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귀 첫 메시지 "이제 좌우는 없다고 생각"
트럼프 관세 전쟁 대비·산불 이재민 위로
'마은혁' '尹 탄핵심판' 등 녹록지 않은 상황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87일 만에 돌아왔다. 24일 오전 10시 헌법재판소 탄핵 기각 결과가 나온 즉시 정부서울청사로 출근한 한 권한대행은 '정치권 통합'을 강조하고, '통상 전쟁'과 '산불 현장'을 챙기는 등 혼란한 국정 수습에 나섰다.
이번주 26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선거법 위반 2심 결과가 나오고, 28일엔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 가능성이 없지 않은 상황에서 한 권한대행 또한 운명의 한 주를 맞게 됐다. 만약 윤 대통령이 파면되면, 한 권한대행은 곧바로 60일간 조기대선을 이끌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날 오전 10시 21분 정부서울청사에 도착한 한 대행은 1층에서 취재진과 만나 "모든 국민이 극렬히 대립하는 정치권에 그러지 말아야 한다는 목소리를 확실하게 내고 있다"며 "이제 좌우는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복귀 첫 메시지로 '좌우 대립 정치 종결'을 강조한 것이다.
이후 대국민 담화를 통해서도 "내가 50년 가까이 모신 우리 국민 대다수는 나라가 왼쪽으로 치우는 것도, 오른쪽으로 치우는 것도 원치 않았다"며 "다만 위로, 앞으로 올라가고 나아가기를 원했다"고 다시 한번 여야 정치권의 극단 대립을 우려했다.
이어 "남은 기간, 내가 내릴 모든 판단의 기준을 대한민국 산업과 미래세대의 이익에 둘 것"이라며 "대한민국이 지금의 위기 국면을 헤치고 다시 한 번 위와 앞을 향해 도약할 수 있도록 여야의 초당적 협조를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트럼프 2.0 시대 통상 전쟁에 대한 대비 태세도 강조했다. 한 권한대행은 "지금 세계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취임과 함께 미·중 패권 경쟁이 격화되고, 새로운 지정학적 대변혁과 경제질서 재편에 직면하고 있다"면서 "이미 현실로 닥쳐온 통상 전쟁에서 우리나라의 국익을 확보하는데 내 모든 지혜와 역량을 쏟아붓겠다"고 했다.
우리나라 대표적인 통상전문가로 손꼽히는 한 권한대행은 직무정지 기간에도 무역 보고서 등을 읽으며 미국발 관세 전쟁에 대한 대처 방안을 고심했다고 한다.
한 권한대행은 산불 대응 상황도 세밀하게 점검했다. 오전에는 정부서울청사의 중앙재난안전상황실을 방문해 행정안전부·산림청·소방청 등에서 산불 대응 상황을 보고받았다. 이후 특별재난지역을 선포하고, 산불 진화 인력의 안전 관리 확보를 위해 노력해 줄 것을 당부했다.
오후에는 경북 의성을 직접 찾아 재난 현장을 둘러보고 이재민을 위로했다. 이에 앞서 한 권한대행은 사망자 유족들에게 직접 위로 편지를 썼다고 이날 출근길에 밝히기도 했다.
한 권한대행은 본인이 직무정지된 기간에 권한대행직을 수행한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을 비롯한 국무위원들과 오찬을 겸한 간담회를 진행하기도 했다. 이에 앞서 최 부총리와는 20여 분간 별도 티타임을 가졌다.
안보·치안 상황도 살폈다. 한 권한대행은 오전에는 안보 관련 긴급 지시를 하달하며 관계부처에 "엄중한 상황 속에서 국민들이 불안해 하시는 일이 없도록 정부가 국정 운영에 만전을 다해달라"고 당부했다.
의성 재난 현장에서 돌아온 뒤에는 오후 9시 정부서울청사에서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전체회의를 주재했다. 한 권한대행은 "대한민국이 처한 안보 상황은 그 어느 때보다도 엄중하다"며 "북한은 핵·미사일 위협을 포함한 군사 도발을 지속하고 있고, 우리 정부와 기업·국민을 향한 사이버 공격을 멈추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 권한대행의 복귀로 국정운영은 안정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마은혁 헌법재판관 후보자 임명 문제가 남아 있고, 이 대표 2심 결과와 윤 대통령 탄핵심판 결과 등 대한민국 정치권의 명운을 가를 사건들이 한 권한대행을 기다리고 있다.
만약 이번주 헌재가 윤 대통령 탄핵심판에서 기각·각하 결정을 내리고 윤 대통령이 파면에 이르게 되면, 한 권한대행을 조기대선을 이끌며 정국을 수습해야 한다.
윤 대통령 탄핵심판 인용 결정이 나온다고 해도 윤 대통령이 이전과 같은 정상적인 국정운영을 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한 권한대행이 계엄~탄핵 정국 이전 총리시절과 달리 더욱 많은 권한을 가지고 국정운영을 하게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