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체위 전체회의 강행 처리 예고
'최대 5배' 징벌적 손해배상 골자
이중처벌·손해액 하한 등 규정 논란
정치인 등 '권력' 배제 요구는 외면
이른바 ‘가짜뉴스’에 대해 언론사의 최대 5배의 징벌적 손해배상 등을 규정한 언론중재법 개정안이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위를 통과했다. 야당의 반대가 있었지만 거대 여당은 힘으로 밀어붙였다. 아울러 더불어민주당은 오는 8월 25일 문화체육관광위원장을 국민의힘에 넘겨주기 전까지 상임위 처리를 끝내겠다는 방침이다.
28일 민주당 최고위원회에 참석한 윤호중 원내대표는 “마침내 어제(27일) 가짜뉴스 피해 중재법이 가결됐다”며 “변화한 언론환경에서 가짜뉴스로 인한 국민 피해를 구제하고 공정한 언론 생태계를 위한 언론개혁의 첫걸음”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상임위 전체회의에서도 속도를 내겠다”고 말했다.
언론중재법 개정안 주요 내용은 △고의·중과실에 의한 허위·조작 보도에 최대 5배 손해배상 청구 △언론사 매출 1만분의 1로 배상액 하한선 명시 △고의·중과실 추정 △같은 시간 또는 크기로 정정 보도(일부일 경우 2분의 1 이상) 등이다.
야권과 언론계는 ‘재갈 물리기’ 입법으로 규정하고 반발하고 있다. 형법상 명예훼손죄가 있음에도 민사상 징벌적 손해배상을 또 두는 것은 이중처벌에 해당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전 세계에서 입법례를 찾아볼 수 없는 언론사 매출 기준 배상액 산정은 특정 매체를 겨냥했다고 볼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특히 고의·중과실 추정 규정이 문제로 지적된다. ‘가짜뉴스’ 자체도 기준이 불분명한 주관적 성격이 강한데, 이를 고의·중과실로 추정함으로써 입증 책임이 언론사에 전가 되는 구조다. 권력자의 자의적 해석이 개입돼 기준이 모호해질 수 있는 대목이다.
권력의 전략적 언론 봉쇄 도구 전락 우려
징벌적 손해배상 청구 대상에 ‘권력’은 아예 제외해야 한다는 대안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공직자윤리법 적용을 받는 일부 정치인에 한해 ‘악의’일 때만 청구할 수 있도록 제한했을 뿐이다. 그간 언론계는 징벌적 손해배상이 권력의 ‘전략적 봉쇄 도구’가 될 수 있다고 보고 비판·견제 기능 강화 차원에서 정치인 등은 청구 대상에서 제외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언론인 출신 최형두 국민의힘 의원은 통화에서 “고의·중과실 추정 조항은 정의 자체가 모호하고, 범위도 광범위해 자의적 해석이 가능하다”며 “권력의 입맛에 따라 고무줄 잣대를 바탕으로 언론을 통제하겠다는 매우 위험한 발상”이라고 했다. 아울러 “입증 책임을 언론에 지워 기자와 언론사의 자기검열 유도 등 엄청난 압박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여권 일각에서는 상임위원장 재분배에 대한 지지층 반발에 따른 조치라는 해석도 있다. 소위 '대깨문'으로 불리는 민주당 강성 지지층들은 법사위원장을 국민의힘에 돌려준 것을 두고 송영길 대표와 윤호중 원내대표에게 문자폭탄을 보내는가 하면, 탄핵까지도 공공연하게 언급하고 있다. 이를 감안한 듯 윤 원내대표는 이날 언론중재법 개정안 내용을 설명한 뒤 ‘육참골단’이라는 말을 인용했다.
야권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민주당은 언론중재법 처리를 강행할 예정이다. 여야 합의에 따라 오는 8월 25일 국회 문체위원장을 국민의힘에 넘겨주기 전까지가 구체적인 시점이다.
이날 취재진과 만난 고용진 수석대변인은 “여러 개혁 과제가 21대 국회가 출범한 뒤 완수하지 못한 게 있다”며 “언론중재법, 신문법 그런 것들은 전반기 내에 빨리 통과시켜야 한다는 게 민주당의 판단”이라고 했다. ‘정치적 이유가 있지 않느냐’는 물음에는 “억측”이라며 “언론재갈법이라는 명칭으로 법의 취지를 폄훼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