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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랑 끝 유통업계 “장사도 못하는데 인건비까지 올라”


입력 2021.07.13 11:14 수정 2021.07.13 11:16        임유정 기자 (irene@dailian.co.kr)

‘2022년 최저임금’ 9160원으로 최종 의결

코로나19여파에 인건비 부담까지 ‘사상 최악’

인건비 비중 높은 편의점‧외식업계 ‘망연자실’

박준식 최저임금위원회 위원장(오른쪽)이 12일 밤 제9차 전원회의에서 내년도 최저임금을 9160원으로 의결한 뒤 위원들과 대화하고 있다.ⓒ뉴시스

새 거리두기 4단계 조치로 12일부터 수도권이 멈춘 가운데, 내년도 최저임금이 9160원으로 결정되면서 자영업자를 중심으로 한숨이 더욱 깊어지고 있다.


이미 3년째 30% 이상 오른 데다, 가뜩이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영향으로 폐업 위기에 처한 상황에서 인건비 부담까지 커졌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최저임금 인상은 ‘폐업선고’나 마찬가지라며 망연자실 하고 있다.


최저임금위원회는 13일 ‘2022년 최저임금’을 시급 9160원으로 최종 의결했다고 밝혔다. 주휴수당을 포함한 실질 최저임금은 시급 1만1003원이다. 이 액수를 적용해 월급으로 환산하면 191만4440원이다. 의결된 최저임금은 다음달 5일 고시된다.


공익위원들은 코로나19의 재확산으로 경제에 부담이 되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지만, 물가가 상승하는 등 전반적으로 경기가 회복국면에 접어든 점을 고려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지난해 동결에 가까운 조정작업을 거쳤기 때문에 어느 정도의 인상은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


자영업자들은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현재 수도권 거리두기 4단계 격상으로 사실상 봉쇄조치가 취해져 영업정지와 제한으로 직격탄을 고스란히 맞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 인상은 설상가상 더욱 큰 폭의 부담으로 느껴질 수밖에 없다는 이유에서다.


특히 편의점업계의 우려가 크다. 통상 편의점 가맹점은 지하철이나 건물 전체가 문을 닫는 특수 매장을 제외하면 대부분이 24시간 영업을 한다. 때문에 아르바이트(알바생) 고용이 불가피해 지출 중 인건비 비중이 높다. 주휴수당 등의 문제도 뒤따른다.


실제 인건비 지출은 상당하다. 지난해 최저임금 8720원을 기준으로 평일주간(06~15시) 9시간씩 20일 근무 했다고 가정했을 때, 시급과 급여 주휴수당을 포함한 최종 비용은 188만3520원이다. 이를 인상한 최저임금 9160원으로 적용할 경우 197만2080원이 된다. 평일 야간과 주말 야간에 따른 격차는 더욱 크다.


편의점을 운영하는 점주 A씨는 “어제 밤 늦게 최저임금 발표한 것을 보고 잠이 안 오더라. 정부는 국가적 재난이라며 소상공인 지원해 준다 해놓고 이걸 올려버리면 무슨 소용이 있나 싶다”며 “코로나로 인해 지난해부터 제대로 장사한 날이 손에 꼽는데, ‘넘어진 사람 밟고 지나가는 격’이다”고 비판했다.


이어 “최저임금 법이라는 게 현 경제 상황을 고려해야 하는데, 최악이다. 업종별 차등을 하든지 깎든 둘 중 하나는 해야 하는데 답이 없다”며 “수익은 없고 지출은 지속되는 상황에서 내년 지출이 더 나갈 것으로 확정된 것을 보니 희망도 없다. 월 수익의 60%는 인건비로 나간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그는 “단순히 시간당 9160원 더 주는 걸로 이러는 게 아니다. 주휴수당에, 사대보험료에 퇴직금까지 최소 월급에 30% 이상은 더 나간다”며 “야간 알바를 뽑으려 공고를 올리면 400명씩 몰려 스펙을 보고 뽑아야 할 지경이다. 우리나라 임금이 세계 최대다. ‘최저임금’이 아니라 ‘최고임금’이라 명명해야 할 것 같다”고 지적했다.


편의점을 운영하는 본사 역시 최저임금 결정을 놓고 발을 동동 구르고 있긴 마찬가지다.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생색은 정부가 내고 보상안은 기업에 넘기는 식이 지속되고 있다는 지적도 뒤따른다. 돈 쓰는 일정은 서두르고 대안은 부재한다는 비판인 것이다.


편의점 본사 관계자는 “사실 작년에 주휴수당까지 합치면 최저시급 1만원이 이미 달성이 된 것으로 업계서는 바라보고 있다”며 “올해는 지난해 보다 더 올랐으니 이에 대한 점주들의 부담이 상당할 것으로 분석된다”고 말했다.


이어 “편의점이 매년 지속해서 느는 이유는 퇴직하고 손가락 빨고 살 수 없기 때문인데, 결국 자영업자의 최대 고민인 임대료와 인건비 부담을 동시에 높이고 있다”며 “매년 도의적인 차원에서 상생 정책을 내놓고 있지만 기업도 어렵고 부담이 되기는 마찬가지”라고 덧붙였다.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대 대학가의 한 편의점에 '점포정리' 문구가 붙어있다.ⓒ뉴시스

외식업 불황 속에서 인건비 상승 소식에 암울한 것은 마찬가지다. 경기 불황·소비자 식생활 트렌드 변화 등으로 외식업 침체가 장기화되는 데다, 코로나19 여파로 개점 휴업 상태가 지속되면서 폐점과 고강도 구조조정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최저임금 인상의 타격을 고스란히 받는 프랜차이즈 커피전문점도 긴장하기는 마찬가지다. 해마다 반복됐던 갈등이지만 올해의 경우 코로나19 사태로 최악의 경기침체를 겪으면서 더욱 복잡한 심정으로 바라보고 있다.


특히 소상공인의 경우 당장 현금 회전이 되질 않아 상황이 더욱 좋지 않은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높은 인건비를 감당할 여력이 없는 영세 사업주들은 최저임금을 주지 못해 범법자가 되거나 폐업할 수 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프랜차이즈 업계는 “최저임금이 큰 폭으로 오른다면 이 여파가 소비자에게 고스란히 반영될 수밖에 없다”고 내다봤다. 생존을 위해 인건비 인상분 일부를 가격에 반영해야 하고 최저임금 인상 여파가 결국 소비자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또한 일각에서는 최근 배달 음식 수요가 증가했는데 최저임금이 인상될 경우 이를 배달 수수료에 반영할 수밖에 없다는 분석도 나왔다.


익명을 요구한 자영업자 B씨는 “인건비 상승으로 인한 원자재 폭등과 이에 반영되는 부동산, 주식 등 자산시장은 물론, 인플레이션으로 인한 금리인상도 가속화 될 것으로 보인다”며 “가뜩이나 코로나로 다 죽어나게 생겼는데, 인건비 폭탄까지 해도해도 너무한다”고 말했다.


박호진 한국프랜차이즈협회 사무총장은 “정말 한계에 달했다고 보면 된다”며 “이런식으로 최저임금이 지속 상승하게 되면 그만큼 수익이 떨어지고 인건비 절감이 중요한 문제로 급부상하게 되기 때문에, 갈수록 무인화 바람이 더욱 가속화 될 것으로 예측된다”고 설명했다.

임유정 기자 (iren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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