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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홈페이지도 없는 탄소중립委…이 정도면 밀실위원회?


입력 2021.08.28 07:02 수정 2021.08.28 20:23        유준상 기자 (lostem_bass@daum.net)

공론하겠다더니 소수인원 대상 비밀학습 진행

10월 최종안 나오는데 일반국민 정보 접근 불가

탄소중립위원, 시민 대상 강사진 편향성 지적도

윤순진 2050 탄소중립위원회 공동위원장이 지난 5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합동브리핑실에서 열린 2050 탄소중립시나리오 위원회안 브리핑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대통령 직속기구인 탄소중립위원회가 국민 공론 방식으로 탄소중립안을 만들겠다면서 공식 홈페이지도 없이 운영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공론이라면 진행 상황과 산출 근거 등을 투명하게 공개해야 하는데 일반 국민은 정보 접근이 불가할 정도로 폐쇄적으로 운영되면서 '밀실위원회'라는 지적이 나온다.


더욱이 이같이 투명하게 공개하지도 않을 것인데도 신고리 5·6호기 공론화 이후 다양한 비판을 받아온 '공론 조사' 방식을 또다시 채택했다. 2050 탄소중립안 수립에 국민 의견을 반영하겠다는 의도다. 이 역시 정부가 탄소중립 책임은 피해 가고 뒷짐만 지겠다는 속내가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된다.


탄소중립위원회는 국민 의견수렴 결과를 반영해 위원회와 국무회의 의결을 거쳐 오는 10월 말 '2050 탄소중립 최종안'을 확정할 방침이다. 다음달 중 세 가지 시나리오 초안에 대해 산업계, 노동계, 시민사회, 청년, 지방자치단체 등 각 분야와 일반 국민까지 폭넓게 의견 수렴을 하겠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지난 7일 시민 500여 명이 참여하는 탄소중립 시민회의를 출범시켰다. 탄소중립위원회 관계자는 "위원회 입맛대로 선정했다는 의혹을 방지하는 차원에서 불특정다수를 섭외하기 위해 전화번호를 무작위로 생성한 뒤 유효한 번호로 연락을 걸었다"며 "이후 참여 의향이 있는 분들을 대상으로 연령, 성별, 지역 등을 고르게 배분해 시민회의를 구성했다"고 설명했다.


탄소중립위원회는 이같이 구성된 500여 명의 국민정책참여단 전용으로 임시 이러닝 홈페이지를 별도로 구성해 교육하고 있다. 실시간 온라인 교육인 '시민탄소교실', 동영상 학습을 통한 '자가숙의' 등이 진행된다. 주중 시민들에게 연락을 취해 관리하며 이들 생업을 고려해 주로 저녁 시간에 교육이 이뤄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위원회는 "시민탄소교실 강사진은 탄소중립위원 및 전문위원 중 지식과 전달력을 갖춘 자들을 최종 선정했다"면서도 "외부에 공개할 수 없다"고 했다. 이들 강사진들에게 교육받은 시민들은 9월 11, 12일 전문가가 개입하지 않는 대토론회에 참여한 뒤 온라인 설문조사에 참여한다. 설문조사 결과는 탄소중립 최종안에 반영될 예정이다.


문제는 일반 국민은 어떠한 논의가 이뤄지고 있는지 전혀 모른 채 '깜깜이'로 기다릴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국민정책참여단 전용으로 임시 홈페이지가 생성됐지만 선별된 500여 명만 내용을 볼 수 있을 뿐 나머지 국민은 탄소중립안이 수립되는 과정을 지켜보거나 의견을 낼 수 있는 구조가 아니다.


데일리안이 탄소중립위원회 측에 문의한 결과, 탄소중립위원회 공식 홈페이지는 아직 만들어지지 않았다. 탄소중립위원회 관계자는 "저희가 무슨 비밀을 갖고 있다기 보다는 국가 정보 홈페이지이다 보니 정보 보안에 대한 여러 절차를 거쳐야 한다"며 "만에 하나 해킹이 된다면 큰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보니 서두르지 않고 있다"고 해명했다. 그는 이어 "홈페이지 담당자가 7월 말에 오셨으니 홈페이지 개설을 위한 준비는 진행되고 있으나 언제 개설될지 말씀드리기는 어렵다"고 덧붙였다.


국가 단위 계획을 공론 방식으로 수립하는데 관련 홈페이지도 없고 진행 상황을 지켜볼 수도 없다. 국민은 정보 접근이 불가할 정도로 폐쇄적으로 운영되면서 오죽하면 '밀실위원회'가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탄소중립위원회가 거창하게 '공론 방식'이라는 타이틀을 내걸었지만 실상은 공론 방식의 가장 중요한 요건인 투명성과 객관성이 결여됐다는 지적이다.


탄소중립위원을 선정하는 과정 역시 투명성과 전문성이 상실됐다는 지적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뚜껑을 열어보니 탄소중립위원 상당수가 추천 루트 불명의 인사들로 구성돼있는 데다 정부 기조에 비판적 입장을 견지해온 에너지 전문가들이 배제됐다는 의혹도 나온다.


탄소중립위원회 77명의 위촉직 위원. ⓒ탄소중립위원회

탄소중립위원회는 김부겸 국무총리, 윤순진 서울대학교 교수 등 위원장 2명, 정부부처 장관 등으로 구성된 당연직 위원 18명, 유승직 숙명여대 기후환경융합과 교수, 이유진 녹색전환연구소 연구원, 송상석 녹색교통운동 사무처장, 이은희 한국기후·환경네트워크 상임대표, 전의찬 세종대 기후에너지융합학과 교수, 양흥모 에너지전환 해유 사회적협동조합 이사장, 전영환 홍익대 전기공학부 교수, 이창훈 환경정책평가연구원 선임연구원, 홍혜란 에너지시민연대 사무총장, 김미화 자원순환사회연대 이사장, 조용성 에너지경제연구원장, 김희철 한국신재생에너지협회 회장 등 위촉직 위원 77명으로 구성된다.


양금희 국민의힘 의원에 따르면, 탄소중립위원회 각 부처별 추천 인원 및 최종 위촉 위원 중 절반 이상(56%)이 추천 루트 불명의 인사들로 구성돼있다. 기후변화·에너지혁신 등 분과별 위촉직 위원 77명 중 정부 부처 추천 인사는 34명으로 44%에 불과하다.


한 에너지업계 인사는 "탄소중립은 사실상 에너지믹스를 어떻게 가져갈지를 놓고 정밀하고 치열하게 고민해야 하는 산수 싸움이데 위촉직 위원 중 에너지믹스 전문가가 보이질 않는다"며 "더구나 원자력업계 인사는 0명으로 철저히 배제시킨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한 대학 교수는 "임춘택 광주과학기술원 교수는 청와대 행정관, 에기평 원장 출신으로 친정부 성향 인사"라며 "전영환 홍익대 교수 역시 정부가 밀어주는 에너지전환포럼 공동대표를 역임한 사람으로 대부분이 이런 식"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탄중위원 자체가 편파적으로 편성됐는데 강사는 오죽하겠나"라며 "그렇게 편파적인 강사를 데려다 교육시키면 하나마나인데 공론화라고 이름만 거창하게 건 것"이라고 지적했다.

유준상 기자 (lostem_bass@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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