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4대 대한럭비협회장 임기 만료 앞두고 연임 의지 피력
럭비 대표팀 기량 향상, 럭비 종목 인지화에 앞장
“불순한 의도 가진 사람이 후보로 나와서는 안 돼”
“나에게 럭비란 후회다. 럭비가 이렇게 매력이 있다는 걸 알았다면 젊었을 때 더 열심히 했으면 좋았을 것이란 후회가 있습니다. 그래서 협회장으로서 봉사했습니다. 다만, 한국 럭비 발전을 위한 진심이 아닌, 다른 불순한 의도를 가진 사람이 후보로 나온다는 소문이 있습니다. 할 만큼 했다 느꼈으면 이렇게 끝냈을 겁니다. 하지만 여기서 또 후회하기는 싫습니다.”
최윤 대한럭비협회장이 연임 도전을 선언했다. 지난 2021년 1월 제24대 대한럭비협회장 선거에서 경선을 거쳐 당선된 최 회장은 최근 제25대 대한럭비협회장 선거에 다시 한 번 도전장을 내밀었다.
최윤 회장이 협회장으로 24대 집행부를 이끈 4년의 시간 동안 대한민국 럭비는 많은 발전을 이뤘다.
럭비 대표팀은 한층 높아진 경기력을 바탕으로 17년 만에 7인제 럭비월드컵 진출에 성공했고, 7인제 럭비 청소년 대표팀이 아시아 럭비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또한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17년 만의 은메달이라는 쾌거를 이뤘다.
럭비 대중화 바람도 불고 있다. 한국 럭비는 농구, 야구, 축구 등 인기종목의 전유물이던 넷플릭스 오리지널 콘텐츠로 제작된 데 이어, 내년 5월에는 OK금융그룹이 후원한 국내 최초의 럭비 소재 지상파 드라마 '트라이:우리는 기적이 된다' 방영이 예정돼 있다.
인지스포츠를 넘어 인기스포츠로의 도약을 꿈꾸고 있는 한국 럭비를 향한 변화의 이면에는 지난 2021년 제24대 대한럭비협회 회장으로 취임한 최윤 회장의 숨은 노력이 자리 잡고 있다.
지난 12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 10층 OK금융그룹 사무실에서 ‘데일리안’과 인터뷰에 나선 최 회장은 “럭비 매니아로서 럭비인들한테 자부심을 돌려주고 싶었다. 올림픽, 아시안게임, 최강럭비, SBS 드라마 등을 통해 모든 사람들이 럭비를 알아보고, 매력을 느껴보고, 이를 통해 럭비인들에게 자부심을 심어주고 싶었다”고 밝혔다.
럭비에 대한 최윤 회장의 열정은 그 누구보다도 뜨겁다. 재일교포 3세로 일본 나고야에서 태어난 최 회장은 중학교까지 축구를 하다 고교 진학과 동시에 럭비부에 들어갔다. 그렇게 시작된 럭비와의 인연은 대학교에서도 이어지며 10년 가까이 럭비공을 놓지 않았다.
하지만 일본을 떠나 직접 체감한 한국 럭비의 현실은 차가웠다.
최 회장은 “럭비는 물론, 대부분의 스포츠들이 너무 어려운 환경 속에서 오랜시간 비인기 종목에 머물러 있다 보니, 타성에 젖어 그들만의 리그를 하고 있는 것 같다”고 내다봤다.
이어 “스포츠가 입시, 입대, 입사를 위한 선택지가 된 것은 아닌지 우려가 크다. 국가대표 선발의 경우 혹여 입시, 입대, 입사할때 유리하려고 하는 것인지, 정말로 국가를 위해서인지 의문이 들었다”면서 “이런 부분이 많이 안타까웠다. 한국 럭비 현실을 잘 모르고 들어왔고, 바꿀 수 있다고 생각했지만 생각과는 많이 달랐다”고 돌아봤다.
종목단체장을 지내며 겪은 어려움도 토로했다.
최윤 회장은 “럭비인들에게 눈 앞에 당장의 이익이 아닌, 지속 가능한 체계, 연속성 있게 서포트를 해주고 싶다. 결국 제도를 바꿔야 한다. 그래서 제도 개혁에 우선순위를 뒀다”면서도 “다만 너무 열악한 환경이다 보니 ‘국가대표에만 투자하는거 아니냐’, ‘협회 행정에만 돈 쓰는거 아니냐’는 이유로 적지 않은 갈등이 있었고, 지금 당장 도와달라는 식으로 아마 나를 원했던 것 같다”고 전했다.
이어 “제한된 자원에 맞게 우선순위를 정해 하나하나 개혁해야 한다고 생각해서 해왔는데 그 부분에 대해선 반성되는 부분도 있다”고 덧붙였다.
아쉬움이 컸기 때문일까. 최윤 회장은 이제 새로운 4년을 그리며 개혁의 작업을 이어나가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피력했다.
그는 “지난 4년동안 제 본업보다 훨씬 럭비에 빠져있어서, 지금의 경영환경 등을 고려했을 때 4년했으니 이제 그만두는 게 맞겠다는 고민을 했다”면서도 “아직도 부족한 부분이 많이 있지만 기본을 해놨으니, 이것을 지속 가능하게 잘할 수 있는 사람이 나온다면 기꺼이 서포터로서의 역할을 하려고 마음먹었다”고 강조했다.
다만 최 회장은 “한국 럭비 발전을 위한 진심이 아닌, 다른 불순한 의도를 가진 사람이 후보로 나온다는 소문이 있어 주변 럭비인들께서 ‘절대로 다시 옛날로 돌아가면 안된다. 한국 럭비를 퇴보시키는 행정이 더 이상 발붙이게 하면 안된다. 다시 한 번 맡아달라’는 말씀들을 해주셔서 출마를 결심하게 됐다”고 전했다.
그는 “한국 럭비는 반드시 달라져야 한다. 지난 4년간 선택과 집중을 통해 일정 수준의 기본을 다졌으니 이제부터는 구체적으로 럭비인들이 실감할 수 있는 정책, 제도들을 펼칠 수 있을 것 같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그렇다면 도대체 왜 최윤 회장은 이토록 럭비에 진심인 것일까. 인터뷰 말미에 최 회장의 진심을 들을 수 있었다. 그는 삶의 일부인 럭비에 대해 ‘후회’라고 표현했다.
최윤 회장은 “럭비가 이렇게 매력이 있는 줄 알았다면 젊었을 때 열심히 했으면 좋았을 것이라는 후회가 있어 지금 화풀이하고 있다. 그래서 한국 럭비를 도와주고 싶다”며 “후회가 없었다면, 할 만큼 했다 생각했다면 이렇게 끝냈을 것이다. 하지만 여기서 또 후회하고 싶지 않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2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