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카카오톡
블로그
페이스북
X
주소복사

승리로 버닝썬 바꿔치기 황당하다


입력 2021.08.14 07:58 수정 2021.08.14 03:59        데스크 (desk@dailian.co.kr)

그룹 빅뱅 전 멤버 승리(본명 이승현)가 지난 3월 9일 오후 강원도 철원군 육군 6사단 신병교육대로 입대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군사법원에서 승리의 유죄가 확정됐다. 징역 3년, 추징금 11억5690만원 선고와 더불어 신상정보등록 명령이 내려졌다. 승리에 대한 9개의 혐의가 모두 인정됐다고 한다.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횡령) ▲식품위생법 위반 ▲업무상횡령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카메라 등 이용 촬영) ▲성매매알선 등 행위의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성매매알선 등) ▲상습도박 ▲외국환거래법 위반 ▲성매매알선 등 행위의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성매매) ▲특수폭행교사 혐의 등이다.


입대 전에 검찰이 승리에 대해 두 번이나 구속 영장을 신청했었지만 기각됐었다. 당시 법원은 “구속 사유와 구속의 필요성, 상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하면서 “소명되는 범죄혐의의 내용, 일부 범죄혐의에 관한 피의자의 역할, 관여 정도 및 다툼의 여지, 수사 진행 경과 및 증거 수집 정도, 피의자가 수사에 임하는 태도 등을 종합해 고려했다”고 했다.


당시 법원의 판단을 보면, 소명되는 범죄 혐의의 내용이 구속할 수준이 못되고, 승리의 관여도도 다툼의 여지가 있으며, 수사 진행과 증거 수집도 미흡하다는 내용이다. 그래서 당시엔 검찰이 여론에 떠밀려 무리하게 승리를 구속시키려 한 것처럼 보였다.


지금 승리에게 유죄가 나온 것을 보면, 그동안 많은 시간이 흘러 소명된 혐의의 내용이 많아졌고, 승리의 관여도도 확인이 됐으며, 수사 진행과 증거 수집이 충분히 이루어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승리는 계속해서 상당부분 억울함을 주장해왔기 때문에 항소할 가능성이 있다. 그러면 2심 재판이 다시 열리게 되는데, 계속해서 군사법원에서 진행된다. 승리 측에서, 이번 군사법원의 1심 결과가 불리하게 나온 마당에 군사법원의 2심을 선택할 지는 앞으로 지켜볼 일이다.


여기까지는 승리라는 연예인의 재판에 관한 이야기인데, 한 가지 의문이 생긴다. 도대체 이 사건과 버닝썬이 무슨 상관이라는 말인가?


버닝썬 사건이 벌어진 후 언론은 승리를 버닝썬의 핵심이라고 보도했다. 그래서 대중이 공분했고 승리에 대한 고강도 수사가 진행됐다. 입대 전에 검찰이 구속 영장을 두 번이나 신청할 정도로 ‘탈탈’ 털었다. 지금은 그때에 비해 혐의가 더 늘었는데, 이걸 보면 승리를 탈탈 터는 일은 그동안에도 계속 진행된 것으로 보인다. 그렇게 몇 년에 걸쳐 털었는데 버닝썬 혐의는 어디 있단 말인가?


횡령, 성범죄, 도박, 폭행교사 등 개인비리들만 있을 뿐이다. 버닝썬 사건 당시 뉴스를 보면 ‘이제부터 버닝썬 사건 소식을 전해드리겠습니다’ 하고는 ‘승리 씨 사건은~~~, 정준영 씨 사건은 ~~~’ 이런 식으로 진행될 때가 많았다. 승리와 정준영 사건이 곧 버닝썬 사건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승리는 물론이려니와 정준영 사건도 개인 일탈 사건이었다.


이런데도 언론은 버닝썬의 핵심으로 계속해서 승리를 내세웠고, 버닝썬 사건은 너무나 중대한 사건이기 때문에 수사가 계속 돼야 해서 승리에 대한 수사가 계속됐다. 군입대 전엔, 승리를 구속해야 버닝썬 사건이 마무리 된다는 식으로 보도한 곳도 많았다. 이렇게 언론이 연예인을 부각시키는 사이에 버닝썬 사건은 사라져버렸다.


버닝썬 사건은 부유층이 조직적인 비호와 자본의 뒷받침을 받으며 버닝썬에서 대대적으로 성범죄와 마약범죄를 저질렀다는 의혹이다. 그런데 버닝썬만의 문제가 아니었다. 버닝썬 자체가 다른 강남 클럽의 업태를 모방하고, 그런 클럽의 인력을 스카웃해서 만들어진 곳이었다. 즉, 버닝썬의 문화가 다른 강남 클럽에서도 나타났을 가능성이 있다는 말이다. 실제로 당시 강남 클럽에서 일했던 사람이 버닝썬이 아닌 강남 대형 클럽에서도 잘못된 행위들이 있었다고 주장했었다. 오피스텔까지 빌려서 그런 행위를 한다는 주장도 나왔었다.


이 의혹의 실체를 밝히려면 연예인이 아닌 버닝썬 그 자체에 대해 전면적인 수사를 했어야 하고, 다른 강남 클럽들에 대해서도 조사했어야 한다. 특히 부유층과 클럽 MD를 중심으로 한 커넥션의 실체를 밝혀냈어야 한다.


그런데도 언론은 ‘버닝썬 사건은 승리 사건이다’라고 반복했고, 승리는 탈탈 털렸다. 사법기관이 마침내 승리의 유죄를 확정지었는데, 버닝썬 사건은 뭐가 정리됐나?


승리 등 연예인 사건에 정작 버닝썬 사건은 묻혔다. 국민 공분 거대 사건이 일개 연예인 일탈 사건으로 바꿔치기 되는 해괴한 일이 벌어진 것이다. 온 관심이 연예인에게 쏠리는 사이에 클럽 사건 관련자들은 증거를 지우거나 자취를 감췄을 것이다. 과연 버닝썬 사건은 이대로 덮이는 걸까? 만약 덮인다면 가장 큰 공로자는 언론이 될 것이다.


글/하재근 문화평론가

데스크 기자 (desk@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0
0

댓글 0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