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째 되풀이 되는 국가대표 손흥민 부진, 또 한 번 고민할 시기
손흥민 강점인 골 결정력 극대화할 수 있는 전술적 유연함 필요
혹시나 했지만 이번에도 역시나였다. 대표팀만 오면 침묵하는 손흥민(토트넘)의 경기력을 놓고 또 한 번 우려의 목소리가 흘러나오고 있다.
손흥민은 지난 2일 열린 이라크와 2022 국제축구연맹(FIFA)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1차전에 주장 완장을 차고 선발 출전해 풀타임을 소화했지만 이렇다 할 활약을 펼치지 못했다.
소속팀 일정으로 뒤늦게 귀국해 지난달 31일 오후에야 팀에 합류했고, 동료들과 호흡은 한 번 밖에 맞추지 못했다. 여기에 체력적 부담까지 더해지면서 이라크를 상대로 제 기량을 발휘하지 못했다.
귀국 직전 리그서 환상적인 프리킥 득점을 기록하는 등 컨디션이 최고조였던 손흥민이었기에 대표팀서 보여준 경기력은 아쉬움이 클 수밖에 없다.
사실 토트넘과 대표팀서 손흥민의 경기력 차이는 몇 년 째 되풀이되는 고민이다. 물론 토트넘과 대표팀의 훈련 환경과 선수 구성의 차이가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손흥민 스스로도 토트넘에서는 적극적으로 득점 사냥에 나서지만 대표팀만 오면 이타적인 플레이로 팀 동료들을 살리는데 집중하고 있어 좀처럼 골맛을 보기 어렵다.
지난 이라크전에서도 손흥민은 돌파에 성공한 뒤 슈팅을 때리기보다는 빈 공간에 있는 동료들에게 패스를 전달하는데 집중했다. 이렇다보니 세계 최고 수준의 골 결정력을 갖춘 손흥민의 능력이 정작 대표팀에서는 발휘되지 못한다.
대표팀서 손흥민을 살리기 위한 노력들은 이전에도 많이 있었다. 2018 러시아 월드컵을 이끌었던 신태용 전 감독이 토트넘서 손흥민을 지도했던 마우리시오 포체티노 감독의 전술서 힌트를 얻어 원톱과 투톱으로 활용했다.
수비 부담을 덜어내고 공격에만 집중할 수 있었던 손흥민은 월드컵 직전 평가전과 본선에서 직접 득점을 책임지며 제 몫을 했다.
하지만 파울루 벤투 감독 부임 이후 손흥민은 다시 제자리로 돌아왔다. 3~4년 전 했던 손흥민 활용법 고민을 지금도 하고 있다.
벤투 감독은 손흥민을 2선에 배치, 공격형 미드필더 혹은 측면 공격수로 활용하고 있다. 물론 손흥민이 2선으로 내려올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벤투호 최다 득점자 황의조(보르도)의 존재도 한몫했다. 손흥민 또한 대표팀에서는 직접 미끼가 돼 황의조 등 팀 동료들을 살리는데 주력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황의조가 부진했을 시 전체적으로 대표팀 공격이 풀리지 않는 악순환을 초래하고 있다. 시차 적응 등으로 몸이 지친 손흥민은 2선 측면에 배치돼 수비에도 적극 가담하면서 정작 공격시 힘을 싣지 못했다.
손흥민을 살리기 위해서는 최대한 그를 골문 가까이에 배치하는 전술도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문제는 벤투 감독이 원톱을 활용하는 4-2-3-1 포메이션을 여태껏 고수하고 있다는 점이다.
뚝심도 좋지만 손흥민과 황의조를 투톱으로 활용하거나 둘의 역할을 바꿔보는 등 가끔은 전술적 유연함도 필요할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