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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왕설래 지역상권법①] 성장엔진 꺼진 유통가 또 규제 ‘확인사살’


입력 2021.07.28 07:01 수정 2021.07.26 16:46        임유정 기자 (irene@dailian.co.kr)

지역상권법 국무회의 통과, 내년 4월 시행

기업 본사 ‘직영점’은 제한, ‘가맹점’은 제외

성장동력 잃은 업계에 이중 규제라는 지적도

상권 활성화·고용창출 등 다양한 이점 간과돼

스타벅스 '리버사이드팔당DTR점'ⓒ스타벅스코리아

국내 경제의 한 축을 담당하는 유통산업이 벼랑 끝 위기에 몰렸다. 최근 수년간 유통가의 패러다임이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변화한 탓이다. 여기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여파까지 더해지면서 기업들은 갈수록 악화된 경영환경으로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는 현실을 직시하지 못한 채 계속해서 기업을 옥죄는 ‘규제 족쇄’로 경영 의지를 꺾고 있다. 이미 다양한 규제를 받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엔 ‘지역상권법’ 시행이 예고됐다. 소비자의 선택권과 상권의 활성화 등 현장의 이점엔 귀를 닫은 채 더욱 강력한 규제 카드만 쌓여가고 있는 것이다. 정부가 만든 높은 규제라는 ‘높은 허들’에 미래를 잃어가고 있는 기업들의 목소리를 들어본다. [편집자 주]


‘지역상권법’ 시행을 앞두고 외식·유통업계의 표정이 어둡다. 같은 소매점포여도 기업 직영점은 제한받고 가맹점은 비껴가면서 ‘형평성’과 ‘역차별’ 논란까지 불거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미 성장 엔진이 꺼진 업계에 무리한 규제로 확인사살을 하는 것과 같다는 비판도 뒤따른다.


중소벤처기업부에 따르면 지역상권 상생 및 활성화에 관한 법률(이하 지역상권법)이 최근 국무회의를 통과했다. 지난 27일 공포됐으며, 9개월의 유예기간을 거쳐 내년 4월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상인과 임대인의 협의에 따라 지역상생구역·자율상권구역을 조성하는 게 핵심이다.


지역상생구역·자율상권구역으로 지정되면 대규모 점포와 준대규모 점포, 연매출이 일정 수준 이상인 직영점 등의 출점을 지방자치단체장이 조례로 금지할 수 있게 된다. 스타벅스나 다이소 같은 곳들이 들어오지 못하도록 제한할 근거가 생기는 셈이다.


법안을 찬성하는 쪽은 지역상권이 망가지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역상권법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기존의 상권을 활성화시켰던 원주민들이 임대료 상승으로 인해 쫓겨나는 문제를 막기 위해서는 일종의 ‘안전 장치’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이런 방식의 유통 출점 규제는 이미 차고 넘친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항변이다. 일례로 유통산업발전법 등에 의해 대형마트는 출점과 영업시간 제한을 받고 있고, 중소기업적합업종에 따른 출점제한으로 프랜차이즈 베이커리 업계는 사실상 출점이 가로막힌 상태다.


실제 대형마트 출점과 영업시간 제한 등을 만들어낸 유통산업발전법(이하 유산법)의 경우 이미 다양한 부작용을 낳고 있다. 유산법은 골목상권과 대형 유통업체 간 공존을 위해 2010년 마련됐지만 오히려 산업 성장을 저해하고 소비자 불편을 초래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베이커리 업계 역시 성장동력을 잃은 대표 사례로 꼽힌다. 업계는 지난 2013년 중소기업적합업종으로 지정되면서 연간 2%로 출점 제한을 받고 있다. 이에 따라 소비자 선택권을 떨어뜨리고, 시장이 고착화되는 등 사업 규모를 키우는데 상당한 어려움으로 작용하고 있다.


