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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총 "내년 최저임금 인상요인 없다"…생계비·생산성·지불능력 全無


입력 2021.06.20 12:00 수정 2021.06.18 19:07        박영국 기자 (24pyk@dailian.co.kr)

최저임금 결정기준 분석 '2022년 적용 최저임금 조정요인 진단' 발표

최저임금 인상률, 노동생산성 증가율 비교(2015년 대비 2020년 기준). ⓒ한국경영자총협회

한국경영자총협회가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 요인이 전무하다는 내용의 분석 결과를 내놨다. 아직 최저임금위원회에 사용자위원안이 제시되지 않은 상태지만 최소 ‘동결’을 내놓을 논리적 근거를 사전에 마련해놓은 셈이다.


20일 경총이 발표한 ‘최저임금 주요 결정기준 분석을 통한 2022년 적용 최저임금 조정요인 진단’에 따르면 ▲생계비 ▲유사근로자 임금 ▲노동생산성 ▲소득분배 등 법에 명시된 4대 최저임금 결정기준 관련 통계지표 분석 결과 내년 적용 최저임금은 올해에 비해 최소한 인상요인은 없다는 결론이 도출됐다.


또, 법에 명시되진 않았으나 사용자 측치 ‘가장 중요하고 기본적인 임금 결정기준’으로 강조해 온 ‘지불능력’ 역시 인상요인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선 생계비 측면에서 경총은 최저임금의 정책 대상이 되는 중위수 대비 60% 수준의 생계비를 기준으로 했다. 고소득층 생계비까지 포함된 전체 평균 생계비가 아닌 ‘최저임금 정책 대상’의 생계비를 조정요인 판단 근거로 삼은 것이다.


이 기준대로라면 올해 최저임금 월 환산액 약 180만원(209시간 기준)은 최저임금 정책 대상이 되는 저임금 비혼 단신근로자의 생계비를 이미 넘어서 전체 비혼 단신근로자 실태생계비 중위수 대비 100%(약 185만원)에 근접한 수준까지 도달하게 된다. 경총은 이를 근거로 ‘생계비가 최저임금 인상요인이 되기 어렵다’는 결론을 내렸다.


최저임금위원회가 분석한 비혼 단신근로자 실태생계비 약 208만원을 기준으로 하면 최저임금은 더 올라야 하지만, 이는 월 500만원 이상 등 고소득자 생계비까지 포함된 값으로 최저임금 결정시 고려해야 하는 생계비 수치로는 적절하지 않다는 게 경총의 주장이다.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등 국제기구도 중위임금의 3분의 2 미만 저임금근로자의 생계비를 최저임금 책정의 기준으로 정의하고 있다.


경총은 “이런 생계비가 충분한 수준의 생계비라고 할 수 없으나, 저임금 단신 근로자의 생계 보장이라는 최저임금의 정책적 목표를 볼 때 생계비 측면에서 최저임금 인상요인은 없다”면서 “저임금근로자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해서는 근로장려세제(EITC), 복지제도 등 다각도의 정책이 강구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유사근로자 임금과 비교한 우리나라 최저임금 역시 최저임금 적정수준의 상한선이라 할 수 있는 중위임금 대비 60%를 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OECD 29개국 중 6위이며, 특히 우리와 세계시장에서 경쟁하는 G7 국가 평균보다 월등히 높은 수준으로, 유사근로자 임금 측면에서 볼 때도 최저임금 인상요인은 없었다는 게 경총의 주장이다.


노동생산성 역시 최저임금 인상요인이 되지 못한다는 결과가 나왔다. 최근 5년(2016~2020)간 최저임금 인상률은 53.9%에 달하는 반면, 같은 기간 1인당 노동생산성은 1.7%(시간당 노동생산성은 9.8%) 증가에 그쳤다.


특히 최저임금 근로자의 대부분인 83.8%가 종사하는 서비스업에서의 최근 5년(2016~2020)간 노동생산성 증가율은 1인당 기준 0.8%, 시간당 기준 8.7%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총은 우리나라의 최저임금 제도가 소득분배 개선에도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추정된다는 분석도 내놨다. 오히려 소득분배를 위해 부정적 파급효과가 큰 만큼 최저임금을 인상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주장이다.


우리나라 최저임금은 2000년 1600원에서 2017년 6470원으로 연평균 8.6% 인상됐으며, 이는 동기간 전산업 명목임금상승률(4.8%)의 1.8배 수준으로 높았다. 하지만 해당기간 우리나라 소득분배는 오히려 악화된 것으로 분석됐다.


이는 과도하게 협소했던 산입범위 문제로 높은 소득을 받는 근로자까지 최저임금 인상의 혜택을 받는 등 제도상 문제로 최저임금이 소득분배 개선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특히 최저임금이 대폭 인상(29.1%)된 2018~2019년에도 지니계수, 소득 10분위배율, 소득5분위배율 같은 소득분배 지표들이 최저임금과 같은 명목개념의 시장소득 기준으로는 개선되지 않았으며, 조세, 공적이전소득 등이 반영된 처분가능소득 기준으로만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우리나라의 최저임금 산입범위 문제와 함께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고용 감소 등이 소득분배 개선 효과를 상쇄한 데 따른 것으로 경총은 분석했다.


사용자의 지불능력은 최저임금을 최소한 동결해야 할 가장 중요한 근거로 제시됐다. 최저임금의 주요 지불 주체인 중소·영세기업과 소상공인의 지불능력이 한계상황에 직면한 만큼 더 이상의 최저임금 인상은 감내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최저임금 고율 인상이 지속되면서 2020년 최저임금 미만율은 15.6%로 역대 2번째를 기록했고, 특히 소상공인이 밀집된 도소매‧숙박음식 업종과 소규모 기업에서 최저임금 미만율이 높게 나타나 최저임금이 수용되기 어려운 현실을 드러냈다.


최저임금 수준이 사용자가 준수하기 어려울 정도로 높아지면 시장에서 수용성이 떨어져 최저임금 미만율이 높아지게 된다.


또한 중소벤처기업부 실태조사 결과, 소상공인의 절반 이상이 연간 영업이익이 3000만원(月 250만원) 미만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으며, 상당수 중소기업에서 정상적인 임금지급이 어려운 상태임을 호소하고 있는 등 기업 지불능력 측면에서 최저임금을 인상할 요인이 없었다.


류기정 경총 전무는 “2022년 적용 최저임금에 대한 사용자위원안은 9명의 사용자위원이 여러 요인을 종합적으로 검토하여 제시할 것”이라면서도 “최저임금의 주요 결정기준 지표들을 살펴본 결과, 최소한 최저임금을 인상해야 할 요인은 없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우리 노동시장에서 2018년, 2019년 최저임금 고율인상의 충격이 아직도 해소되지 않은 것으로 판단된다”면서 “객관적인 지표들을 통해 파악되는 결과들과 함께, 최근 몇 년간 누적된 중소‧영세기업과 소상공인의 어려움을 내년도 최저임금 심의 과정에서 적극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영국 기자 (24py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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