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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공업계, '대목' 추석 앞두고 울상...여전히 썰렁한 국제선


입력 2021.09.02 07:01 수정 2021.09.01 22:41        이홍석 기자 (redstone@dailian.co.kr)

코로나 재확산-델타 변이에 해외여행 수요 사실상 실종

트래블 버블 효과 무위…국내선은 저가 출혈경쟁 만연

이달 말 고용지원금 종료...4Q 벼랑끝으로 몰릴 처지

지난달 26일 인천국제공항 국제선 청사 여행사 창구가 텅 비어 있다.ⓒ연합뉴스

항공업계가 가을 대목인 추석연휴를 앞두고 가졌던 여객 수요 회복 기대감이 꺾이는 양상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4차 대유행을 맞았고 백신 접종 속도도 일정 차질로 다소 느려지면서 해외 항공여행 수요는 사실상 실종 상태다.


제주도를 중심으로 한 국내 항공편 수요는 7·8월 여름 휴가를 통해 다소 살아난 가운데 연휴 수요를 기대하고는 있지만 공급 물량 증대로 저가 항공권 경쟁이 펼쳐지면서 수익성 개선에 별 도움이 되지 못하고 있다.


2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오는 18일부터 22일까지 추석연휴 기간 중 국제선 여객 수요는 미미한 상태다. 코로나19 유행 이후 미국과 중국 등을 중심으로 출장 및 환승 수요가 일부 있을뿐 여행과 관광 등 수요는 좀처럼 살아나지 못하고 있다.


업계가 한줄기 희망으로 기대를 걸었던 트래블 버블(Travel Bubble·여행안전권역)도 코로나19 4차 대유행과 전염성이 강한 '델타 변이'의 출현으로 무력화되는 분위기다.


사이판과 트래블버블 기대 못 미쳐...효과 언제쯤

트래블 버블은 각국의 방역관리에 대한 상호 신뢰가 확보된 국가 간에 격리를 면제해 자유로운 여행을 허용하자는 취지에서 마련된 제도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6월30일 사이판과 첫 트래블 버블 협정을 체결하고 이후 7월 24일부터 인천발 사이판행 항공기 탑승객 중 백신을 접종한 단체여행객들을 대상으로 자가격리를 면제해 주기 시작했다.


황성규 국토교통부 2차관(오른쪽)이 지난 6월 30일 오후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린 한-북 마리아나제도 여행안전권역(트래블 버블·Travel bubble) 합의문 서명식에서 랄프 토레스 안토니 데 레온 구에레로 북 마리아나 주지사와 합의서에 서명한 뒤 악수하고 있다.ⓒ연합뉴스

하지만 시행 첫 달의 성적표는 기대에 크게 못 미치고 있다. 코로나19 재확산으로 여행 심리가 크게 위축되면서 사실상 단체여행 모객이 어려운 상황이다.


국토부에 따르면 7월 24일 인천∼사이판 항공 노선이 운항을 재개한 이후 지난달 21일까지 사이판행 비행기에 탑승한 트래블 버블 이용객은 42명으로 집계됐다. 이 기간 사이판행 항공편 운항 횟수는 총 14편으로 편당 3명씩 트래블 버블 이용객이 탑승한 셈이다.


지난달 22일 이후 오는 23일까지 시행 두 번째 달에 트래블 버블 관련 여행상품을 예약한 인원은 101명이다. 첫 달에 비해 배 이상 증가하는 것이지만 운항하는 항공편 수를 감안하면 여전히 편당 한 자릿수에 불과한 수준이다.


특히 이 기간 중 추석 연휴가 끼어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수치 증가에 긍정적 의미를 부여하기도 어렵다는게 항공업계의 시각이다.


대체 공휴일제 적용으로 내달에도 개천절(10월3일)과 한글날(10월9일)에 3일 연휴가 생겼지만 기간이 상대적으로 짧아 해외 여행 수요로 이끌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코로나19 4차 대유행이 장기화 국면을 맞고 있는데다 이후 연말까지는 연휴가 없는터라 백신 2차 접종 완료자 증가가 트래블 버블 이용 수요 확대로 이어질 것이라는 국토부의 기대가 현실화될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트래블버블 협정 체결 논의를 해온 싱가포르와 태국 등과 당장 가시적 성과를 내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어서 사이판에 이은 협정 체결국 확대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와함께 지난해 말부터 국제선 여객 수요 대체 차원에서 시작된 무착륙 관광비행 상품도 점점 시들해지는 분위기여서 항공사들의 여객 수요 창출에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국내선 일부 수요 증가에도 큰 폭의 수익성 개선 어려워

결국 항공사들은 어쩔수 없이 국내선 여객 수요에 기댈 수밖에 없는 현실이지만 그마저도 녹록치는 않다.