베이커리업계 관계자는 “10년 가까이 출점을 제한하면서 시장 성장과 규모의 확장 등 전반적인 가능성을 저해하고 1,2위 격차만 더 크게 벌어지고 있는 상황”이라며 “당초 골목상권 보호라는 규제 목적과 다르게 외국계 빵집이 활성화 되는 등 또 다른 부작용을 낳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최근 온라인 시장이 활성화 되면서 경쟁사가 다양해졌음에도 불구하고, 골목상권을 살리기 위해서는 대기업의 성장을 막아야 한다는 편협적인 시각에서만 시장을 분석하고 바라보려 한다”며 “개성과 경쟁력을 통해 자율 경쟁하는 시대가 왔다는 사실을 여전히 간과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올리브영은 전체 매장의 70% 수준을 직영점으로 운영하고 있다. 사진은 올리브영 매장의 모습. ⓒ씨제올리브네트웍스 홈페이지 캡처

이번 법안을 두고 가장 촉각을 곤두세우는 곳은 외식·프랜차이즈 업계다. 다수의 업체가 가맹점보다 직영점 비율이 높거나 일부는 100% 직영점 체제를 유지하고 있는데, 향후 출점에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이미 다양한 규제를 받고 있다는 이유도 크다.


업계에서는 실효성이 떨어진다고 내다보고 있다. 지역상권법은 대형 브랜드 ‘직영점’만을 출점 규제 대상으로 삼고 있는데 같은 업종이라도 ‘누구는 되고 누구는 안 되는’ 공정성 시비 논란만 키워 일부만 피해를 보는 ‘역차별 규제’라는 쓴 소리도 뒤따른다.


스타벅스가 대표적이다. 스타벅스는 글로벌 정책상 국내 모든 매장을 본사에서 직접 운영하는 ‘직영점’ 형태를 유지하고 있어 출점에 영향을 받을 것으로 분석된다. 반면 점유율 1위 이디야커피는 일부 직영점을 제외하고 대부분이 ‘가맹점’ 형태라 해당 법 규제를 피해갈 수 있다.


생활용품점 다이소도 직격탄을 맞게 된다. 2009년 500개 수준에 불과하던 다이소의 매장수는 지난해 말 기준 1340여개로 크게 늘었다. 이 가운데 70% 수준이 직영점으로 운영되고 있다. 그간 다이소는 직영점 출점 전략으로 매출 성장을 이끌어왔으나 일부 제동이 걸릴 것으로 관측된다.


외식업계 관계자는 “기업형 프랜차이즈 매장들은 대개 대로변 등 이미 발달한 대형상권 중심으로 출점하고 있기 때문에 골목상권과 겹친다고 보기 어려운 데다, 임대차보호법 등이 있기 때문에 사실상 이중규제로 봐도 무방하다”며 “같은 업종 내에서도 서로 다른 규제를 받는 다는 점에서 시장의 불균형을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일각에서는 임대료 인상을 규제하고 대형 점포의 출점을 막는 게 오히려 지역상권에 악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전망도 내놓고 있다. 소비자들의 선호와 인지도가 큰 인기 매장이 특정 거리에 들어서면 유동인구가 몰리며 상권 활성화를 시키는 긍정적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상권의 활성화와 고용창출 등 다양한 이점이 있음에도 흑백논리로 시장을 바라보고 기업의 성장을 막는 것 같아 안타깝다”며 “사실상 출점 제한으로 기업의 고용 창출과 지속가능 투자가 줄어들고 자발적으로 벌이는 사회공헌도 위축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아직까지 제한 대상, 규모 등 기준이 구체화되지 않다는 점에서 유통업계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SSM(기업형슈퍼마켓) 업계는 갑작스럽게 통과된 법안에 상황 파악마저 쉽지 않다는 분위기다.


또 다른 유통업계 관계자는 “유산법으로 소상공인이나 지역상권의 상황이 나아지기 보다는 식자재 마트, 이커머스 등이 반사이익을 본 바 있다”며 “지역상권법 역시 임대료 상승 제한이나 프랜차이즈 직영점 출점 제한이 소비자의 선택권 침해, 기업의 고용효과 등을 배제하고 있어 지역상권을 살리기 보다는 유통산업발전법처럼 다른 유통채널에 반사이익을 주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이어 “지역 상권에서 유통기업 직영점의 집객효과에 따른 상권 활성화를 고려 했을때 소상공인과의 상생을 고려하는 부분이 더 합리적이라고 생각된다”고 일침했다.


▲<[설왕설래 지역상권법②] (현장) "대한민국 소비자처럼 불편한 소비자가 또 있을까요?">에서 이어집니다.

임유정 기자 (iren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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