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페이스북
X
카카오톡
주소복사

전쟁세대와 청년세대의 '이유 있는 동행'


입력 2021.06.25 14:36 수정 2021.06.25 16:05        강현태 기자 (trustme@dailian.co.kr)

한국전쟁 이전 출생·80년 이후 출생

방위비·종전선언·북미정상회담 관련 '같은 입장'

6.25전쟁 71주년이 하루 앞으로 다가온 24일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에서 장병 묘역에서 자원봉사자들이 묘비 닦기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한국전쟁으로 피난길에 올라야 했던 '전쟁 세대(1950년 이전 출생)'와 제약 없이 전 세계를 누벼온 '밀레니얼 세대(1980년 이후 출생)'가 북한·미국 등 대외 이슈에 있어 유사한 입장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표면상 '청년의 보수화'로 해석될 여지가 있지만, 내용상 두 세대의 비슷하면서도 서로 다른 관점이 내포되어 있다는 평가다.


민태은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은 25일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통일인식과 북한인식'을 주제로 진행된 제주포럼에서 △한미방위비 분담금 △한반도 종전선언 △북미정상회담 재개 조건 등의 이슈와 관련해 "밀레니얼 세대가 전쟁 세대와 유사한 응답분포를 보인다"고 말했다.


해당 조사 결과는 통일연구원이 지난 2014년부터 매해 실시하는 '통일의식조사'에 포함된 내용으로, 이번 조사는 지난 4월 26일부터 5월 셋째 주까지 국민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연구원 측은 이날 발표 내용이 '중간 결과'에 가깝다며 추가 분석이 필요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조사에 따르면, 75%의 응답자는 방위비 분담금을 '한국이 많이 낸다'고 답했다. 다만 전쟁 세대와 밀레니얼 세대에선 상대적으로 응답률이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민 연구위원은 "조사에 대한 분석이 완벽히 끝나진 않았다"면서도 "한미동맹 강화 필요성에 높은 비율로 공감한 두 세대가 방위비 분담금이 (상대적으로) 적절하다는 응답을 많이 한 게 아닌가 추정한다"고 말했다.


앞서 한미는 올해 분담금을 기존보다 13.9% 인상하되 향후 5년간 인상 폭을 한국 국방비 증액비율에 연동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정부는 해당 합의가 '한미동맹의 굳건함을 보여준 것'이라고 자평했지만, 전문가들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요구한 증액 규모와 큰 차이가 없다고 지적했다.


한미동맹을 높이 평가하는 두 세대는 종전선언에 대해서도 비슷한 견해를 가진 것으로 조사됐다.


조사에 따르면, 전체 응답자의 73.3%는 미국이 종전선언에 나설 수 있도록 한국 정부가 설득해야 한다고 답했다. 특히 전쟁 세대와 밀레니얼 세대가 가장 높은 비율로 지지 의사를 밝힌 것으로 파악됐다.


민 연구위원은 "한미동맹 강화를 가장 원하는 두 세대가 종전선언도 가장 바라고 있다"며 "결국 한미관계 강화를 통해 남북관계 개선과 한반도 평화를 이뤘으면 하는 기대가 이면에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미국 워싱턴 백악관 이스트룸에서 열린 한국전쟁 명예 훈장 수여식에 참석해 랠프 퍼킷 주니어 퇴역 대령에게 훈장을 수여한 후 가족과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뉴시스
"전쟁세대, 핵 위기의식 가장 높아"
"청년세대, 실익없는 정상회담에 회의적"


두 세대는 북미정상회담 재개와 관련해서도 유독 비슷한 면모를 보인 것으로 확인됐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북한 비핵화 진전 시 재개(49.6%) △북한의 완전한 핵포기 시 재개(25.6%) 등 북미정상회담이 북핵 문제와 연계돼야 한다고 밝힌 응답자는 전체 응답자의 75%에 달했다.


민 연구위원은 "약 75%의 국민이 북미정상회담의 중요한 조건으로 북핵문제를 생각하고 있다"면서도 "전쟁 세대와 밀레니얼 세대가 가장 높은 비율로 '북한이 핵을 완전히 포기하기 전에는 (북미정상회담) 재개에 반대한다'고 답했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두 세대가 유사한 결론에 다다른 '배경'은 다르다고 평가했다. 우선 전쟁의 참상을 피부로 겪은 전쟁 세대의 경우, 핵에 대한 위기의식이 남달라 핵 포기를 전제로 한 회담 필요성에 동의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다.


실제로 연구원 측 조사에 따르면, 전쟁 세대의 핵 위기의식은 다른 세대에 비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조사에서 청년 세대는 핵 위기의식이 가장 떨어지는 것으로 조사됐다. 그렇다면 밀레니얼 세대가 북한의 비핵화 조치를 북미정상회담의 전제 조건으로 간주하는 이유는 뭘까.


민 연구위원은 "북한의 핵포기 가능성을 가장 회의적으로 보는 세대가 전쟁 세대와 밀레니얼 세대"라며 "북한이 어차피 핵을 포기하지 않을 것 같으니 '북미정상회담을 해서 뭐 하느냐'는, 어떻게 보면 가장 극단적 인식이 높은 세대가 밀레니얼 세대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비용과 외교적 노력을 들여 실질적 성과 없이 북미정상회담을 하는 데 대해 실용주의·실익주의 성향이 강한 밀레니얼 세대가 회의적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할 수 있다"고 부연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자료사진) ⓒ조선중앙통신

강현태 기자 (trustme@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0
0

댓글 0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