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南, 적대적 전쟁연습 벌일지
큰 용단 내릴지 예의주시"
북한이 일방 차단한 연락통신선이 남북 정상 간 합의로 복원된 이후 북한 속내에 대한 여러 해석이 제기된 가운데 김여정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부장이 한미연합훈련 취소를 공개적으로 요구하고 나섰다.
연합훈련 규모·시기 등을 두고 한미 군 당국 간 협의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북한이 한미 균열을 꾀하며 이익을 극대화하려는 모양새다.
북한 관영매체인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김 부부장은 1일 개인 명의 담화에서 "우리 정부와 군대는 남조선 측이 8월에 또다시 적대적인 전쟁연습을 벌려놓는가 아니면 큰 용단을 내리겠는가에 대하여 예의주시해 볼 것"이라며 "희망이냐 절망이냐, 선택은 우리가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김 부부장은 "며칠간 나는 남조선군과 미군과의 합동군사연습이 예정대로 강행될 수 있다는 기분 나쁜 소리들을 계속 듣고 있다"며 "우리는 합동군사연습의 규모나 형식에 대해 논한 적이 없다"고 강조했다. 북한이 원하는 것은 연합훈련 취소라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다.
그는 "지금과 같은 중요한 반전의 시기에 진행되는 군사연습…"이라고 말을 흐리며 "나는 분명 신뢰회복의 걸음을 다시 떼기 바라는 북남수뇌들의 의지를 심히 훼손시키고 북남관계의 앞길을 더욱 흐리게 하는 재미없는 전주곡이 될 것이라고 본다"고 밝혔다.
북한 대외정책을 총괄하는 김 부부장이 전면에 나서 연합훈련 취소를 요구하며 으름장을 놨지만, '개인적 견해'라는 점을 못 박고 있어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향후 북한 행보는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는 평가다.
김 부부장은 연락통신선 복원과 관련해선 "지금 남조선 안팎에서는 나름대로 그 의미를 확대 해석하고 있다"며 "심지어 북남수뇌회담 문제까지 여론화하고 있던데 나는 때 이른 경솔한 판단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통신연락선들의 복원에 대해 단절되었던 것을 물리적으로 다시 연결시켜 놓은 것뿐이라는 그 이상의 의미를 달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 나의 생각"이라고 부연했다.
그는 경제난을 겪고 있는 북한이 인도적 지원 수용을 위해 연락통신선을 복원한 것 아니냐는 견해와 북미협상 재개를 위해 '징검다리' 성격으로 남북관계 물꼬를 텃다는 분석에 대해선 이렇다 할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김 부부장은 "섣부른 억측과 근거 없는 해석은 도리어 실망만 가져올 수 있다"며 "북남수뇌들이 직접 두 손을 맞잡고 공동선언과 같은 사변적인 합의를 만들어 발표한 후에도 북남관계가 바라지 않던 곡절과 파동을 겪고 위기로 치달았던 지난 3년간의 과정을 돌이켜본다면 내가 오늘 말하는 견해가 십분 이해될 것"이라고만 했다.
다만 북한이 그간 '상호주의 대응'을 천명해왔다는 점에서 연합훈련 진행 시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시험발사, 신형 잠수함 공개 등 '군사행동'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이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김여정 담화는 사실상 문재인 대통령 결단을 촉구하고 압박하는 메시지"라며 "남북관계 전환 시기에 또 한 번 중대 기로에 서게 됐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