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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성형 유망주’ KBO리그의 또 다른 볼거리


입력 2021.08.24 15:33 수정 2021.08.24 15:33        김윤일 기자 (eunice@dailian.co.kr)

2017년 이정후 시작으로 고졸 1년차 신인들 득세

올 시즌 이의리 물론 '제2의 이종범'도 데뷔 앞둬

2017년 신인왕 이정후. ⓒ 뉴시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KBO리그 신인왕 레이스는 퓨처스리그에서 상당 기간 담금질을 거쳤던 중고 선수들이 득세를 이뤘다.


하지만 이제는 달라졌다. 2017년 이정후를 시작으로 4년 연속 순수 고졸 신인들이 신인왕을 독차지하고 있다.


KBO리그는 프로 출범 후 90년대까지 대학을 거쳐 프로에 입단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장종훈, 염종석, 김재현, 박진만 등 고교 졸업 후 곧바로 프로에 도전장을 던지는 선수들도 있었지만 성공사례는 극히 일부에 불과했고 대학에서 담금질을 거치는 것이 성공의 지름길로 여겨졌던 시절도 있었다.


그러다 2000년대 초 고교 유망주들의 메이저리그 유출로 인해 변곡점이 찾아왔다. 메이저리그 구단들은 박찬호, 김병현 등의 성공으로 한국 아마추어 시장에 눈을 돌리기 시작했고 제법 많은 수의 유망주들이 미국행 비행기를 탔다.


이를 막고자 KBO는 타 리그 진출 후 복귀 시 2년의 유예라는 제도를 도입했고 연고지 내 유망주를 뺏길 수 없었던 각 구단들은 고교 졸업 선수들에게 천문학적인 계약금을 안기며 대학 진학 대신 프로 진출을 유도했다.


준비가 덜 된 고졸 유망주들은 프로 1군에 자리를 잡기까지 상당한 시간을 필요로 했다. 2006년 프로에 입단하자마자 신인왕과 MVP를 동시 수상한 류현진의 사례도 있었지만 워낙 특출했던 사례였고 대부분의 선수들이 2군서 껍질을 깨는데 주력했다.


이렇다 보니 신인왕 레이스에서도 중고 신인들이 도전장을 내밀었다. 2008년에는 무려 7년차 중고 신인이었던 최형우가 신인왕을 수상했고 2012년 서건창은 신고 선수로 입단해 5년 만에 빛을 본 케이스였다.


지난 10년간 신인왕. ⓒ 데일리안 스포츠

마침 2008년 베이징 올림픽 금메달 이후 프로야구의 전성기가 찾아오며 고교 야구의 질과 양이 확대됐고 고교 유망주의 실패 사례들이 성공의 반면교사가 되면서 프로 의식으로 무장한 고졸 신인들이 배출되기 시작한다.


출발점은 역시나 이정후다. 이종범의 아들이라는 남다른 유전자를 지닌 이정후는 프로 첫 해 신인 최다 안타 기록을 세우며 단숨에 스타플레이어로 급부상했고, 이듬해 데뷔한 KT 강백호는 고졸 최다 홈런 기록을 갈아치우며 리그의 지배자로 성장 중이다.


올 시즌도 고졸 1년차 선수가 신인상을 받을 확률이 매우 높다. 최근 도쿄 올림픽 대표팀에서도 인상적인 모습을 보였던 KIA 이의리가 신인왕 레이스에서 앞서가며 두각을 나타내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내년에는 ‘제2의 이종범’이라는 극찬 속에 KIA 1차 지명을 받은 김도영(광주 동성고)을 비롯해 각 지역 특급 유망주들이 성인 무대에 도전장을 던진다. 프로 의식으로 똘똘 뭉친 완성형 유망주들의 등장을 지켜보는 것도 KBO리그를 즐기는 또 다른 관전 포인트로 자리 잡고 있다.

김윤일 기자 (eunic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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