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페이스북
X
카카오톡
주소복사

[오프 대학로②] 온라인으로 공연 보는 시대, 대학로의 의미


입력 2021.07.20 07:03 수정 2021.07.20 10:18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코로나19 이후 공연의영상화 사업에 집중

"소극장 연극 영상화, 결과적으로 비효율적...현장성에 집중"

ⓒ뉴시스

공연계는 코로나19 이후 꾸준히 영상화 시도를 이어가고 있다. 이를 두고 “공연의 대체제가 아닌, 새로운 수익모델”이라고 강조하면서 영상 콘텐츠 개발에 힘을 쏟고 있다. 주로 대극장 뮤지컬이나 국공립 극장들 위주로 영상화 작업이 진행됐지만, 장기화되는 코로나19 펜데믹 상황에서 온라인 공연은 선택이 아닌, 필수처럼 여겨지기도 했다.


예술경영지원센터의 월간 ‘공연전산망’은 유료 공연영상 관객에 대한 흥미로운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유료 공연영상을 관람한 경험이 있는 관객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에서 응답자 중 무려 44.2%가 “한 달에 두 편 이상 공연을 관람한다”고 답했다. 즉 유료 공연영상 관람객은 오프라인에서 공연을 많이 보는 마니아층이었다. 실제 공연장에서 관람한 공연을 온라인 유료 영상으로 본 경험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무려 73.4%가 그렇다고 답했다.


그러나 일반인들의 공연영상에 대한 관심은 예상을 훨씬 밑돌았다. 최근 유튜브, OTT 등 다양한 플랫폼을 통해 현실과 가상을 넘나드는 영상 콘텐츠들이 쏟아지고 있는 가운데 현장성이 없는 공연 영상, 더구나 단조롭게 무대를 평면적으로 담아낸 영상들에 흥미를 가질 리 만무하다.


업계에선 공연영상이 장르적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선 공연을 단순히 잘 촬영하는 것을 넘어, 각각의 공연 특성을 반영한 영상물이 제작돼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현장성을 모두 담지는 못하더라도 배우와 관객이 호흡하는 현장의 분위기를 영상에서도 담아낼 수 있어야 한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서울연극협회 김우진 사무처장은 “작년부터 공연계의 온라인 시도가 이어졌지만 연극계에선 조회수 등 결과적으론 전혀 효과적이지 못했다”면서 “현장성도 없고, 각 소극장만의 특색을 담아야 하는데 비효율적인 경우가 많았다”고 분석했다.


그는 “주로 공연은 카메라 3~5대정도가 활용된다. 장기적으로 기획 작업부터 참여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인물 중심으로 영상을 찍다보니 작품의 포인트가 제대로 살지 못했다”면서 “국공립 극장의 경우 결과를 도출해내야 한다는 사명이 있었지만 민간 공연장 입장에선 예산의 어려움도 있지만 실질적으로 결과물이 좋았다면 적극적으로 시도를 이어갔을 텐데 그렇지 못해 연극만의 특성, 결국 현장성에 더욱 집중하는 편을 택한 경우다 많다”고 말했다.


창작가무극 ‘잃어버린 얼굴 1895’ 온라인 공연 ⓒ네이버TV 후원라이브

무엇보다 한정된 예산 안에서 영상을 만들다 보니 따라오는 어려움이 이런 분위기를 부추겼다.


김 사무처장은 “기존과 동일한 지원금 안에서 영상화 작업을 하면서 기술적 부분에 예산을 편성할 수밖에 없다. 그러다 보면 연극인들에겐 전혀 혜택이 없어 더 열악해진다”면서 “효과적인 영상화 작업을 위해선 체계적인 지원금 확보가 필요하고, 이후 기술적 부분을 기획단계부터 함께 하는 작업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꼬집었다.


공연계의 한 관계자는 영상화와 별개로 대학로 연극이 가지는 가치, 그 자체에 더 집중해야 한다고도 말한다.


이 관계자는 “영상화를 통해 트렌드에 맞춰 가는 것도 중요하지만 대학로는 그 자체만으로 가지고 있는 특성과 의미가 있다. 무대의 본질에 더욱 집중하고 무대예술로서의 그 순수함과 진정성을 유지하는 것에 더 힘써야 하는 시기”라고 전했다.


누군가는 한국예술계가 가진 고질적인 문제로서 예술을 만들어내는 이들이 트렌드를 좇지 못한다고 지적하기도 하고, 또 예술을 소비하는 관객층이 탄탄하지 못한 점을 지적하기도 한다. 그러나 연극은 시대를 비추는 거울이다. 상황에 무너지지 않는 이들의 열정과 노력, 그리고 그것들이 함축된 무대는 여전히 존재한다.


‘탈 대학로’ ‘오프 대학로’라는 말이 생겨나고, 이러한 현상들이 나타난 것 역시 ‘문화의 맥’을 잇기 위함이었다. 1950년대 미국에서 상업화된 브로드웨이에 반발해 브로드웨이 외곽 소극장에 예술성을 추구하는 실험극이 무대에 오르고, ‘오프 브로드웨이’가 형성됐고 또 그 이후 ‘오프 브로드웨이’ 역시 상업화 경향을 보이자 새로운 ‘오프 오프 브로드웨이’의 형성으로 이어진 것처럼 말이다.


연극의 상업화와 기형적으로 오른 극장 대관료에 반발해 생긴 이 현상은 국내 연극계가 상업화에서 벗어나려는 도전과 확장을 거듭해 왔다는 점을 시사한다. 브로드웨이가 그랬던 것처럼 대학로 역시, ‘문화예술 정신’을 바탕으로 대학로를 벗어나고 있는 셈이다.


앞서 대학로 연극의 가치를 강조한 업계 관계자는 “대학로 자체가 가지는 장소의 상징성도 무시할 수 없지만, 공간을 옮겼어도 여전히 문화의 맥을 이으려는 예술인들이 존재한다. 그들은 연극의 순수성과 예술성을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고, 그들에 의해 탄생한 수많은 공연들은 여전히 무대 위에 오르고 있다. 연극은 여전히 시대의 정신적 희망”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0
0

댓글 0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