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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팝은 암"…김정은, 청년 옷차림에 문화까지 통제


입력 2021.06.15 04:35 수정 2021.06.15 11:07        강현태 기자 (trustme@dailian.co.kr)

北 청년에 한류 영향력 증대

김정은, 청년 통제 거듭 주문

지난해 연말엔 법까지 제정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부부와 동생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이 지난 2018년 판문점 평화의 집에서 열린 환영만찬에서 남측 오연준군의 '고향의 봄'을 들은 뒤 박수치고 있다. ⓒ뉴시스

북한이 코로나19 방역을 명분으로 국경통제와 주민들의 이동제한 조치를 지속하는 가운데 북한의 사상통제 기조에 주목한 외신 보도가 나왔다.


한류 팬으로 알려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청년들의 용모·언행을 포함한 문화 통제를에 공들이고 있지만, 장기적 관점에서 현실성 없는 대책이라는 지적이다.


14일 외교가에 따르면,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김정은 위원장이 K-POP(케이팝)을 '악질적인 암(vicious cancer)'으로 규정해 문화전쟁을 벌이고 있다고 지난 10일자 보도를 통해 꼬집었다.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강도 높은 방역정책을 펴고 있는 북한은 국경봉쇄는 물론 주민들의 지역 간 이동까지 통제하고 있다. 자택 생활시간이 길어진 영향으로 북한 주민들의 한류 수요도 덩달아 높아졌다는 관측이다.


특히 북한의 MZ세대(1980년대~2000년대 출생 청년)들은 "반사회적"이라는 김정은 정권의 탄압에도 한국 음악·영화·드라마 등을 소비하고 있다고 한다.


지로 이시마루 아시아프레스 인터내셔널 편집장은 "한국의 문화적 침공은 김정은과 북한이 견딜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섰다"고 평가했다.


해당 매체가 입수한 북한 정권 문서에 따르면, 북한 청년들은 한국 콘텐츠와 한국식 말투를 검색하고 있다고 한다. 일례로 북한 여성들은 그간 데이트 중인 남성을 '동지'라고 칭했으나, '사랑의 불시착' 등 한국 드라마의 영향으로 '오빠'라고 부르기 시작했다고 한다.


김정은 정권은 지난해 연말부터 청년 세대들의 '변화'를 통제하기 위한 각종 조치들을 쏟아내고 있다. 지난해 12월 제정된 반동사상문화배격법은 남한 영상물 유포자에 대한 형량을 최대 사형까지 끌어올렸다. 시청자에 대해선 징역을 기존 5년에서 최대 15년으로 강화했다.


실제로 한국 드라마를 몰래 시청하던 6명의 학생은 최근 징역형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에는 20대 북한군 3명이 오락회(장기자랑)에서 방탄소년단의 '피 땀 눈물'의 안무를 따라 했다가 끌려가는 일도 있었다고 한다.


김 위원장은 지난 1월 개최된 당대회 이후 각종 회의체를 연이어 가동하며 청년세대에 대한 사상통제를 특히 강조하고 있기도 하다. 그는 지난 4월 당 최말단 조직인 세포비서대회에 직접 참석해 청년들의 사상통제가 "최중대사"라며 옷차림부터 언행까지 통제해야 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자료사진) ⓒ조선중앙TV/ 뉴시스
"사회주의 우월성 강조해도
장마당 세대에겐 안 먹힐 것"


장기 집권을 꾀하는 김 위원장이 정권 안정성을 도모하는 차원에서 청년 통제를 강화하고 있지만, 북한 MZ세대인 장마당 세대에겐 이념적 호소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북한에 케이팝을 몰래 유통하고 있는 한 탈북자는 "북한 청년들은 김정은에게 아무 빚도 없다고 생각한다"며 "백두혈통 가문의 미래 정치 기반을 잃고 싶지 않다면 이념적 통제를 재정비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강인덕 전 통일부 장관은 "사회주의 혜택을 받은 적이 없는 장마당 세대에겐 사회주의 우월성을 아무리 강조해도 안 될 것"이라며 "경제가 나쁘면 나쁠수록 비사회주의 경향도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강 전 장관은 "코로나19로 국경이 막혀있는데 국경을 열 경우 비사회주의적 요소가 들어오는 것을 어떻게 할 수 있겠는가"라며 "(북한이) 굉장히 어려운 시기를 맞을 수 있다고 본다"고 밝혔다.


북한이 코로나19 방역을 명분으로 국경을 걸어 잠근 상황에선 강력한 처벌을 내세워 청년들을 어느 정도 통제할 수 있지만, 방역 상황이 개선돼 국경을 개방할 경우 밀려드는 한류 등의 영향으로 혼란을 겪을 수 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강현태 기자 (trustm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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