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화면세점 주식 소송전…1심은 호텔신라, 2심은 롯데관광개발 승소
신라 패소 해 동화면세점 대주주 돼도 현행법상 운영 불가능 '사면초가'
코로나 위기 상황…패소할 경우 동화면세점도 생존 힘들 듯
한 때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불렸던 국내 면세점들이 하나 둘 문을 닫고 있다. 지금까지 SM면세점을 비롯한 중소‧중견기업 뿐 아니라 한화, 두산 등 대기업까지 면세사업을 줄줄이 정리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지난해부터 코로나19 영향까지 거세지면서 지난 17일에는 업계 3위인 신세계면세점마저 특허기간이 남은 강남점 문을 닫았다.
혹독한 코로나19 여파 속 살아남기 위해 버티고 있는 국내 면세점들은 내수 진작을 위해 파격적인 규제 완화로 내국인 수요를 흡수하는 중국 정부의 공세까지 더해지면서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이 가운데 국내 1호 면세점인 동화면세점까지 생사기로에 놓였다.
동화면세점 대주주인 김기병 롯데관광개발 회장과 호텔신라 간 주식매매대금 청구소송이 4년여 동안 진행되면서 대법원에까지 올라갔기 때문이다.
대법원에 가기 전 1심 재판부는 호텔신라 손을, 2심 재판부는 김기병 회장 손을 들어줘 상반된 판결을 내렸다.
작년 6월 1심 판결에서 재판부는 김 회장이 호텔신라에 788억여원을 지급해야 한다고 판단했지만, 올 4월 2심에서는 원심을 뒤집고 원고 패소 판결했다. 이어 호텔신라의 상고로 최종 판단은 대법원으로 넘어갔다.
앞서 김 회장은 2013년 5월 자신이 보유하던 동화면세점 지분 19.9%(600억원)를 호텔신라에 매각했다.
또 3년 후 호텔신라가 김 회장에게 지분을 되팔 수 있는 권리를 갖도록 하는 풋옵션(매도청구권) 계약을 체결했다. 만약 재매입하지 못하면 담보로 맡긴 동화면세점 지분 30.2%를 호텔신라가 가져가도록 계약했다.
이후 김 회장은 변제가 어려워 계약에 따라 담보로 맡긴 지분 30.2%를 호텔신라에 넘기겠다고 했고, 호텔신라는 주식이 아닌 현금으로 돌려받겠다며 2017년 7월 김 회장을 상대로 주식매매대금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호텔신라 측은 김 회장이 상장사인 롯데관광개발 최대주주인 만큼 변제 여력이 있다는 주장이다.
김 회장을 비롯해 특별관계자 4인은 롯데관광개발의 최대주주로 주식 수 전체 지분의 58.31%를 보유하고 있다. 롯데관광개발의 주가는 2만250원(7.20 종가 기준)으로 김 회장과 특별관계자의 주식 보유가치는 7548억원에 이른다.
이에 반해 김 회장 측은 계약서상 위약벌로 약정돼 있던 동화면세점 지분 30.2%를 호텔신라에게 귀속시키겠다고 했으니, 호텔신라는 더 이상의 변제를 행사할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렇게 되면 호텔신라는 현재 보유한 19.9%의 동화면세점 주식에 더해 최대주주(50.1%)가 된다.
만약 대법원의 최종 판결에서 호텔신라가 패소해 최대주주가 된다 해도 대기업인 호텔신라는 관련법에 따라 중소‧중견기업인 동화면세점을 운영할 수 없다.
반대로 김 회장이 패소하면 동화면세점은 명맥은 유지할 수 있지만 상대적으로 영업력이 떨어져 코로나 위기 상황에 생존이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현 상황으로 보면 양측 모두 물러설 만한 퇴로가 막혀 있다.
면세점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로 대기업면세점 마저 문을 닫는 상황인 만큼 중소‧중견 면세점들은 고통이 훨씬 더 할 것”이라며 “향후 대법원이 누구의 손을 들어주더라도 국내 1호 면세점인 동화면세점의 앞날은 불투명한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