출직 최고위원 4명이 동반 사퇴해 '한동훈 체제'를 와해하는 시나리오가 거론돼 온 것으로도 알려졌다. 장동혁 최고위원이 "탄핵안이 가결되면 사퇴하겠다"고 공공연하게 밝혀온 만큼 탄핵안 가결시 해당 시나리오 실현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윤 대통령 탄핵안은 재적의원 300명 전원이 표결에 참여해 찬성 204표, 반대 85표, 기권 3표, 무효 8표로 가결됐다. 범야권이 192명이므로, 국민의힘에서 12명이 찬성표를 던졌다는 의미다.
공개적으로 탄핵 찬성 의사를 밝힌 조경태·안철수·김예지·김상욱·김재섭·진종오·한지아 의원 7명이 입장을 유지했을 경우 5명이 추가로 탄핵에 동참한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기권과 무효표까지 더하면 '이탈표'는 최소 23명으로 늘어난다. 다만 탄핵 찬성 의사를 밝혔던 의원들 중에 막판에 기권으로 선회한 의원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대표가 "당론으로 탄핵에 찬성하자"고 했음에도 당내 다수파인 친윤계의 격렬한 반대로 '탄핵 반대' 당론이 유지된 것, 찬성표가 '12표'에 그친 것은 당대표가 된지 5개월이 지난 한 대표의 현 시점 당내 장악력의 한계를 보여준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조경태·안철수·김예지·김상욱·김재섭·진종오·한지아 의원 7명의 의원 중 친한계는 조경태·김예지·진종오·한지아 의원 등 4명뿐이고, 7명 외에 추가 찬성표 5명 모두 친한계라고 추정해도 총 9명에 그치기 때문이다. 그간 친한계 공개 모임 등을 통해 확인된 규모는 20여 명으로 알려져 있었는데 이의 절반 수준에도 못 미친 것이다.
친윤계가 탄핵안 가결 직후 한 대표를 몰아세운 것도 이러한 분석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친윤계는 의원총회에서 한 대표를 향해 "탄핵을 책임져라" "당대표 들어오라" 등 고성을 쏟아낸 것으로 알려졌다.
의원들의 요구로 의총장에 뒤늦게 모습을 드러낸 한 대표는 "내가 비상계엄을 했느냐? 내가 투표를 했느냐?"라고 반박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 대표는 의총 참석 후 기자들과 만나 "나는 당대표 직무를 수행할 것"이라며 친윤계의 사퇴 요구를 일축했다.
최고위원 5명 전원이 사퇴하면서 '한동훈 체제'는 출범 5개월 만에 한 대표의 뜻과는 별개로 자동 해체됐다. 한 대표가 사퇴한다면 당헌·당규에 따라 권성동 원내대표가 당대표 권한대행을 맡게 된다. 비대위 구성에 관한 논의는 오는 16일부터 이뤄질 예정이다.
하지만 새 지도체제 구성을 두고 내홍은 극심해질 것으로 보인다. 당장 한 대표는 비대위 체제로 전환하더라도 비대위원장 지명 권한은 자신에게 있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친한계인 박상수 대변인은 이날 페이스북에 "당헌 제96조 제1항은 비대위 구성 요건을 두고 있으며, 제4항은 비대위원장은 당대표 또는 당대표 권한대행이 임명하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다"며 "최고위원 4인 사퇴는 당대표 권한대행 또는 직무대행 발동 요건이 아니라 비대위 구성 요건이며, 이에 비대위원장 임명 권한으로 당대표를 두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당대표는 아직 사퇴하지 않았으므로 당대표 권한대행은 성립될 수 없다"며 "당헌상 당대표 권한대행은 당대표 사퇴나 궐위시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한 대표가 스스로 사퇴하지 않는 한 비대위원장 지명 권한이 한 대표에게 있다는 것으로, 향후 당권 공세에서 친윤계에게 밀리지 않겠다는 친한계의 의지로 해석된다.
실제 당헌에는 '전국위의장은 비대위 설치를 위한 후속 절차를 지체 없이 진행해야 한다' '비대위 설치 완료와 동시에 당대표는 그 지위와 권한을 상실한다'고 돼있다. 비대위원장은 전국위 의결을 거쳐야 하는데, 전국위의장은 4선 중진 이헌승 의원이다.
친윤계는 한 대표가 사퇴를 거부하자 결단을 압박했다. 권 원내대표는 의총 직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당대표께서 숙고의 시간을 갖고 아마 현명한 대처를 하리라 믿는다"라고 했고, 김 원내수석대변인도 "(한 대표가 사퇴를 거부한 건) 본인이 판단했을 것이다. 의총에서 총사퇴를 결의했으니 한 대표가 거기에 대한 답이 (조만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