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맹점 많을수록 매출 커지는 가맹본부
경쟁 심화로 매출 감소 걱정하는 기존 가맹점 간 ‘동상이몽’
일부 브랜드 매장 간 거리 제한 무시…영업권 침해 소지 우려도
코로나19로 음식 배달 시장이 빠르게 확대되고 있는 가운데 배달 전용 브랜드 확대를 놓고 가맹본부와 가맹점 간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가맹본부는 신 성장 동력으로 삼아 집중 육성하겠다는 방침이지만, 가맹점주들 사이에서는 매장이 늘면서 매출이 감소할 수 있어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13일 통계청 통계에 따르면 작년 기준 음식을 온라인으로 주문해 받는 서비스(음식 서비스) 거래액은 17조3000억원 규모로 전년 대비 78.6% 급증했다.
코로나19 사태로 매장 대신 집에서 음식을 먹는 문화가 확산되면서 배달 시장이 급격하게 확대된 것이다. 수요가 늘면서 배달원 숫자도 40만명에 육박하는 등 빠르게 증가하는 추세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외식 프랜차이즈업계도 이 시장에서 활로를 찾고 있다.
1년 넘게 지속된 사회적 거리두기 여파로 매출 비중이 높은 저녁 장사에 차질이 생기면서 감소한 매출을 배달 주문에서 메우려는 움직임이 적극적으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기존 오프라인 매장에서의 배달 주문 확대와 함께 아예 배달 전문 브랜드 론칭도 잇따르고 있다. 배달 비중이 높은 치킨을 비롯해 도시락, 한식, 아이스크림에 이르기까지 업종도 다양하다.
치킨프랜차이즈 BBQ가 작년 론칭한 배달 전문 브랜드 BSK(BBQ Smart Kitchen)의 경우 지난 6월 1년 만에 300호점을 돌파했다.
가맹점 누적 계약 건수가 500건이 넘고, 최근 청년 창업프로젝트 일환으로 BSK 창업을 지원하고 있어 매장 수는 빠르게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아이스크림 브랜드 하겐다즈는 작년 6월 전 세계 최초로 배달 전용 매장 서울 사당DV을 선보였다. 이 매장은 배달 및 테이크아웃 서비스만을 제공하는 딜리버리 전용 매장이다.
가맹본부는 가맹점 수가 많을수록 매출 규모가 커진다. 가맹점에 식자재를 공급하고 매장 오픈 과정에서 인테리어비, 가맹비, 교육비 등을 가맹점으로부터 받아 수익을 내는 구조다.
새롭게 외식시장에 진입하는 창업자들의 반응도 좋은 편이다. 핵심 상권이 아닌 입지에도 오픈이 가능한 데다 오프라인 매장 영업을 하지 않기 때문에 임대료 부담이 적기 때문이다.
반면 기존 가맹점주들은 불안하다는 반응이다.
같은 메뉴를 판매하는 매장이 늘어나면서 매출 감소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가뜩이나 배달앱 수수료와 배달비 부담이 커지는 상황에서 경쟁까지 심화되면서 매장 운영이 점점 더 어려워지는 것이다.
서울 마포구에서 치킨 프랜차이즈 가맹점을 운영하는 최모씨는 “당장은 본사 프로모션에 의지해 매출 규모를 유지하고 있지만 이것도 비용의 절반은 가맹점이 지원하는 거라 매출이 늘어도 수익성은 더 떨어진다”고 하소연 했다.
이어 “배달만 하는 매장에 비해 우리는 임대료에 인건비까지 비용 부담이 크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수익성이 안 좋을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가장 부담이 되는 것은 매장 수가 늘어나 경쟁이 심화될 수 있다는 점이다.
일부 브랜드의 배달 전문 브랜드는 기존 브랜드와 다른 브랜드로 인정해 출점거리 제한을 받지 않는다는 점이다. 즉 영업권을 침해당할 수 있다는 의미다.
이 경우 소비자 주문을 더 유치하기 위해 배달앱 수수료가 증가하고 배달비용까지 추가로 사용해야 하기 때문에 가맹점 입장에서는 부담이 증가할 수 밖에 없다.
경기 고양시에서 한식 프랜차이즈 매장을 운영하는 김모씨는 “배달 전문 매장이 늘어나면 본부는 좋을지 모르지만 경쟁이 심해지면서 기존 가맹점은 더 어려워지는 구조”라며 “코로나와 정부 규제로 매장 영업도 힘든 마당에 배달마저 힘들어지면 정말 버티기가 힘들다”고 전했다.
그는 또 “우리 돈으로 회사를 키운 본사가 이제는 우리를 희생해 새로운 브랜드를 육성하는 셈”이라며 “같은 브랜드끼리 제 살 깎아먹기식 경쟁을 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