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번가 브랜드 마케터로 재직중
17만 팔로워 보유
<편집자 주> 유튜브 영향력이 확대되면서 MZ 세대의 새로운 워너비로 떠오른 직업이 크리에이터다. 콘텐츠 기획, 촬영, 편집까지 해내며 저마다의 개성 있는 영상으로 대중과 소통하고 있는 크리에이터를 만나봤다.
연니는 다양한 브랜드나 인문 패션으로 표현하는 틱톡 내 대표 패션 크리에이터다. 패션을 주제로 하울이나 트렌드를 제시하는 크리에이터는 많지만 연니처럼 독특한 콘셉트는 흔치 않다.
그의 틱톡에서는 음식, 영화, 애니메이션, 패션으로 표현하지 못할 것이 없다. '라면이 사람이라면?', '아이스크림이 사람이라면?' 등의 재기 발랄한 물음에서 그의 패션이 시작된다. 그가 구현해낸 패션을 보고 17만 명이 즐거워한다.
"우리나라엔 이 콘셉트가 없지만 해외에서는 꽤 있어요. 제가 사실 애니메이션 덕후인데 어느 날 알고리즘에 의해 타마라 라이란 크리에이터를 보게 됐죠. 영상 콘셉트가 독특해서 저도 해보고 싶더라고요. 제가 하고 싶은 걸 하기도 하고 보통 유저들의 요청에서 아이디어를 얻고 있어요. 제가 생각지도 못한 걸 표현해달라고 하는 경우가 많아 영감을 많이 받아요."
그는 11번가 오픈마켓 브랜드 마케터 일을 하며 크리에이터 활동을 즐기고 있다. 패션 종사자는 아니지만 관심이 많았던 그는, 사람들이 패션을 어려워하지 않고 재미있게 즐겼으면 하는 바람에서 시작해 지금의 연니가 됐다.
"지금은 다양한 플랫폼에서 패션을 즐기고 있지만 몇 년 전만 해도 디자이너 컬렉션, 하이엔드 등을 보고 '저게 잘 입는 거야?'란 생각을 하고 특이하게 입는 것을 지양했어요. 그런데 저는 브랜드에 상관없이 입고 싶은 것을 입고 자신이 좋아하는 걸 입는 게 패션이라고 생각하거든요. 패션이 어렵지 않다고 말해주고 싶었어요."
독특한 콘셉트도 눈길이 가지만 그가 활용하는 의상은 모두 빈티지다. 독일에서 거주할 당시 우연히 들렸던 런던의 한 빈티지샵에서 레트로 패션 매력에 눈을 떴다. 그때부터 레트로 패션과 아이템을 모으기 시작했다. 놀랍게도 크리에이터 활동을 위해 옷을 산 적은 두 번 밖에 없다고 전했다. 그는 왜 레트로 패션이라는 전제를 뒀을까.
"패션은 돌고 돈다는 말이 있잖아요. 실제로 예전에 유행했던 젤리슈즈가 다른 형태로 유행 중이고, 다시 오지 않을 것 같던 볼레로도 다시 많이 입고 있어요. 현재 패션에 영향을 주는 건 옛날 패션이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빈티지 아이템은 나만 가지고 있다는 것이 의미가 남다르기도 하고요. 이 옷 전 주인은 어떻게 코디를 했을까 상상하는 것도 즐거워요. 스토리나 상상하는 측면에 제게 아이디어나 해석의 여지를 더 주는 게 레트로 패션인 것 같아요."
그의 영상 포인트는 '얼마나 비슷하게 구현하느냐'다. 모두가 고개를 끄덕일 수 있는 공감과 재미를 우선시로 한다. 이에 경험하지 못하거나 보지 못한 것들은 스스로도 공감할 수 없으니 표현 대상에서 제외된다.
"말도 안 되는 패션을 입어놓고 '이건 해리 포터입니다' 할 수 없잖아요. 공감이 중요해요. 그런데 제가 다행히 오타쿠라 애니메이션 같은 경우는 많이 섭렵했죠.(웃음) '이 캐릭터를 아는 사람은 분명히 좋아할 거다'란 생각으로 최대한 비슷하게 만들어내려고 해요."
