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연기되면서 일본 정부의 손실금액 '1조 단위'
국내 지상파 방송사 '겹치기 중계' 여전, 볼거리 줄어
17일 동안 도쿄 국립경기장에 불을 밝혔던 올림픽 성화의 불이 꺼졌다.
지난달 23일 개막해 8일 끝난 2020 도쿄 올림픽은 전 세계에 불어 닥친 코로나19 여파로 올림픽 역사상 처음으로 ‘1년 연기’라는 악재 속에 치러졌다.
델파 변이 바이러스로까지 확대된 코로나19의 기세는 올림픽이 열리기 전까지 나아지지 않았고 결국 IOC(국제올림픽위원회)와 일본 정부는 사상 초유의 무관중 개최(일부 경기 제외)를 결정했고 흥행 참패가 예고된 가운데 열전에 돌입했다.
4년에 한 번 개최되는 올림픽은 최첨단 장비와 과학 기술이 도입되고 글로벌 기업들의 홍보가 극대화를 이루는 전 세계적 축제다. 이에 IOC는 물론 개최국 역시 막대한 경제적 효과를 누리는데 아쉽게도 이번 도쿄 올림픽은 ‘돈’과 거리가 먼 적자투성이 대회가 되고 말았다.
1년 연기되면서 손실 금액 약 17조 달해
급기야 무관중으로 개최되며 티켓 전량 환불
먼저 일본 정부는 올림픽이 1년 연기되면서 추가적으로 154억 달러(약 17조 5560억 원)의 돈을 더 투입했다.
여기에 전체 경기의 97%가 무관중으로 치러지면서 티켓 환불 조치가 이뤄졌다. 도쿄올림픽 조직위원회에 따르면 일본 국민들에게 판매된 올림픽 입장권은 363만장에 달했고, 무관중으로 치러짐에 따라 티켓 전량에 대한 환불 조치가 이뤄졌다. 금액으로 따지면 약 900억 엔(약 9424억 원)에 달한다.
올림픽은 전 세계에서도 관광객들이 몰려드는 ‘글로벌 잔치’다. 하지만 코로나19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 입국자 규모를 대폭 축소했고 여행은 물론 일본 내 소비 진작도 이뤄지지 않았다. 일본의 한 민간 연구소는 무관중, 관광객 입국 금지 등으로 인해 당초 기대했던 수입에서 총 1309억 엔(약 1조 3666억 원)이 감소했다고 분석했다.
만약 올림픽이 완전히 취소되었다면 총 손실 규모는 4조 5151억 엔(약 46조 8031억 원)이었다는 게 일본 현지에서의 분석이다.
IOC와 도쿄올림픽 조직위원회가 막대한 적자를 감수하면서도 대회 개최를 결정한 이유는 마지막으로 믿은 구석이었던 TV 중계권료였다. IOC는 코로나19로 인해 전 세계적으로 유동 인구가 적을 것으로 내다봤고 반사이익으로 올림픽의 시청률이 크게 상승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나 TV 중계에서도 도쿄 올림픽은 참패에 가까운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실제로 미국의 올림픽 주관 방송사인 NBC는 도쿄올림픽의 개회식을 약 1670만 명이 시청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4년 전인 2016년 리우 올림픽(2650만 명)보다 37% 줄었고, 2012년 런던 올림픽(4070만 명)보다는 59% 감소한 수치다.
심지어 30여 년 전 열린 1988년 서울 올림픽(2270만 명),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2160만 명)보다 시청자 수가 적었던 이번 올림픽이다. 이를 접한 일본의 한 매체는 “시차 때문”이라고 ‘정신 승리’하는 촌극이 벌어지기도 했다.
국내에서도 재미 보지 못한 도쿄올림픽
공중파 3사 겹치기 중계는 개선되지 않아
코로나19의 좋지 못한 상황은 국내에서도 마찬가지였다. 큰 돈을 들여 중계권료를 사온 지상파 방송사들 역시 ‘집콕 인구’가 늘어나면서 올림픽 시청률도 함께 증가할 것이라 전망했다.
일단 시청률만 놓고 보면 흥행 합격점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이번 대회 최고 시청률(지상파 3사 누적)을 기록한 경기는 6일 열린 여자배구 준결승전 한국과 브라질의 경기로 무려 38%의 시청률을 기록했다.
배구에 이어 4-0 대승을 거뒀던 남자 축구 루마니아전이 33%, 한일전으로 펼쳐진 야구 준결승전과 여서정이 동메달을 걸었던 여자 기계체조 도마 결선이 각각 28%로 집계됐다.
다만 방송 3사가 인기 종목만을 편성한 겹치기 중계는 이번에도 이어졌다. 이번 올림픽에서는 33개 종목 339경기가 펼쳐졌음에도 극히 한정적인 종목들만 전파를 타 시청자들의 볼거리가 제한적일 수밖에 없었다는 지적이다.
물론 2개 채널을 운용한 KBS는 달랐다. 타 방송사들이 겹치기 중계를 이어가는 사이, KBS 1TV에서는 육상 등 덜 주목받는 종목들이 전파를 탔고 많은 시청자들의 선택을 받기도 했다. 육상 높이뛰기 한국 신기록을 세운 우상혁의 경기 시청률이 27.1%에 달한 것이 대표적이다.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중계도 있었다. MBC는 개회식 중계 당시 우크라이나의 대표 이미지를 체르노빌로 소개했다가 국내는 물론 해외 언론의 비판과 직면했고 대회 내내 중계에서도 부적절한 발언과 자막 등으로 빈축을 사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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