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수 후보자들 쌍용차 인수로 전기차 역량 확대 기대
대다수 매출 영세…수 천억원 필요한 신차 개발 로드맵 부재
기업 영속성 위한 자금력·인내 필수…역량과 안목 갖춰야
기업 회생 절차를 밟고 있는 쌍용자동차 인수전에 국내외 투자자 9곳이 몰리면서 쌍용차의 미래에 청신호가 켜졌다.
대주주인 마힌드라가 경영에서 손을 떼겠다고 한 이후 새 투자자를 찾지 못해 난항을 겪었던 몇 달 전과는 상당히 대조적인 모습이다.
인수의향서를 제출한 회사들은 국내외 기업과 사모펀드 등 각양각색이다. 이중 과거 우선협상대상자였던 HAAH오토모티브의 창업주 듀크 헤일 회장이 설립한 카디널 원 모터스와 재계 38위 SM(삼라마이다스)그룹, 전기버스 전문 업체 에디슨모터스, 전기 스쿠터 업체인 케이팝모터스 등이 유력한 인수 후보로 손꼽힌다.
이들 대다수는 쌍용차 인수 이후 전기차 사업을 확대하겠다고 했다. 쌍용차는 이미 자사 최초의 전기차 코란도 이모션 개발을 마치고 현재 양산중으로, 새 인수자를 만나 제대로 된 투자를 받게 되면 전기차 사업에 탄력이 붙게 될 전망이다. 쌍용차는 이모션을 필두로 중형 SUV 전기차, 전기차 픽업 모델 등 친환경차 라인업을 강화하겠다고 했다.
문제는 인수 후보자들의 자금력이다. SM그룹을 제외하고는 매출 규모가 영세하다. 이들 인수 후보들의 덩치가 쌍용차 보다 작은 탓에 자금 조달에 대한 의구심이 지속되는 상황이다.
카디널 원 모터스는 아직까지 구체적인 자금 확보 계획을 밝히지 않았다. 듀크 헤일 회장이 운영하다 청산 절차를 진행 중인 HAAH오토모티브의 2019년 연 매출은 230억원에 불과했다.
케이팝모터스는 쌍용차 인수에서 정상화까지 약 4조원이 투입될 것으로 예상하면서도 실제 확보 자금은 그 10분의 1인 3800원에 그치고 있다. 에디슨 모터스는 사모펀드 키스톤PE·KCGI와 손잡고 인수자금 1조원을 마련하겠다는 계획이나 이후 투입될 신차 개발 비용 및 운영 자금 규모까지는 구체화하지 않았다.
완성차업체에 필요한 '신차 투자→판매→재투자'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 로드맵이 부재한 것도 우려사항 중 하나다.
완성차업체들은 신차를 지속적으로 내놓아야만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 쌍용차가 중장기적으로 전기차 업체로 전환하더라도 그 사이 기존 내연기관차 신차를 출시해 모델 노후화에 따른 물량 감소를 보완해줘야 한다.
통상 신차 개발에는 3000억원 가량의 비용이 투입된다. 쌍용차는 완성차 라인업이 티볼리, 코란도, G4렉스턴, 렉스턴 스포츠 등 4종으로매년 1종씩의 신차 출시가 필요한 데, 이를 뒷받침할 자금동원력이 관건이다.
결국 다른 경쟁사와 겨룰만한 전기차 기술 투자와 기존 라인업 신차 투입이 병행돼야만 경영정상화를 모색할 수 있다는 얘기다.
그러나 인수 후보자들 중 전기차 개발에 소요되는 비용을 감수하고 기존의 적자 구조를 개선할 뾰족한 답을 내놓은 곳은 눈에 띄지 않는다. 이런 중장기 플랜 없이 '인수를 위한 인수'에만 올인한다면, 쌍용차는 얼마 못가 또 다시 흔들릴 수 있다.
마힌드라는 다수의 계열사를 거느린 인도의 대기업임에도 불구, 쌍용차를 지속적인 흑자 기업으로 만들거나 하다못해 적자를 메워주는 역할을 하기엔 역부족이었다. 그 결과 쌍용차 대주주 지위를 포기했다.
차기 인수자는 인수에 전력을 쏟느라 이후를 대비하지 못하는 우를 범하지 말고 이후 투입될 신차 개발 비용과 운영비 등을 감당할 만한 튼튼한 자금력을 구비해야 한다. 정상화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릴 수 있다는 인내심 역시 요구된다.
쌍용차에는 5000명에 육박하는 직접 고용인력이 있고, 협력사까지 감안하면 수만 명의 고용이 딸려있다. 이미 수 많은 직원들은 쌍용차 회생을 위해 무급휴직 등 고통 분담에 나서고 있다. 기업을 일으킬 제대로 된 '역량'과 '안목'을 갖춘 인수자가 쌍용차 새 주인이 되길 희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