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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中, 날카로운 탐색전...협력 강조한 ‘북한’ 문제도 성과 없어


입력 2021.07.27 11:37 수정 2021.07.27 11:59        김희정 기자 (hjkim0510@dailian.co.kr)

美, 코로나19 비롯 홍콩·신장·대만해협 등 언급

中 ‘절대 건드려선 안되는 3가지 마지노선’ 제시

“중국 이익 침해하면, 미국과 협력 추구 못한다”

26일 웬디 셔먼 미 국무부 부장관(왼쪽)이 중국 톈진에서 왕이 중국 외교부장을 만나 회담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미 국무부

넉 달 만에 열린 미·중 고위급 회담이 서로에 대한 ‘탐색전’으로 끝이 났다. 양국은 물러서지 않고 각자의 입장만을 되풀이하며, 서로에 대한 거친 발언을 쏟아내기도 했다.


양국은 회담 전부터 ‘북한’ 문제에 대해서는 협력 가능성이 있다고 여러 번 강조했지만, 막상 회담에 들어가서는 별다른 성과 없이 끝이 났다.


27일 중국 외교부에 따르면 왕이 외교 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과 대미 관계를 담당하는 셰펑 부부장은 전날 텐진에서 웬디 셔먼 미 국무부 부장관을 만나 수위 높은 발언들을 쏟아냈다.


특히 왕이 부장은 미중 갈등 해결을 위해 절대 건드려서는 안 되는 중국의 핵심 이익을 설명하며, 미중 관계에 있어 물러설 수 없는 세 가지 ‘마지노선’을 제시했다.


왕이 부장은 미중 갈등을 효과적으로 관리하고 통제하기 위해선 △중국 특색 사회주의 전복 시도 △중국 발전 방해 △신장, 티벳, 홍콩, 대만 등 중국 주권 침해를 해서는 안 된다는 세 가지 마지노선을 명확히 제시했다.


이는 중국이 미국과 외교 관계에 있어 방어적인 자세를 취하기보단, 자신들의 요구사항을 적극 제시하면서 이전보다 강경하게 대응할 것임을 시사한 것이다. 아직 이에 대한 미국측의 반응은 나오지 않았다.


미중 회담은 예상했던 것보다 격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전날 왕이 부장에 앞서 셔먼 부장관을 만난 셰펑 부부장은 “미·중 관계가 경색된 근본적인 원인은 미국의 일부 인사가 중국을 ‘가상의 적’으로 삼았기 때문”이라고 다소 수위 높은 발언으로 미국을 비난했다.


이어 “미국은 중국을 악마화함으로써 미국 내 모든 불만을 중국 탓으로 돌리려 한다”며 “우리는 미국이 잘못된 사고와 위험천만한 대중 정책을 바꿀 것을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중국 관영매체 환구시보는 셰펑 부부장이 미국 측에 강한 불만을 표현한 것에 관련해 인터넷상에서 찬사를 불렀다고 보도했다.


26일 중국 톈진에서 웬디 셔먼 미국 국무부 부장관이 셰펑 중국 외교부 부부장과 회담을 하고 있다. ⓒ톈진AP=연합뉴스

미국도 반격했다. 미 국무부는 전날 네드 프라이스 대변인을 통해 셔먼 부장관이 왕이 부장과의 대화에서 중국의 타이완해협·동중국해·남중국해에서의 군사활동과 인권침해, 중국의 코로나19 조사 불응, 억류된 미국과 캐나다인 문제, 사이버 공간 내 중국의 행태 등을 지적했다고 말했다.


셔먼 부장관도 전날 오후 트위터에 “기후 위기와 코로나19를 비롯해 홍콩, 신장, 대만해협에 관한 우려 등 미국에 중요한 현안을 논의했다”며 “미국과 동맹, 파트너 국가들은 항상 우리의 가치를 옹호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북한 문제는 이번 양국 회동에서 비중 있게 다뤄지진 않은 것으로 보인다. 미국이 북한 문제 등 협력 분야에 대한 중국의 적극적인 지원은 이끌어 내지 못했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자오리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정례브리핑에서 “협력은 상호 신뢰와 상호 이익, 건전한 양국 관계 분위기를 바탕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점을 강조할 필요가 있다”며 “미국이 중국의 이익을 침해하면서 중국과의 협력을 추구할 땐 이뤄질 수 없다”고 밝혔다.


미국은 방중에 앞서 지속적으로 북한 문제 해결을 위해 중국과 협력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자오리젠 대변인의 발언은 북한 등 일부 사안에서 협력 가능성을 내비친 미국의 입장과는 상반되는 발언으로 평가된다.


미국의 전문가들은 이번 셔먼 부장관의 중국 방문은 실질적인 협력 방안을 논의하는 성격보단 ‘탐색전’ 측면이 더 강했다고 분석한다.


이날 미국의 소리(VOS)에 따르면 스콧 스나이더 미 외교협회 미한 정책국장은 “서먼 부장관의 방중 목적은 미국의 기존 입장을 강화하고 관련 협의를 하는 것”이라며 “어떤 획기적인 사건을 위한 방문이 아니라 관계를 점검하는 차원의 방문으로 봐야 한다”고 밝혔다.


북한 문제에 대해선 셔먼 부장관 대신 북한 문제를 전문으로 다루는 성 김 대북특별대표가 있다는 점을 강조하며 “셔먼 부장관의 입장에선 기존 북한과 관련해 나온 미국의 입장을 반복하는 수준에 그칠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희정 기자 (hjkim051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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