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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내연녀 집 드나든 불륜남, 주거침입죄 아니다"


입력 2021.09.09 15:10 수정 2021.09.09 18:19        이배운 기자 (lbw@dailian.co.kr)

1·2심 유무죄 판결 엇갈려…항소심 무죄 선고 확정

대법원 "거주자 승낙 받아 통상적 출입 방법으로 공동 주거 들어가"

"다른 거주자 추정적 의사 반하더라도 주거침입죄는 성립 안돼"

불륜 ⓒ게티이미지뱅크

내연녀의 허락을 받고 집에 들어가 부정행위를 한 뒤 그 남편으로부터 고발된 경우, 주거침입죄로 처벌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9일 주거침입 혐의로 기소된 A씨의 상고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외부인이 공동 거주자의 일부가 부재 중에 주거 내에 현재하는 거주자의 현실적인 승낙을 받아 통상적인 출입 방법에 따라 공동 주거에 들어간 경우에는, 그것이 부재 중인 다른 거주자의 추정적 의사에 반하더라도 주거 침입죄는 성립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앞서 피고인 A씨는 내연 관계인 유부녀 B씨의 동의를 받고 B씨의 남편이 없는 틈을 타 B씨의 집에 3차례 들어간 사실이 드러나 주거침입 혐의로 기소됐다.


1심은 A씨의 혐의를 인정해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지만 2심은 무죄로 봤다. 공동거주자인 B씨의 동의를 받고 집에 들어왔다면 다른 공동거주자인 남편이 반대하더라도 주거침입으로 볼 수 없다는 게 판결 취지였다.


앞서 대법원은 이 사건을 전원합의체에 회부한 뒤 지난 6월 공개변론을 열었다. 검찰과 변호인 양측은 A씨를 주거침입죄로 처벌할 수 있는지를 두고 치열한 공방을 주고받았다.


변호인 측은 공동거주자들 사이에 의견이 나뉘는 상황에서 국가가 개입하는 것은 형벌권 남용이라고 반박했다. 특히 A씨를 주거침입죄로 처벌하는 것은 이미 폐지된 간통죄를 우회적으로 처벌하기 위한 수단으로 주거침입죄가 사용된 것과 같다고 지적했다.


한국가정법률상담소도 의견 제출을 통해 "다른 거주자의 의사에 반한다는 이유로 주거침입죄로 처벌한다면 출입에 동의한 거주자의 주거 자유와 평온을 침해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며 주거침입죄 인정은 신중히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검찰 측은 함께 살고 있는 이들 모두의 주거 평온을 보장하기 위해 전원의 동의가 필요하다는 원칙을 내세웠다. 출입 과정이나 이후에 범죄가 없었더라도 다른 거주자가 출입을 허락하지 않을 것이 사회통념상 분명하므로 처벌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또 한국여성변호사회는 "다른 거주자가 받아들일 수 있는 한계를 넘어서거나 혼인·가족생활의 기초가 흔들릴 정도의 불법적이고 비도덕적인 목적이라면 주거침입죄가 성립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배운 기자 (lbw@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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