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구·펜싱·양궁 등 올림픽 국가대표 모시기 혈안
“비인기 종목에 대한 진정성 있는 접근도 필요”
지난 8일, 2020 도쿄 올림픽 폐막식을 끝으로 17일간의 대장정을 마무리했다. 하지만 방송가에선 이제부터가 본격적인 ‘올림픽 특수’다. 벌써부터 예능프로그램은 물론 뉴스, 다큐멘터리 등에 올림픽 스타들이 출연했거나, 출연을 확정지었고 현재까지도 섭외 경쟁이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다. 방송계에 따르면 가장 많은 러브콜을 받는 종목은 양궁, 펜싱, 배구 등이다.
섭외 0순위는 한국 여자 배구 간판 김연경 선수다. 김연경은 올림픽 이전에도 여러 차례 예능프로그램에 출연해왔지만, 올림픽 이후 무섭게 주가를 올리고 있다. 시원시원한 말솜씨와 엉뚱한 면모로 예능적 요소를 갖춘 것은 물론, 압도적인 실력과 특유의 리더십까지 재조명된 셈이다. 현재 그는 이미 수차례 출연했던 MBC ‘나 혼자 산다’에 출연을 확정한 상태이며, 기업들의 광고 제안도 잇따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지상파 예능 작가는 “김연경 선수는 올림픽 이전에도 최고의 선수였지만, 이번 올림픽을 통해 그 진가를 다시 한 번 입증해냈다. 실제로 과거 그가 출연했던 예능 클립 등 유튜브 콘텐츠들의 조회수가 무섭게 치솟고 있는 것이 그의 인기를 대변한다”면서 “때문에 방송가에선 무슨 수를 써서라도 김연경 선수를 잡아야 한다는 목표로 접촉을 이어가고 있다”고 밝혔다.
또 단체전에서 금메달을 따낸 펜싱 사브르 남자 국가대표 팀(김정환, 구본길, 오상욱, 김준호)은 지난 8일 방송된 KBS2 ‘사장님 귀는 당나귀 귀’를 시작으로 SBS ‘집사부일체’, E채널 ‘노는브로2’, JTBC ‘아는 형님’ 등에 출연을 확정지었다.
양궁 국가대표 팀을 향한 섭외도 이어지고 있다. 올림픽 최초 양궁 3관왕에 오른 안산과 2관왕의 김제덕이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 SBS ‘집사부일체’ 등에서 보여줄 케미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특히 안산은 15개 이상의 프로그램에서 섭외 요청은 받은 상황이다. 이미 지난 4일 하루 동안에만 KBS ‘뉴스9’, SBS ‘8뉴스’, MBC라디오 ‘표창원의 뉴스하이킥’ 등에 연달아 출연하면서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지상파 예능 작가는 “이전과 다른 점이라면 비인기 종목 국가대표 선수들에 대한 섭외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는 것”이라고도 말했다. 실제로 MBC ‘놀면뭐하니?’에는 탁구 국가대표 신유빈 선수가 출연을 확정했고, 근대5종에서 첫 메달을 따낸 전웅태는 10일 tbs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 전화 인터뷰를 진행했다. 기계체조 동메달리스트 여서정과 수영선수 황선우, 새로운 도마 황제 신재환, 클라이밍 서채현 등 역시 섭외 1순위로 거론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올림픽 이전부터 이미 방송가에선 비인기 종목을 콘텐츠로 한 프로그램들이 인기를 끌고 있던 터였다. 여자 축구를 내세운 SBS ‘골 때리는 그녀들’은 최신 방송인 지난달 21일 방송분을 통해 7.2%(닐슨코리아 기준) 시청률을 기록하며 화제를 모았다. 또 영리한 변주로 화제성을 이어가고 있는 JTBC ‘뭉쳐야 찬다 시즌2’ 역시 비인기종목 선수들을 대거 영입하면서 눈길을 끌기도 했다.
이 작가는 “올림픽을 통해 비인기 종목의 선수들이 크게 주목을 받고 있다. 대중이 잘 알지 못했던 낯선 종목에서 반전의 결과나 나오거나, 감동적인 순간이 연출되면 그 효과는 인기 종목보다 더 크게 다가온다. 최근 비인기 종목의 스포츠 예능이 흥행하는 이유이기도 하다”면서 “잘 알려지지 않은 종목을 방송을 통해 소개하고, 그들(선수들)의 스토리를 공개하는 것은 시청자들에게도 새로운 재미를 안길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런 방송계의 관심이나 시청자들의 관심이 올림픽 기간 이후 ‘반짝 이슈’로 끝나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 방송사들도 이들을 ‘활용’한 시청률 상승에만 목표를 두는 것이 아니라 예능적인 시스템 안에서도 그 종목을 충분히 이해하고, 그들의 진정성 있는 이야기를 담아내면서 꾸준한 관심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하는 역할을 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