젠테, 지난해 신사동 소재 사옥 내놔
"유동성 확보 수단…급하진 않아"
머스트잇·트렌비도 적자 지속돼
명품 소비 감소 및 인식 변화가 주 원인
명품 플랫폼 발란의 기업회생 개시 여파가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매출 1위 젠테도 사옥을 매물로 내놓은 것으로 확인되면서 명품 플랫폼 위기가 현실화된 것 아니냐는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젠테는 최근 서울 강남구 신사동 소재 사옥을 내놨다. 지난해 기준 젠테 사옥의 장부가액(건물과 토지)은 245억원에 달한다.
젠테 관계자는 "급하게 팔려고 내놓고 이런 것은 아니다"라며 "유동성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일각에선 발란의 기업회생 신청으로 불거진 명품 플랫폼 업계에 대한 불신 속에서, 매출 1위인 젠테마저 흔들리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젠테는 2023년 처음으로 매출 1위를 차지했다. 2023년 이후 3년 연속 매출이 100억원 이상 성장하면서 주요 명품 플랫폼 중 매출 규모 1위를 차지했다.
하지만 지난해 젠테 성장성이 크게 둔화됐다. 매출 규모가 커지는 만큼 수익 구조가 같이 개선되고 있지 않고 있는 탓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젠테의 지난해 영업손실은 53억원으로 전년과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다. 이 기간 매출은 538억원이었다.
부채 규모도 빠르게 불어났다. 젠테의 매입채무 성격 부채는 지난해 말 기준 188억원으로 전년말 대비 410% 급증했다. 회사의 유동부채(1년 내 상환해야 하는 부채)는 396억원으로, 유동자산(1년 안에 현금화할 수 있는 자산) 157억원보다 239억원 많다.
이로 인해 유동비율(유동자산/유동부채)는 39.5%에 그쳐 통상적인 기준선인 100%에 크게 못 미치고 있다. 보유 현금은 지난해 말 기준 7억원 수준으로, 재무 건전성에 우려가 제기되는 상황이다.
머스트잇과 트렌비의 사정도 만만치 않다. 머스트잇의 지난해 매출은 119억원으로 전년 250억원과 비교해 절반 이상(52.2%) 줄었다. 같은 기간 영업손실은 78억원으로 적자폭이 3600만원 늘었다. 당기순손실은 84억원을 기록했다.
트렌비의 매출도 반토막이 났다.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액이 207억원으로 2023년 402억원에서 48% 줄었다. 같은 기간 영업손실은 29억원으로 전년 32억원에서 소폭 줄었다. 당기순손실은 전년 34억원 보다 50% 정도 증가한 51억원이다.
이와 같은 명품 플랫폼 시장의 위기는 명품 소비 행태 변화와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명품 자체에 대한 수요가 감소하고 있다. 코로나19 기간 동안 보복 소비 심리에 힘입어 급성장했던 명품 시장은 팬데믹 이후 소비 트렌드 변화로 성장세가 둔화됐다. 소비자들이 해외여행 등 다른 소비 분야로 지출을 분산하면서 명품 소비의 우선순위가 낮아진 탓이다.
명품에 대한 인식도 다소 부정적으로 변화했다. 시장조사 전문기업 엠브레인이 전국 만 19~59세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2025 고가(명품) 의류 구매 및 패러디 영상 관련 인식 조사’를 실시한 결과, ‘(명품 소비가) 사치에 불과하다’는 답변은 같은 기간 6.4%포인트 늘어난 40%가 됐다.
이에 명품 브랜드들의 매출 감소가 두드려졌다. 롯데백화점의 명품 매출 신장률은 2021년 35%에서 지난해 5%로 급감했고,신세계백화점은 같은 기간 44.2%에서 6.2%로, 현대백화점은 38.4%에서 11.4%로 축소됐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고물가와 불경기 속에서 소비자가 돈이 없다. 그리고 명품이 코로나 시기에 판매가 신장됐는데 엔데믹으로 들어가면서 오프라인 활동을 굉장히 많이 하게 되며 명품에 대한 욕구가 자연스레 줄어들었다"며 "이러한 변화가 명품 플랫폼의 위기와 관련이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