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경선 둘러싼 내홍에 "언급 말라" 확전자제
'비공개일정' 조직 내실다지기+정책구상 집중
내주 청년‧여성 외연확장 정책 첫 선보일 듯
국민의힘 대선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잠행모드를 깨고 본격적인 정책행보에 나선다. 당 내홍이 봉합수순에 들어선 만큼 그동안 숨고르기를 해온 대선행보에 다시 속도를 낸다는 구상이다.
윤 전 총장은 최근까지 공개일정을 자제하며 '전략적 침묵'을 유지해왔다. 당내 갈등이 불거진 지난 10일부터 19일까지 공개일정을 소화한 날은 나흘에 불과했다. 이는 당지도부와 대선주자들이 뒤엉킨 자중지란으로 "이래서 정권교체가 가능하겠느냐"는 당 안팎의 우려에 따라 침묵의 시간을 가진 것으로 해석됐다.
실제 윤 전 총장은 캠프 관계자들에게도 당내 갈등을 자극할 수 있는 발언을 하지 말라고 당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캠프 관계자는 "당의 화합을 저해하는 언행을 자제하라는 당부 이후 이준석 대표 이름을 거론하는 자체가 조심스럽다"면서 "다들 '더 신중하자, 더 조심하자'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당 내에서도 윤 전 총장의 '무대응 기조'를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당내 갈등의 불길이 확산을 차단하는 데에는 당내 1위 대선후보의 침묵이 주효했다는 것이다.
한 초선 의원은 "주변에서 '정권교체 안 할거냐'는 얘기가 많아서 걱정이었는데, 윤 전 총장이 캠프에 함구령을 내리면서 빠르게 소강상태에 접어들지 않았나 싶다"면서 "참모들 입장에선 충성경쟁도 있고, 대선정국에서 참기 어려운데 잘 대응했다"고 했다.
특히 윤 전 총장은 오는 25일 당 경선준비위원회가 개최하는 비전발표회에 참석하기로 하면서 내부 갈등을 봉합할 결정적인 수를 던졌다. 당초 윤 전 총장 캠프는 당의 예비후보 등록이 끝나지도 않은 상태에서 경준위가 경선 일정을 진행하는 것은 월권이라는 입장이었지만 "당의 화합을 통해 정권교체를 이뤄내라는 국민의 목소리를 받들겠다"며 참석을 결정했다.
여기에 중립성 논란을 일으켰던 서병수 경준위원장이 지난 20일 직을 내려놓는 동시에 선관위원장직을 고사한 것도 당 내분의 불길을 잡는데 영향을 미쳤다. 서 위원장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선거 관리가 잘 돼 훌륭한 후보가 뽑히길 희망한다"며 백의종군 뜻을 나타냈다.
윤 전 총장 캠프에선 이제 내부 갈등의 큰 불길이 잡히면서 대선행보에 다시 뛰어들 분위기가 조성됐다고 보고 있다. 그간 비공개 일정을 소화하며 조직 내실다지기와 정책‧공약에 집중해온 만큼 이제 구상을 펼칠 때라는 설명이다.
당장 다음주에는 청년과 여성, 복지 등과 관련한 정책 발표를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최근 '2030세대'에서 지지율 하락폭이 커진 것과 무관치 않다.
이에 윤 전 총장도 21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청년들의 진솔한 이야기를 담고 싶다"며 "아이디어도 좋고 고민도 좋다. 제게 하고 싶은 이야기를 가감 없이 들려달라"고 말했다. 그는 "저의 SNS와 메일은 언제나 여러분을 위해 열려 있다. 여러분의 생각이 곧 정책이 된다"며 참여를 독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