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부' 180만·'로비 ' 150만 손익분기점
'미키 17', '극장판 진격의 거인 완결편 더 라스트 어택', '콘클라베' 등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일본 애니메이션, 아트버스터가 봄날의 극장가를 주도한 가운데 극장가에 '승부'와 '로비'가 완전히 다른 방식으로 관객을 겨냥, 한국영화가 침체된 극장가에 승부수를 던졌다.
이병헌, 유아인 주연의 '승부'는 바둑 기사 이창호와 조훈현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휴먼 드라마다. 이병헌과 유아인이라는 강력한 스타 캐스팅을 전면에 내세우면서도, 영화는 이들의 대결 구도에 흥미를 더하기보다는 '승부'라는 단어의 무게를 곱씹는 데 집중했다.
바둑판 위에 드러나는 인생의 선택, 승패, 제자와 스승 사이의 감정과 긴장감으로 심리전을 배가 시켰다.
바둑이라는 소재는 2030세대들에게 낯설 수 있으며 화려한 액션도, 감정 과잉도 없는 정적 서사로 관객을 몰입시키는 방식은 콘텐츠 소비가 점점 더 빠르고 자극적인 리듬을 요구하는 흐름에 정면으로 반기를 든다. 그러나 오히려 차별화로 작용했고, 예상을 뛰어넘는 초반 성과를 거뒀다.
지난달 26일 개봉한 '승부'는 개봉 첫날 9만 1471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했다. 이 기세를 박스오피스 정상을 이어가고 있으며 현재 누적관객수 82만 6977명을 기록 중이다. 특히 주연 배우 유아인의 마약 투약 혐의로 리스크를 안고 있는 작품에도 작품성만으로 승부했다는 평가다.
'승부'의 손익분기점은 180만 명으로 설 연휴 작품들 '히트맨', '말할 수 없는 비밀', '검은 수녀들' 이후 오랜만에 손익분기점을 돌파한 한국영화가 될 수 있을지 기대가 모아지고 있다.
'승부'가 기선을 제압한 박스오피스에 하정우의 10년 만의 감독 복귀작' '로비'가 출격한다. 이 작품의 손익분기점은 150만 명이다.
하정우가 연출하고 주연까지 맡은 '로비'는 연구밖에 모르던 스타트업 대표 창욱(하정우 분)이 4조 원의 국책사업을 따내기 위해 인생 첫 로비 골프를 시작하는 이야기다. 이 안에는 위선, 탐욕, 헛된 허세가 뒤섞인 수많은 인물이 등장하는데 그리고 그들의 욕망이 충돌하는 현장을 하정우 특유의 유머 문법으로 해체한다.
영화의 대사와 구성은 익숙한 코미디 문법을 따르지 않으며, 웃기려는 유머보다 비틀린 현실을 웃음으로 전환시키는 데 방점을 둔다.
이 때문에 '로비가'는 관객에게 두 가지 상반된 감상을 불러올 수 있다. 통쾌하거나, 낯설거나. 장르적 익숙함을 기대한 관객에게는 기묘한 리듬이 불편함으로 다가올 수 있는 반면, 새로운 유머 감각을 반기는 층에게는 국내 상업영화에서는 보기 드문 해학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승부'는 정적 서사 속에서 집중과 몰입의 경험을 선사하고, '로비'는 장르적 익숙함을 거부하며 불편함 속의 웃음을 끌어낸다. 새로운 시도 자체는 반길 만하다. 이들의 등장은 한국영화가 다시 숨을 고르고 방향을 모색할 수 있다는 가능성의 신호로, 지금의 도전이 과연 손익분기점 돌파라는 성과로 이어질 수 있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