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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케의 눈물 ①] "법이 미쳤다, 죽은 아들만 억울"…故권대희 사건 병원장 '징역3년'


입력 2021.08.20 05:05 수정 2021.08.23 20:26        이배운 기자 (lbw@dailian.co.kr)

"유령수술, 마루타 수술" 유족 양형 반발…"환자 동의없이 의사 바뀌어도 괜찮다 인정한 사례"

마취의 금고2년, 간호조무사 선고유예…재판부 "공장식 수술하다 골든타임 놓쳐"

검찰 "피해자를 마치 컨베이어벨트 조립 제품처럼 수술…공장식 수술구조 확인"

수술실 ⓒ게티이미지뱅크

고(故) 권대희씨를 수술실에 방치해 사망에 이르게 한 혐의를 받는 성형외과 원장과 의료진이 실형을 선고받은 가운데, 피해자의 어머니는 "죽은 아들만 억울한 판결"이라며 오열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8단독 최창훈 부장판사는 19일 업무상과실치사 등 혐의로 기소된 서울 강남 소재 모 성형외과 원장 A씨 외 3명의 선고 공판에서 A씨에게 징역 3년 형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했다.


권씨를 마취했던 B씨에게는 금고 2년에 벌금 500만원, 지혈 담당 C씨에게는 벌금 1000만원을 선고했다. 간호조무사 D씨에 대해서는 선고유예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피해자에게 다량 출혈이 발생하는 등 혈류가 극히 비정상이었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른바 '공장형 라인 수술'을 벌이느라 치료 행위 없이 골든타임을 놓치고 만 사건"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피해자 어머니가 사망한 아들의 사인에 대한 진실을 밝히려는 수년간 처절한 흔적이 느껴졌고, 처벌 의사를 강력히 표하고 있다"며 선고 이유를 밝혔다.


하지만 피해자 어머니는 선고 결과와 양형에 강하게 반발했다. 피해자 어머니는 법정에서 나오면서 취재진을 만나 "죽은 아들만 억울한 판결이다. 대한민국 법이 완전히 미쳤다"며 "환자의 동의를 안 받은 '공장수술' '유령수술' '마루타 수술'은 하나도 언급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이제 대한민국 수술실은 공공연히 유령수술이 자행될 것이다"며 "판결을 납득할 수 없다. 법이 희한하게 의사에게 왜 이렇게 관용을 베푸는지 모르겠다"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죄명에 상해치사가 들어가지 않은 게 원인이다. 환자의 동의를 안 받고 공장식 수술을 한 게 어떻게 상해치사가 되지 않느냐"며 "앞으로 우리나라는 환자 동의를 받지 않고 의사가 바뀌어도 괜찮다고 인정한 사례나 다름없다"고 분노했다.


앞서 A씨와 의료진은 2016년 9월 권씨를 수술하는 과정에서 경과 관찰과 후속 조치를 제대로 하지 않아 과다출혈로 숨지게 한 혐의(업무상 과실치사)로 2019년 11월 재판에 넘겨졌다.


A씨와 B씨는 다른 환자를 수술한다는 이유로 간호조무사인 D씨에게 30분가량 권씨 수술 부위를 지혈하도록 한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달 열린 결심 공판에서 검찰은 A씨에게 징역 최고형인 7년 6개월을, 현장에 있던 의료진 모두에게 실형을 구형하면서 "피고인들이 마치 컨베이어벨트에서 조립되는 제품처럼 피해자를 수술했고, 피해자는 적절한 처치를 받지 못한 결과 사망에 이르렀다"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피고인들은 의사에게 기대되는 의무를 정면으로 위반했다"며 "그 배경에는 영리를 추구하는 공장식 수술 구조가 확인돼 사회적인 충격을 줬고, 이는 의료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졌다"고 강조했다.


A씨는 최후진술에서 "제가 무슨 말을 할 수 있겠느냐"며 "이 자리를 빌려 환자 아버지, 어머니, 형에게 다시 한번 마음 깊이 사죄드린다. 죄송하다"고 고개를 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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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배운 기자 (lbw@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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