최근 가장 좋은 반응을 얻은 건 마블 캐릭터였다. 연니 역시 마블 코믹스의 팬이다. 가장 표현하기 어려운 아이템이기도 했다.
"마블 히어로들은 수트로 표현이 되잖아요. 브랜드 같은 경우는 컬러 조합만 잘해서 입어도 표현이 가능한데, 마블은 옷이 딱 정해져 있어 그걸 실제 생활에서 입는 옷으로 보여주기가 쉽지 않더라고요. 그래도 많이 좋아해 주셔서 뿌듯했죠."
개인적으로 개인에 남는 영상은 '한국 패션 변천사'다. 50년대부터 2021년까지 유행했던 패션을 총망라해 선보였다.
"시대를 대표하는 음원들을 사용해 당시 많이 볼 수 있는 패션을 되살려봤어요. 고증 정도의 수준은 아니지만 공감을 많이 얻을 수 있도록 신경을 많이 썼죠. 한국 패션의 역사를 일일이 찾아보고 다양하게 떠올려봤어요. 재현하는 게 어려웠지만 저는 재미있어서 만족스러웠던 작업이에요."
연니가 틱톡에 발을 들인 이유는 브랜드 마케터란 직업의 특성 때문이었다. 누구보다 트렌드를 빨리 읽어내야 하는 직업으로, MZ 세대의 놀이터라 불리는 틱톡을 둘러보기 시작했다. 플랫폼 내 촬영과 편집 기능이 편리하게 장착돼 있어 누구나 크리에이터가 될 수 있다는 걸 알았고, 직장인이기에 다른 플랫폼보다 간편한 틱톡이 자신에게 더 합리적일 거라 생각했다. 그리고 지금은 본업과 부업이 크로스 오버가 돼 시너지가 나는 걸 스스로 느끼고 있다.
"저는 플랫폼과 크리에이터에 대한 이해도가 있으니까 회사에서 캠페인을 할 때 도움이 많이 돼요. 크리에이터를 선정하는 것부터 광고 방식, 무엇이 유행인지 알고 있으니까 조금 더 수월하죠. 브랜드 계정을 처음 운영할 때는 저도 갈피를 못 잡았어요. 하지만 제 크리에이터 활동에서 영감받아 브랜드 계정도 콘셉트를 활용해보자 싶었죠. 그래서 현재는 생각보다 빠르게 조회 수와 팔로워가 늘고 있어요."
그는 패션이 편견에 갇히는 걸 지양한다. 남성스럽게, 여성스럽게 등 이렇게 한정된 조건을 신경 쓰다 보면 다양한 시도를 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코디를 할 때도 남녀 구분 없이 모두가 즐길 수 있는 옷들을 제안한다.
"제 영상으로 시도하는 일이 적어지거나 '이건 이래야 해'란 생각에 갇히는 걸 경계해서 콘텐츠를 만들어요. 패션은 어려운 게 아니거든요. 안 먹었던 음식을 가볍게 시도해보는 것처럼 옷도 가볍게 도전해보셨으면 좋겠어요. 얼마 전 '저를 왜 팔로우 하시냐'라고 물어봤더니 다양한 스타일을 시도해서 좋다고 하시더라고요. 제 팔로워들도 자신에게 맞는 패션을 찾아는 과정 속에서 다양한 시도를 해보셨으면 해요."
그는 언젠가 팔로워들과 함께하는 패션쇼를 꿈꾼다. 팔로워들의 사연을 받아 메이크 오버를 해주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싶다고 전했다. 아직은 먼 미래라고 생각하지만 차근차근 걸어 나가다 보면 꿈과 만나는 날이 있을 것이라 믿고 있다.
"팔로워들의 사연을 받아 패션을 재밌게 즐길 수 있는 방법을 함께 만들어나가면 너무 재미있을 것 같아요. 브랜드나 협업도 필요하고 팔로워들을 오프라인에서도 만나야 하니 당장 시행하기는 어려워요. 아직은 막연하지만 꼭 이걸 콘텐츠로 제작해보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