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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준금리 인상] 집값 안정 가능성 낮지만 영끌족 이자부담 증가


입력 2021.08.26 15:20 수정 2021.08.26 15:38        황보준엽 기자 (djkoo@dailian.co.kr)

"인상폭 좁아 부동산 가격 하락 크지 않을 것"

'공급 부족' 지속…금리만으로는 시장안정 불확실

추가 인상 여부가 관건, 이자 지불 임계점 넘을 수도

한국은행이 15개월만에 기준금리 인상을 단행했지만, 집값에는 영향이 적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한국은행이 15개월만에 기준금리 인상을 단행하면서 부동산 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일반적으로 금리가 오르면 은행의 대출금리 상승 속도가 빨라지게 되고 그 영향으로 주택담보대출을 포함한 대출이 줄어든다. 결국 거래량이 주춤하면서 집값은 약세를 보인다. 부동산 시장에서 통용되는 일반적인 공식이다.


다만 이번에는 이 같은 공식이 그대로 적용될 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시장 자체가 움츠러들 가능성이 큰 것은 사실이지만, 원체 공급이 부족한 시기인데다 인상폭이 크지 않아 집값에 영향을 줄 정도는 아니라는 것이다.


한국은행은 26일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를 열고 8월 기준금리를 현행 0.5%에서 0.25%포인트 높인 0.75%로 인상했다. 지난해 5월 이후 15개월간 동결을 거치다가 이날 인상이 결정되면서 '초저금리' 시대가 마침표를 찍게 됐다.


기준금리가 높아지면 은행 등 금융기관의 조달 비용이 늘어나게 돼, 금융기관이 소비자에게 적용하는 금리를 올리게 된다.


이는 곧 '내집마련' 수요의 구매력 약화와 연결된다. 즉 부동산 시장으로 흘러 들어가는 자금이 감소한다는 의미로 집을 '살 사람'이 없어진다는 것이다. 또 대출을 받아 집을 마련한 이들 중 커진 금융 부담에 하나 둘 집을 내놓기 시작하면서 집값은 약세를 보이기 마련이다.


실제로도 업계에서는 거래량이 줄면서 부동산 시장이 위축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이번 금리인상이 점차적으로 금리를 인상하겠다는 신호인 만큼 향후 시장이 이에 대비해 매수 심리가 더더욱 위축될 가능성이 크다.


단적으로 지난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기준금리 인상 당시에도 집값이 '금리'와 동조화하는 모습이 나타났다. 금융위기에서 벗어나 경기 회복국면에 들어섰던 2010년 7월부터 2011년 6월까지 금리를 5차례 올린 바 있는데, 이때 서울 집값은 거래량이 줄면서 하락을 거듭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크게 두가지 이유로 이번 금리 인상은 집값에 큰 영향을 주기 어렵다고 전망한다.


일단은 인상폭이 0.25% 수준으로 크지 않다는 점을 들어 영향이 적을 것으로 본다. 금리 인상이 수차례 예고돼 시장에 선반영 된 측면이 있고, 인상폭이 크지 않아 대출을 끌어다 쓴 이들이 부담을 느낄 정도는 아니라는 얘기다. 1억원 대출 시 1년에 부담해야 할 이자액이 25만원 정도 늘어나는 수준이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주택담보대출이나 신용대출같은 개인대출의 수준에서는, 대출액 자체가 몇 억원 수준이다. 때문에 금리가 오르더라도 그 결과는 월 부담하는 이자액이 약간 늘어나는 정도에 그친다"며 "이는 충분히 개별 가계, 개인이 감당할 수 있는 범위"라고 설명했다.


인상폭과는 별도로 공급이 부족하다는 점도 시장 불안정을 점치는 요인이다. 정부가 재건축 규제 강화와 분양가 상한제 등으로 규제로 주택 공급에 문제가 있어 가격이 내리긴 어렵다는 것이다.


김효선 NH농협은행 부동산수석위원은 "금리 인상으로 인해 실수요 등의 매수세는 움츠러 들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하지만 공급 위축이 이어지고 있어 집값에는 큰 영향이 없을 듯 하다. 수급불균형 때문에 크게 하락이 발생하거나 하진 않을 것이다. 더군다나 시장의 호황기로 투자심리도 남아있는 상황"이라고 했다.


다만 기준금리 인상이 추가적으로 이어졌을 때는 사정이 다르다는 분석이다. 지금이야 인상폭이 크지 않았고 직전의 금리가 '초저금리' 수준이었던 터라 부담이 크진 않지만, 향후 추가적인 인상이 연쇄적으로 발생하면 이자 부담이 임계점을 넘어설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송승현 도시와경재 대표는 "추가적인 인상이 있다고 하면 집값에 영향이 미칠 가능성이 크다. 이자 부담의 임계점이 넘어설 것"이라며 "특히 대출을 받아 최근 집을 마련한 '실수요자'들은 버텨내기 힘들 수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영끌족'들의 경우 문제가 커질 수 있다. 영끌족들은 청년층이 많았는데, 이들은 장년층에 비해서 상환능력이 떨어지는 경우가 많아 상환에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크다.


한국금융연구원에 따르면 금융권에서 새로 가계대출을 받은 신규차주 중 30대 이하 청년층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7년 49.5% ▲2018년 51.9% ▲2019년 56.4% ▲2020년 3분기 58.4%로 매년 꾸준히 늘었다. 대출금액 기준으로도 청년층 비중은 ▲42.4% ▲46.5% ▲52.4% ▲55.3%로 크게 증가했다.


김인만 김인만부동산경제연구소 소장은 "갑자기 이자가 뛰어버리면 젊은 영끌 수요들이 1년이야 어떻게든 버텨낸다 하더라도 장기간은 버텨내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며 "와중에 집값이라도 올라 자산가치라도 상승하면 모르겠지만 그럴 가능성은 낮다"고 말했다.

황보준엽 기자 (djkoo@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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