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시네마, '4월의 별' 장국영 추모전 진행
메가박스, '열화청춘'·대삼원' 재개봉
2003년 4월 1일, 믿기지 않는 속보가 전해졌다. 홍콩을 넘어 아시아를 대표하던 배우 장국영의 사망 소식이었다. 만우절이라는 아이러니한 날짜 탓에 많은 이들이 처음엔 이를 농담으로 여겼다.
아시아의 별이 졌다는 사실은 곧 현실로 다가왔고, 수많은 이들의 가슴에 지울 수 없는 상실감을 남겼다. 그리고 22년이 흐른 지금, 2025년의 극장가와 그의 팬들은 여전히 그를 그리워하고 있다.
올해도 어김없이 장국영을 추모하는 기획전이 열렸다. 롯데시네마는 지난 3월 26일부터 '4월의 별'이라는 이름으로 추모 특별전을 기획해 '패왕별희: 디 오리지널'을 상영하고 있다.
'패왕별희: 디 오리지널'은 경극을 사랑한 두 남자의 사랑과 질투, 그리고 경극의 아름다움을 노래한 작품이다. 제46회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 제51회 골든글로브 시상식 외국어영화상, 제15회 청룡영화제 외국영화상 등 유수의 국제 영화제를 휩쓸며 작품성을 인정받은 명작이다.
기존 156분에서 약 15분이 추가된 확장판이다. 장국영이 연기한 경극 배우 두지가 마음 깊숙이 간직해온 욕망과 갈망을 절절히 토해내는 장면이 확장되며 장국영을 그리워하는 팬들에게 반가운 소식이 됐다. 롯데시네마는 이번 상영을 기념해 홀로그램 및 유광 효과를 입힌 스페셜 아트카드를 관람객에게 선착순 증정하며, 팬들과의 감정적 유대를 이어간다.
메가박스 역시 그의 대표작들 '열황청춘'과 '대삼원'을 최초로 리마스터링해 3월 31일 단독 재개봉했다.
'열화청춘'은 장국영의 초기작이자, 배우로서 정체성을 확립한 작품으로 회자된다. 홍콩 뉴웨이브의 선구자 담가명 감독, 그리고 미장센의 장인이자 왕가위 감독의 단골 미술감독 장숙평이 함께 만든 이 작품은 1980년대 홍콩 청춘의 정서를 감각적으로 담아냈다.
극 중 루이스를 연기한 장국영은 사랑과 우정을 자유롭게 즐기면서도,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과 미래에 대한 불안을 간직한 복합적인 인물이다. 실제 장국영 역시 이 작품을 자신의 실질적인 데뷔작으로 간주하며 각별한 애정을 드러낸 바 있다.
'대삼원'에서는 또 다른 결의 장국영을 만날 수 있다. 신에게 헌신을 맹세한 신부 ‘중궈창’을 연기하며 사제복을 입은 진지한 모습부터, 소동에 휘말리는 코믹한 얼굴까지, 그의 폭넓은 연기 스펙트럼이 유감없이 펼쳐진다.
장국영의 죽음은 한 인물의 개인사를 넘어 감정의 공동체 형성으로 이어지고 있다.해마다 4월이 되면 팬들은 극장을 찾고, 그의 음악과 영화를 다시 듣고 본다. 이러한 자발적 추모 문화는 단순한 향수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다. 장국영은 동시대 어떤 배우보다도 상징적인 존재로, 시대의 경계를 넘나들며 새로운 감수성을 제시한 인물이었다.
그는 대중성과 예술성을 동시에 갖춘 몇 안 되는 스타였고, 남성성과 여성성, 강인함과 섬세함이 공존하는 독보적인 이미지로 당대의 고정관념을 깨뜨렸다. 당시 동성애자의 권익을 보호하거나 동성애를 주제로 다룬 퀴어영화에 스타가 출연하기 힘든 일임에도 '패왕별희'와 '해피투게더'에 출연해진심 어린 연기를 통해 다수의 관객에게 감정의 복잡성과 인간 존재의 다면성을 전달해냈다.
또한 많은 작품에서 인물의 내면을 집요하게 파고들며 시대의 감정과 미학을 표현해낸 탁월한 연기자이기도 했다.
매년 4월이 되면 그의 이름과 얼굴, 목소리는 다시 소환되고, 스크린을 통해 새로운 세대와 조우한다. 한 예술가가 남긴 감정의 기록이 시간을 건너 오늘의 감정과도 연결되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이에 22년이 지난 이 시대에도 계속 읽히고 해석되어야 할 예술가로 기억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