7·8월 여름 휴가철로 김포~제주 노선을 중심으로 국내선 항공 수요가 증가했고 이달 추석 연휴와 내달 초 개천절·한글날 연휴 수요도 견조할 것으로 보고 있다.


제주도관광협회에 따르면 지난 7월 한달간 제주공항 이용객 수는 228만9885명으로 일평균 제주행 항공편 탑승객은 7만3867명이었다.


지난 7월 22일 오전 서울 강서구 김포공항 국내선 청사에서 여객기에 탑승하려는 인파로 붐비고 있다. ⓒ데일리안 류영주 기자

8월에는 여름 성수기가 지나가고 18일부터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가 적용되면서 이보다는 줄어들었을 것으로 보이지만 9월에는 추석 연휴 관광객과 귀성객이 합쳐지면 상당한 수요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하지만 항공사들이 해외 여행 수요 급감으로 운항하지 못하는 국제선 항공기를 국내선에 투입하면서 증편 효과로 수요 대비 공급이 크게 늘어났다.


이에 저비용항공사(LCC)들을 중심으로 저가·할인 항공권 등 출혈 경쟁이 펼쳐지면서 항공사들의 수익 개선은 기대하기 어려운 형국이 되고 있다. 7·8월 휴가철과 연휴 등 성수기를 제외하면 편도 1만원대 항공권도 판매되는 실정이다.


여기에 항공유 가격 상승으로 유류비 부담도 늘어나고 있어 추가적인 수익성 악화 우려도 더욱 커지고 있다. 국제항공운송협회(IATA)에 따르면 지난달 13일 기준 통합 항공유 가격은 배럴당 77달러로 지난해 8월 대비 70.7% 상승했다.


항공사들이 유류할증료를 올린다고 해도 국내선의 경우, 국제선에 비해 워낙 낮은 수준이어서 항공유 상승분을 메우기는 역부족이다. 항공사들의 9월 국내선 유류할증료는 5500원으로 전달인 8월(4400원)에 비해 1100원 오른 수준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김포~제주 노선을 제외하면 수요가 크지 않은데다 그마저도 출혈 경쟁이 펼치지고 있어 국내선 수요만으로 여객 부문 수익성을 개선하기는 역부족”이라며 “국제선용 항공기를 투입해도 수익성을 끌어올리는 것이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항공업계 "정부 지원 끊기면 막막...돌파구 안 보인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항공업계에 지원해 온 고용유지 지원금이 이달말로 종료될 처지여서 4분기 항공업계는 더욱 벼랑 끝으로 몰릴 처지다.


고용유지지원금은 유급휴직 중인 근로자를 정부가 지원하는 제도로 연간 180일 동안 지원이 가능하다. 지난 6월 지원 기간이 90일 연장된 항공사들은 이달 30일을 마지막으로 지원이 종료된다.


인천국제공항에 항공사들의 항공기가 주기돼 있다.(자료사진)ⓒ데일리안 류영주 기자

항공사들은 고용유지 지원금이 종료되면 올해 남은 석달간 직원들의 순환 무급 휴직으로 대응한다는 계획이지만 근로자들의 고용블안은 커질 수 밖에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항공사들의 자금 사정이 이미 악화될대로 악화된 터라 유급휴직이나 별도의 휴업수당을 주기로 어려운 실정이다.


이에 항공사와 지상조업사 등 항공산업 관련 16개 노조는 1일 정부의 고용유지지원금 지원 연장을 촉구하는 공동 호소문을 발표하기도 했다.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제주항공 조종사노조, 한국공항노조, 서울공항리무진노조 등 항공산업 15개사 16개 노조는 고용유지지원금 종료가 항공산업 종사자들의 정리해고와 이직을 더욱 가속화시킬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이들은 “자금난에 빠진 LCC와 조업사들이 정부의 지원 종료 이후 자체 휴업수당을 지급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며 "노동자들은 평균임금의 절반도 안 되는 무급휴직 지원금을 받거나 실직을 하게 된다"고 우려했다.


LCC 한 관계자는 “여객 수요 회복 시기가 또 다시 해를 넘길 분위기”라면서 “여객에 의존할 수 밖에 없는 LCC들은 실적 개선이 요원해지면서 더 이상 버틸수 있을지에 대한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홍석 기자 (redston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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