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오프라인서 버젓이 판매, 일반인도 구하기 쉬워…"구매사유 안 묻는다"
정부가 직접 유통 전반 관리해야…변형카메라관리법은 국회에서 계류 중
전문가 "범죄예방 차원서 구매자 실명제·등록제 도입해야"
이른바 몰래카메라 등 불법촬영 범죄가 해마다 늘고 있지만 초소형 렌즈가 부착된 '변형 카메라'는 온라인과 일부 전자상가 등에서 큰 제약없이 판매돼 누구나 쉽게 구입할 수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전문가들은 기술 개발을 위해 변형 카메라 자체를 규제하긴 어렵지만 범죄예방 차원에서 구매자의 신원을 공식적으로 남기는 실명제는 반드시 도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불법촬영 검거 건수는 4744건으로 발생 대비 검거비율은 94.3%였다. 또 불법촬영 검거 인원은 5151명으로 2011년에 파악된 1354명 대비 3.8배 수준이다. 검거인원 중 남성이 94.1%를 차지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불법촬영은 피해자의 신체를 몰래 촬영하는 일명 ‘도촬’이 주를 이룬다. 최근 자신이 근무하는 여학생 기숙사와 여직원 화장실에 몰래 카메라를 설치했던 교사가 구속됐다. 또 운전석 아래에 카메라를 설치하고 여성 수강생들을 수년간 불법 촬영한 혐의를 받는 운전강사가 적발되기도 했다.
상황이 날로 심각해가고 있지만 초소형 카메라 기술은 갈수록 발전하고 있다. 일상 생활용품에 촬영·녹화·전송 기능이 탑재된 '변형 카메라'는 볼펜, 안경, 자동차 키, 인형 등으로 교묘하게 위장돼 적발하기도 쉽지 않은 수준이 됐다.
무엇보다 일반인이 구하기도 쉽다. 온·오프라인에서 50만원 이하로 거래되는 게 일반적이고 중고판매 사이트에선 최저 5만원대로 판매되기도 한다. 구매하는데 별다른 제지도 제약도 없다. 광진구의 한 전자상가 관계자는 "구매를 하러 오는 고객들이 종종 있다"며 "별 다른 구매사유를 물어보진 않는다"고 밝혔다.
변형 카메라는 사전에 협의되지 않은 사진촬영, 영상녹화, 음원녹취에도 이용되고 있다. 온라인커뮤니티에서는 변형 카메라로 한 극장에서 상영되는 영화를 녹화한 ‘해적판’ 공유 글이나 뮤지컬 무대 전체를 녹화했다는 글 등을 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일각에서는 변형 카메라를 악용한 범죄를 막기 위해 정부가 직접 유통 전반을 관리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와 관련해 진선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3월 ‘변형카메라관리법’을 대표발의했지만 구체적인 논의는 없이 국회에 계류 중이다.
전문가들은 변형 카메라 자체를 규제하는 것은 무리지만 범죄 억지를 위해 구매자의 신원을 공식적으로 기록하는 실명제·등록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윤호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기계를 악용하는 사람의 문제가 큰 것"이라며 "미국에서의 총기사고 범죄도 합법적으로 구매하고 소지하고 있는 사람이 아닌 불법적으로 총기류를 소지하고 있는 사람들이 문제가 되는 것과 비슷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합법적 구매자는 신분이 노출됨에 따라 불법 행위를 할 가능성은 낮아지기 때문에 최소 신고제 정도의 도입은 필요하다"며 "은닉돼 있는 촬영장치를 찾아내는 기술의 발전도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임준태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기술적으로 지나친 규제를 하게 되면 벤처기업들의 신기술 개발 의욕을 떨어뜨리고 투자와 발전을 저해하는 등 첨단 산업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면서도 "범죄 예방 차원에서 어느 정도의 관련 규제는 필요하다고 본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